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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82] 왜 ‘베를루스코니 신드롬(Berlusconi Syndrome)’이라 말할까

2021-02-04 05:47

30년간 AC 밀란 구단주였던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왼쪽)와 전 여자친구인 프란체스카 파스칼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30년간 AC 밀란 구단주였던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왼쪽)와 전 여자친구인 프란체스카 파스칼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AC 밀란을 얘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말이 있다. ‘베를루스코니 신드롬(Berlusconi Syndrome)’이다. 베를루스코니는 한때 AC 밀란 구단주이자 이탈리아 전 총리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 85)를 지칭하며, 신드롬은 일련의 증후군을 뜻한다. 이 말은 베를루스코니가 만든 현상이라는 의미이다. 총리와 축구 구단주를 한 그의 경력에 빗대 축구를 정치에 이용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축구를 매우 좋아한 것으로 유명했다. 부동산과 방송 사업으로 이탈리아 재벌로 자리잡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통해 총리로 집권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9년여동안 이탈리아 총리로 재임하면서 파시즘의 대명사였던 무솔리니가 축구를 정치에 이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구사했다. AC 밀란은 총리였던 그와 함께 롤러코스타처럼 상승과 하강을 되풀이하는 심한 부침을 보였다. (본 코너 281 ‘ AC 밀란은 왜 ‘로쑈네리(Rossoneri)’라는 별명으로 불릴까‘ 참조)

밀라노 사업가로 성공해 이탈리아에서 대표적인 부자 명단에 오르기도 헀던 베를루스코니는 1986년 AC 밀란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축구 경영에 나섰다. 그는 네덜란드 출신의 마르코 판 바스턴를 비롯해 프랑크 레이크르트, 루드 굴리트 등을 영입해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끄는 나폴리를 제치고 1987-88시즌 세리에 A 우승을 차지했다. 1991년 부임한 파이오 카펠로 감독 시절에는 58경기 연속 무패행진 기록과 3회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는 구단주로 성공하면서 축구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국민적인 영웅이 됐다.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해 1994년 신생 정당 ‘포르차 이탈리아(Forza Italia, 전진 이탈리아라는 뜻)’를 창당한 지 3달만에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해 총리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선거 운동은 전국적으로 1만3천여개나 되는 AC 밀란 팬클럽이 주도해나가며 조직적인 운동을 한 것이 큰 효과를 보였던 것이다. 그가 창당한 포르차 이탈리아라는 당명도 AC 밀란 경기에서 나온 응원 구호에서 나온 것이었다. 선거 구호로 “우리는 이탈리아를 AC 밀란처럼 만들겠습니다!”라며 축구단의 성공 사례를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포르차 이탈리아 당원들에게 파란색 옷을 입혀 선거에 나서게 하면서 ‘아주리(Azuri)’라고 불렀다. 이는 전통적인 파란색 유니폼을 입는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붙여진 별명이었다.

AC 밀란의 레전드 파올로 말디니나 바레시 등은 베를루스코니를 적극 지지하며 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물론 반드시 AC 밀란의 성과만 갖고 그가 총리가 됐던 것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지만 축구단이 그의 집권에 큰 도움이 됐던 것은 확실하다. 축구단을 정치적 도구로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4-95년, 2001-06년, 2008-11년 등 총 9년여간 이탈리아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로 한때 세계 GDP 5위까지 했던 이탈리아 경제를 유렵의 병자로 몰락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샀다. 개인적으로는 정경유착, 언론장악, 회게조작, 뇌물 등 부정부패와 섹스스캔들을 일으키며 법적인 처벌과 함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30년동안 운영했던 AC 밀란을 2016년 중국계 컨소시엄에 매각해 구단주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그를 현재 탄핵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와 비교하기도 한다. 부동산과 방송 등으로 부와 명예를 쌓아 정치에서 성공하고, 개인적으로 여성 스캔들을 많이 일으킨 전력과 함께 포률리즘 정치를 지향하는 등 비슷한 전철을 밟았기 때문이다. 둘을 합쳐 트럼프-베르루스코니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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