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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76] 왜 왕실팀도 아닌데 '레알 소시에다드(Real Sociedad)'라고 말할까

2021-01-29 07:24

레알 소시에다드는 한때 바스크 출신만을 선수로 운영했던 바스크 순혈주의로 유명했던 팀이었다. 사진은 지난 해 코로나19 감염 후 완치해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첫 훈련에 참여한 다비드 실바(왼쪽).
레알 소시에다드는 한때 바스크 출신만을 선수로 운영했던 바스크 순혈주의로 유명했던 팀이었다. 사진은 지난 해 코로나19 감염 후 완치해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첫 훈련에 참여한 다비드 실바(왼쪽).
스페인 프로축구에서 레알 소시에다드(Real Sociedad)는 팀 이름 자체만 갖고도 주목을 받는다. 대부분의 팀들과는 다르게 연고 지역 이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페인 프로축구팀은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발렌시아 등과 같이 연고지 도시 이름을 팀이름으로 쓴다. 하지만 레알 소시에다드는 도시 이름 자체가 없다. 레알은 영어로 ‘로얄(Royal)이라는 뜻이며, 소시에다드는 ’서사이어티(Society)라는 의미이다. 왕립 협회라는 뜻을 갖고 있어 마치 왕실에서 운영하는 축구팀인 듯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왕실에서 운영하는 팀은 아니다.

개성있는 팀이름을 갖게 된 것은 팀 창단역사와 관련이 있다. 연고지역은 스페인 최북단 해안도시인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an)이다. 프랑스 국경에 가까운 산 세바스티안은 바스크지역 기푸스코아주의 주도이다. 빌바오와 함께 바스크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이다.

1900년 초반 영국에서 일하던 노동자와 학생들이 돌아와 도시에서 축구 붐을 일으켰다. 이들은 1904년 산 세바스티안 레크리에이션 클럽(Recreation Club)을 만들어 국왕컵(코파 델 레이)에 참가했다. 1905년 여러 종목을 갖고 있던 레크리에이션 클럽은 춖구만을 따로 독립시켜 산 세바스티안 풋볼 클럽으로 출범했다. 1908-09시즌 국왕컵에서 참가하려다가 등록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서 팀 이름을 클루브 시클리스타 데(Club Ciclista de) 산 세바스티안으로 바꿔서 참가해 결승전에서 에스파뇰 데 마드리드를 3-1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팀 이름의 ‘스클리스타’는 스페인어로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축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창단 초기 어수선한 분위기를 딛고 일어서 1909년 9월 소시에다드 데 풋볼이라는 팀이름으로 바꿨다. 1910년 스페인 국왕 알폰소 13세는 소시에다드에 레알 칭호를 하사했다. 산 세바스티안에는 왕실의 여름 별장이 있었는데 이곳에 자주 머물렀던 알폰소 13세는 축구광으로 소문난 왕이었다. 스페인 프로축구팀에서 레알이라는 호칭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팀들은 그가 붙여준 이름이었다. 보통 한국에서는 레알이라고 하면 레알 마드리드를 지칭하지만 스페인에서 레알이라고 하면 레알 소시에다드를 말한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1936년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면서 도노스티아 (Donostia, 산 세바스티안 사람이라는 뜻) 클루브 데 풋볼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가 내전이 끝난 1939년 다시 제 이름을 찾았다.

레알 소시에다드와 아틀레틱 빌바오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을 대표하는 축구팀이다. 가톨릭교를 대부분 믿는 바스크인들에게는 가톨릭교만큼 두 팀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다. 이웃사촌에 가까운 두 팀은 전통의 라이벌이다. 두 팀의 경기는 ‘바스크 더비’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그동안 레알-바르사 양강구도에 밀려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하지만 전혀 성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78년 알베르토 오마에체아 감독이 취임한 후 1980-81, 81-82 시즌 리그 2연패를 달성해 일시적인 황금기를 누렸다. 1979년 4월 29일부터 1980년 5월 11일까지 38경기 무패 행진을 구가했는데, 이는 라 리가 역대 최고 기록이다. 1985년 잉글랜드 스완지 시티 감독이었던 존 토샥이 사령탑을 맡아 1986-87 시즌 국왕컵 우승, 1987-88 리그 준우승의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빌바오와 마찬가지로 바스크인 선수들만으로 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1989년부터 문호를 개방해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입단을 허용했다. 사상 최초로 소시에다드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선수는 리버풀 FC에서 활약했던 아일랜드 국가대표 출신 존 알드리지였다. 그가 입단하면서 레알 소시에다드의 바스크 순혈주의가 막을 내렸다.

이천수가 2002 한일월드컵 직후 2003-04 시즌을 앞두고 레알 소시에다드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13경기만 뛰고 2004-05 시즌 CD 누만시아로 임대 이적을 했다. 이천수는 누만시아에서도 15경기만을 뛴 뒤 국내 무대로 돌아와야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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