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74]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lético Madrid)’는 왜 팀이름을 영어에서 스페인어로 바꾸었을까

2021-01-27 07:34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스페인 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함께 '빅3'로 손꼽히는 강호이다. 사진은 지난 13일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세비아전에서 앙헬 코레아의 결승 골 세리머니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스페인 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함께 '빅3'로 손꼽히는 강호이다. 사진은 지난 13일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세비아전에서 앙헬 코레아의 결승 골 세리머니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lético Madrid)는 스페인 라리가에서 특별한 역사를 가진 팀이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빅3’로 라리가와 유럽 대항전에서 꾸준히 성적을 올리고 있다. 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 이어 3번째 역대 최다 우승횟수를 기록했다. UEFA 유로파리그 3회 우승, 스페인 FA컵인 코파 델 레이 10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정확한 팀이름 '아틀레티코 데(de) 마드리드'는 스페인어로 마드리드의 운동팀이라는 뜻이다. 아틀레티코의 영어 말은 아틀레틱(Athletic)이다. 마드리드를 연고지로 한 이 팀은 같은 연고 지역 경쟁팀 레알 마드리드와는 대조적인 창단 역사를 갖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영국에서 온 이민자들과 영국 유학생 출신자들이 만나 클럽의 기틀을 만든 데 반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마드리드에서 공부하던 3명의 바스크지역 출신 학생들이 중심이 돼 창단했던 것이다.

바스크지역(PaisVasco)은 스페인 북부지역, 프랑스와 국경을 이룬 피레네 산맥 사이에 있는 곳으로 스페인어와 전혀 다른 바스크어를 쓴다. 1937년 스페인 내전 때 히틀러가 이끄는 독일의 공습을 받아 바스크 지역 도시의 많은 부분이 공습으로 파괴돼 스페인 출신의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가 당시의 상황을 ‘게르니카(Guernica)’라는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페인 내전 후 프랑코 총통 정부가 들어선 뒤 바스크 지역은 자치권을 상실하자 분리 독립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과는 다른 지역적인 문화와 특성을 가진 바스크 출신 학생들이 주축을 이뤄 1903년 창단한 팀이름은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 ‘아틀레틱 마드리드(Athletic Madrid)’이었다. 스페인과의 차별화 및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바스크인들의 특성상 영어로 구단명을 지은 것이다. 창단 초기 이들은 고향 팀인 아틀레틱 빌바오를 본떠 팀을 운영했다. 자신들의 클럽을 아틀래틱 빌바오 유소년팀처럼 여겼다고 한다.

1939년 사라고사에 연고를 둔 아비아시온 나시오날과 합병하고 ‘'아틀레틱(Athletic) 아비아시온 데 마드리드'로 이름을 변경했다. 1941년 스페인 내전이 끝난 뒤 정권을 잡은 프랑코 총통이 외국어 사용을 금지하면서 팀이름을 영어에서 스페인어로 바꿔 '아틀레티코(Atlético) 아비아시온 데 마드리드'로 정했다. 지금의 팀 이름으로 갈아 탄 것은 1947년부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스크 구단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지고 마드리드 연고지의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자리를 잡았다.

아틀레코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간의 맞대결인 ‘엘 클라시코(El Clásico)’에 못지않는 라이벌전으로 유명하다. 두 팀이 벌이는 '마드리드 더비, 엘 데르비 마드릴레뇨(El Derbi madrileño)'도 그 열기가 뜨겁다. 지역 연고 라이벌인데다 정치적인 배경까지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 프랑코 총통 초기 시절 한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그가 좋아앴던 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권 홍보를 위해 프랑코 총통은 레알 마드리드에 눈을 돌리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대한 관심을 예전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틀레티코 팬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정권의 팀’이라고 조롱하며 비방하는 응원 노래까지 만들어 불렀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는 시내 중심가 부유층과 카스티야인을 대표했으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는 남부 지역 외곽의 서민층과 바스크인들을 대표했기 때문에 두 팀간의 경쟁은 더욱 불붙었다. 지난 해 12월 기준 두 팀간의 전적은 112승 58무 56패로 레알 마드리드가 일방적으로 우세하지만 일방적으로 승부가 끝난 경기는 거의 없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