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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58] ‘리버풀(Liverpool) FC’의 리버풀은 ‘봄철 정박지’라는 의미이다

2021-01-11 07:17

 리버풀 FC는 공격적이며 거친 축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무함마드 살라흐(오른쪽)와 조던 헨더슨이 골을 넣고 환호하는 모습.
리버풀 FC는 공격적이며 거친 축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무함마드 살라흐(오른쪽)와 조던 헨더슨이 골을 넣고 환호하는 모습.
잉글랜드 북서부 항구도시 리버풀(Liverpool)하면 먼저 생각나는게 축구와 비틀즈이다.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 FC와 에버튼 FC 두 팀의 연고지이다. 리버풀 FC와 에버튼 FC 두 구단의 경기는 ‘머지사이드 더비(Merseyside Derby)’로 불리며 프리미어리그에서 라이벌로 자리잡았다. 머지사이드는 리버풀 노슬리, 세인트, 헬렌스,, 세프톤, 위럴 등 총 5개의 자치구로 구성된 잉글랜드의 한 주이다. 머지사이드 더비는 지역이름을 따서 생긴 이름이다.

리버풀은 비틀즈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1960-70년대 세계적인 팝그룹으로 이름을 날린 비틀즈는 독일 함부르크 등 여러 곳을 전전하고 인기가 많아진 뒤에는 런던으로 진출해 활동했다. 하지만 비틀즈가 최초로 라이브 공연을 했던 곳은 리버풀 캐번 클럽이다. 이 곳은 전세계에서 비틀즈 광팬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됐다. 비틀즈는 리버풀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2009년 '리버풀 호프 대학(Liverpool Hope University)' 석사과정에 '비틀즈 학과'가 개설되었으며, 리버풀 공항 이름도 ‘리버풀 존 레논 공항’일 정도이다.

리버풀이라는 말은 신체 장기 간장을 뜻하는 ‘리버(Liver)’와 하천 수역이나 개울을 뜻하는 ‘풀(Pool)’의 합성어이다. 리버풀이라는 이름은 ‘봄철의 정박지(Spring-time Anchorage)’를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출발한 앵글로-노르만어에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장은 신체 중에서 스스로 회복하고 재생하는 능력이 가장 빠르다. 당초 봄철 정박지라는 말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간장의 특성과 비유적으로 연결시킨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 해를 앞에 둔 리버풀은 일찍이 봄과 여름에 사용하기 위한 외로운 항구도시로 발달했다. 맨체스터 스톡포드에서 시작해 리버풀로 이어지는 머지 강은 영국에서 조수 차가 두 번째로 높다. 조수 간만차가 최고 4m에서 10m미터의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리버풀은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맨체스터가 면직물을 시작으로 기계, 식품, 화학, 전자 등 전세계 상공업에 중심도시로 성장하면서 외항으로 함께 발전했다. 19세기에는 세계 물동량의 절반이 리버풀 항구를 거쳤을 만큼 세계적인 무역항이었다. 뉴욕으로 첫 출항했다가 빙산과 충돌해 대서양에 침몰한 타이타닉호가 출발한 항구이기도 하다. 흑인 노예 무역의 메카이기도 했다. 아프리카~유럽~아메리카를 잇는 삼각무역에서 리버풀은 흑인 노예의 집결지 역할을 했다.

리버풀은 맨체스터와 지역감정이 나쁘기로 유명하다. 이웃한 맨체스터로 인해 번영했지만 쇠퇴도 했기 때문이다. 양 도시는 최초의 근대 철도시스템인 리버풀과 맨체스터 철도를 만들어 해외로 무역 물량을 운송했다. 하지만 운송비용을 줄이기 위해 맨체스터가 직접 바다로부터 길이 75km의 운하를 뚫으면서 운송이 중단된 리버풀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리버풀은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맨체스터에 대한 지역감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리버풀 FC와 맨체스터를 연고로 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가 잉글랜드 최고 축구 라이벌로 등장한 것도 이런 지역감정에 기반한 것이다.

리버풀에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고 가난한 지역이 몇 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안이 불안한 리버풀 외곽지역인 안필드를 홈구장으로 하는 리버풀 FC가 공격성향이 강하고 거친 축구를 하는 것도 이런 지역적인 특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 FC의 대표적인 지역 출신선수로는 공격형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1998년 데뷔, 2015 은퇴)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잉글랜드 대표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를 꼽을 수 있다. 잉글랜드 축구계에서도 손꼽히는 ‘악동’ 조이 바튼도 리버풀 출신이다. 박지성과 함께 맨유에서 뛰었던 웨인 루니는 리버풀 교외 크록세스에서 태어나 자랐다. 리버풀 FC팬들은 훌리건 팬덤으로 유명하다. 지난 1989년 4월15일 맨체스터 옆 셰필드에 있는 힐스버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리버풀 FC와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전에서 리버풀 팬들이 경기장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96명이 압사하기도 했다. 유명한 힐스버러 참사사건이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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