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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55] 영국 프리미어리그에는 왜 ‘유나이티드(United)’라는 팀 이름이 많을까

2021-01-08 06:4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는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을 가진 팀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사진은 페널티킥을 차는 맨유 브루누 페르난데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는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을 가진 팀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사진은 페널티킥을 차는 맨유 브루누 페르난데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인기리그인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는 ‘유나이티드(United)’라는 이름을 가진 팀들이 여러 개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리즈 유나이티드 등이다.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에는 공통적으로 돈과 관련된 아픈 팀 역사가 있다.

영어 유나이티드는 형용사로 ‘뭉친, 연합한, 합병한’이라는 뜻이다. 도시 이름 뒤에 유나이티드를 붙인 이들 팀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 뜻을 같이하는 여러 사람들이 합쳐 돈을 대면서 원래 이름을 바꾸고 ‘유나이티드’로 다시 태어났던 것이다. 일부 축구팬들이 유나이티드가 ‘시민구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전 이름은 뉴턴 히스였다. 1878년 영국에서 큰 철도회사였던 랭커셔 앤드 요크셔 철도회사의 뉴턴 히스 지부 소속의 실업팀이었다. 철도 지부에서 독립한 뉴턴 히스는 1902년 2670파운드(현재 시세 29만파운드, 약 4억3천만원)의 빚을 지며 팀이 파산위기에 몰리자 팀 주장 해리 스태포드는 존 헨리 데이비스를 포함한 4명의 투자가를 영입했다. 각각 500파운드를 낸 4명의 투자가 중 존 헨리 데이비스가 회장을 맡게 됐으며 뉴턴 히스라는 기존의 이름을 현재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바꿔 새롭게 출발했다.

잉글랜드 북부 항구도시 뉴캐슬을 연고로 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1892년 두 클럽이 합쳐서 생긴 이름이다. 뉴캐슬에 있던 이스트 엔드와 웨스트 엔드 지역의 두 팀 가운데 웨스트 엔드가 재정 위기에 빠지며 옆 동네인 이스트 엔드로 인수 합병되면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이름을 변경했다.

런던을 연고지로 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출범 역사도 두 팀과 비슷했다. 이 팀의 전신은 템스 아이언웍스였다. 1895년 기업가 아놀드 힐스와 지역 리그 심판 데이브 테일러가 합심해 창단한 팀은 초창기 아마추어 직장인들 위주로 팀을 꾸렸다. 하지만 클럽 운영 및 자금 조달에 대한 분쟁이 늘어나면서 1900년 6월 팀이 해체된 후 다음 달 현재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로 재탄생했다. 시드 킹을 감독으로 출범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지역 프로리그에 진출해 인지도를 넓혔다.

잉글랜드 중부 내륙도시 리즈가 연고도시인 리즈 유나이티드는 1904년 리즈 시티라는 이름으로 창단했다. 1905년 잉글랜드 리그에 참가한 뒤 허버트 채프먼 감독이 팀을 이끌며 홈구장인 엘런드 로드에 많은 관중을 끌어 들였다. 1914년 채프먼 감독은 “이 도시는 최고의 축구를 위해 지어졌다”고 호언을 할 정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리즈 시티는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선수들에게 불법적인 임금지불을 한 혐의로 리그에 의해 강제 해산됐으며 선수 모두는 다른 팀으로 매각됐다. 전쟁이 끝난 1919년 리그는 리즈 유나이티드를 결성해 리그에 참가하도록 초대를 받았다. 리즈 시티 해체 후 지역 축구팀 요크셔 아마추어 클럽은 엘런드 로드를 구입하고 딕 레이를 감독으로 임명했다. 또 다른 지역 축구팀 허더스타운 클럽 힐튼 크로더 회장은 자금난을 겪는 신생 리즈 유나이티드에 3만5천 파운드의 자금을 빌려줬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1920년부터 정식 리그에 다시 참여한 뒤 1부리그로 승격하면서 이 돈을 다시 갚을 수 있었다.

한국 프로축구팀에도 유나이티드 이름을 갖고 있는 팀이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제주 유나이티드이다. 2003년 창단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K리그 13번째 구단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이후 축구 붐에 힘입어 월드컵경기장의 사후 활용방안과 K리그 저변 확대를 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팀 창단이 추진되면서 생긴 시민구단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팀 명칭을 선정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인천 유나이티드하고는 성격이 다른 팀이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은 유공 프로축구팀이다. 1982년 프로축구가 출범하면서 SK를 모기업으로 한 유공 축구팀이 창단했다. 이 팀은 부천 유공, 부천 SK을 거쳐 2006년부터 이름을 제주 유나이티드로 바꿨다. SK는 연고지를 부천에서 제주도로 이전하면서 부천 지역팬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다. SK 모기업 이미지가 손상받을 수 있다는 부담을 느껴 새로운 연고지역으로 옮기며 제주라는 지역 이름과 함께 연합이라는 의미의 유나이티드라는 붙여 팀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제주 유나이티드는 각종 언론보도 자료에는 SK에너지 축구단이라는 이름을 붙여 배포하고 있다.

유나이티드라는 팀 이름을 살펴보면 잉글랜드 프로축구팀과 한국 프로축구팀은 역사적인 전통과 문화에서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는 이름 자체가 유래된 기원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 데 반해 한국 프로축구는 팀 이름의 역사적 기반이 좀 약하지 않나 싶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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