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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43] 왜 ‘이닝이터(Inning Eater)’를 '철완(鐵腕)'이라고 말할까

2020-12-27 08:33

1984년 한국시리즈서 5경기 40이닝을 던지며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을 이끌었던 '철완' 최동원.
1984년 한국시리즈서 5경기 40이닝을 던지며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을 이끌었던 '철완' 최동원.
‘이닝이터((Inning Eater)’는 선발로 나와 이닝을 잘 소화하는 투수를 가리킬 때 주로 쓰는 말이다. 말 그대로 하면 ‘이닝을 잘 먹는 투수’라는 뜻이다. 좋은 투구로 이닝을 잘 막아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야구 역사가 폴 딕슨의 ‘야구 사전(The Dickson Baseball Dictionary)’에 따르면 이닝이터는 개별적으로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선발투수(Starting Pitcher)를 뜻한다. 보통 한 해에 200이닝 이상 소화하며 때로는 완투를 하는 투수에게 적용하는 말이다.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Workhorce)처럼 열심히 마운드를 지키는 투수라는 의미로 쓴다. ‘이닝 가이(Inning Guy)’, ‘이닝 몬스터(Inning Monster)’라는 말도 이닝 이터와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미국 언론에서는 선발투수가 보통 교체직전인 6,7회까지 잘 던질 때 “이닝이터가 로테이션을 잘 소화한다”는 표현 등을 쓴다.

한국 야구에서는 '무쇠팔', '강철팔' 등의 용어를 쓰기도 한다. 이 말은 일본식 한자어 ‘철완(鐵腕)’을 풀어서 쓴 말이다. 철완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다.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일본의 대표적인 TV 애니메이션 ‘아톰(Atom)’의 원래 제목은 ‘철완 아톰(鉄腕アトム)’이기도 하다. 1984년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1958-2011)이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40이닝을 던지며 완투숭을 거둘 때 ‘철완’이라는 말을 신문 제목으로 많이 쓰기도 했다.

미국 초창기 야구에서는 선발투수가 완투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구원투수(Relief Pitcher)라는 개념이 없었다. 타자들의 수준차가 커 투수가 투구 관리를 하기가 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타격이 향상되면서 투수 전문화가 필요해졌다. 한 선수가 끝까지 완투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메이저리그(MLB)나 KBO리그 등에서는 보통 팀 투수를 5선발체제로 운영한다. 일본 야구는 6선발체제가 일반적이다. MLB에서 이닝 이터에 들기 위해서는 200이닝을 던져야한다. 이는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MLB(올해는 코로나19로 팀당 60경기를 가졌다)에서 투수들의 규정이닝의 1.25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보통 이닝이터에 들 수 있는 투수들은 팀 당 1명 정도 밖에 안된다. 곧 이닝이터가 팀 에이스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 시즌동안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면서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줘야 이닝이터에 들 수 있다. 이닝이터가 되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시즌 당 144경기를 치르는 KBO리그에선 160이닝을 넘기면 이닝이터로 간주하는게 일반적이다. MLB보다 경기수가 적은 KBO리그에서 200이닝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있다면 이닝이터라기보다는 자신을 몸을 혹사하는 ‘맨이터(Man Eater)’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투수들의 투구는 아무리 빼어난 투구능력을 갖춘 선수라도 이닝을 소화하며 위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감독들은 선발투수들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불펜(Bullpen) 투수들을 활용한다. 이닝이터라는 말을 출장이 일정하고 이닝을 기본적으로 소화하는 선발투수에게 붙이는 이유이기도 한다. 투수의 성공 여부는 승패 기록, 평균자책점, 세이브 등 통계로 따지지만 이닝이터는 얼마나 많은 이닝을 던지는 가를 보여주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이닝이터가 나올 수 있는 조건도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이다. 투구수 관리, 선발 로테이션제, 투수 분업화 등 투수 혹사 방지를 위한 관리야구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KBO리그 초창기인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너구리’ 장명부(1950-2005)는 한 시즌 427 1/3이닝을 던져 역대 한 시즌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이어 1984년 261 2/3이닝, 1985년 246이닝을 각각 던졌다. 그는 KBO리그 서 이닝이터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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