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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의 사람 '人'] 대한체육회장 후보 강신욱 교수 "조직 사유화, 스포츠 정치화에 반대한다"

2020-12-24 10:11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로 나선 강신욱(65) 단국대 스포츠과학대학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를 만난 23일, 죽전 단국대 캠퍼스는 부산한 모습이었다. 장호성 전 총장이 제27대 이사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장호성 신임 이사장은 장충식 전 이사장의 아들로 4년전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했었다. 결과는 다 알려진대로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에게 패했다. 294표 대 213표, 2위에 머물렀다.

“당시 선거본부장을 맡았다. 장호성 총장님이 이길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다르게 나왔다. 몰랐던 부분이 많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은 체육인들을 만나 대한체육회의 문제점을 듣고 공감했다. 대한체육회가 국민을 위한 공익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

그는 원래 순수 체육교육자였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출신으로 중고교 교사를 거처 1989년부터 단국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학과장, 학부장을 거쳤다.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 스포츠인권 정책포럼 공동대표,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집행위원장, 한국체육학회장, 대한체육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대학시절 동호인으로 하키를 배운게 인연이 돼 전농여중 하키부 감독, 용산고 하키부 감동 등 지도자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내년 1월18일 치러지는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그가 제시한 주요 공약은 ▲국민을 위한 대한체육회 ▲100세 시대에 맞는 체육인을 우한 삶의 프로젝트 마련 ▲체육계 (성) 폭력 근절 ▲ 선수와 지도자를 위한 체육회 등이다. 이를 위한 세부 과제로는 엘리트 선수의 운동권 보장, 체육인 윤리의식 강화 프로그램 제공, 호봉제 다년 계약을 통한 지도자 고용 안정 및 처우 개선을 꼽았다.

“조직의 사유화, 스포츠의 정치화에 반대한다”

-대한체육회 혁신과 체육계의 새로운 출발을 내세우고 있는데.

“대한체육회는 이기흥 체제가 들어선 지난 4년간 무능력, 무소신, 무책임 등 소위 ‘3무’에 빠져 많은 문제점을 드러났다. 똑같은 실수가 계속 반복했다, 이는 분명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이 잘못돼도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한체육회 시스템도 문제가 있지만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더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한체육회는 물론 우리 체육계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국내 체육계는 폭력, 성폭력, 금품수수 사건 등이 빈발하며 비판을 받았다. 극소수 엘리트 체육인의 문제였지만 체육인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해부터 일선 지도자, 지방 체육단체 관계자, 학계 관계자는 물론 정치인, 체육 관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한체육회의 문제점, 한국체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혁방안등을 함께 모색했다.

-현 이기흥 회장과 이번 선거에 나온 다른 후보들도 모두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과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차이를 말할 수 있는가?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급진적으로 바뀌는 것은 반대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진적으로 개혁을 해야 한다. 특히 외부로부터의 개혁은 반대한다. 체육계 개혁은 체육인 스스로 해야한다.”

-정치인 출신 후보의 법정 자격문제를 지적하는 말들이 있는데.

“정치인 출신이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올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자격을 갖추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다. 나는 스포츠의 정치화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때에 따라선 정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제한적이다.”

-일부에서 ‘반 이기흥 회장’ 연대를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선거는 해봐야 한다. 현 이기흥 회장이 유리한 것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결코 그렇지 않다. 이기흥 회장의 정책 노선에 반대하는 후보들과는 함께 생각을 공유할 수 있고 행동도 같이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서로 표를 갖고 단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은 행정을 투명하게 하고 문체부와 감사원 등에서 정기 감사를 철저히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많은 허점이 드러난다. 대한체육회라는 조직을 마치 특정 개인을 위한 단체처럼 사유화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기흥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이러한 점은 더욱 심해졌다. 감사에서 떳떳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동안의 감사에서 양과 질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그는 대한체육회 예산이 4천억원에 이르지만 적재적소에 투입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체육회에 제대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군소 경기단체도 예산 지원을 원하는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체육회가 정부나 국회 등으로부터 지시와 통제를 받는 것은 예산을 독립적으로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재정확보 방안을 갖고 있는가?

“사실 체육인들이 스스로 돈을 만들기는 힘들다. 구글, 아마존과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이 데이터 등 컨텐츠를 활용해 엄청난 돈을 만들었듯이 대한체육회도 그동안 축적된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획기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해왔던 단편적인 스포츠 마케팅 방법 가지고는 안정된 재정 기반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과 함께 하는 대한체육회

한국스포츠는 그동안 올림픽에서 많은 금메달을 따내며 국위 선양을 하는데 이바지했다. 국민을 단합하고 희망과 꿈을 불어넣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화려한 영광을 누렸던 엘리트 선수들이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 선수들은 일부 선수들의 빛에 가려 음지에서 고생하다가 은퇴를 해야 했다. 결과를 중시하고 과정을 소홀히 한 엘리트 중심의 체육정책으로 인해 폐해가 많았다.

-정부 주도의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 체육 발전을 위해 여러 권고사항을 내놓았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하는 방법으로 주중대회 금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원칙적으로 혁신위의 방향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운영에서 혁신위는 너무 이상론에 치우치고 있는 것 같다. 현장 상황에 맞게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점진적으로 문제점을 풀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자로 잰듯이 하면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다. 엘리트 체육이 위축되고 학생 선수들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

-대한체육회와 KOC 분리문제는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사항으로 떠올랐다. KOC 분리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KOC 분리와 통합 문제는 체육계의 오래된 화두이다. 분리운영됐다가 지금은 통합됐다. 나라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운영한다. 원칙적으로는 분리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KOC는 엘리트 체육에 집중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올리는데 주력하고 대한체육회는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국민체육에 집중하는게 맞다고 본다. 그동안 대한체육회는 KOC를 통합 운영하면서 국민체육에는 소홀히 하고 엘리트체육에만 힘을 쏟아 불균형적인 정책 집행을 했다.”

-체육인 일자리 창출 문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체육인들끼리 일자리가 많지 않아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안타깝다. 배드민턴과 탁구가 체육 종목에서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학교체육, 엘리트체육, 생활체육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일자리 창출이 이어가고 있다. 동호인이 많고 지도자들이 항상 필요하다. 이처럼 스포츠판이 만들어져야 일자리가 창출된다.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서로 상생하는 구조가 돼야한다.”

-체육계의 폭력 행위등을 근절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맞고 때리고 하면서 운동을 가르치던 건 옛날 얘기다. 하지만 체육계에는 일부지만 아직도 폭력이 남아 있다. 폭력이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구조 때문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지도자, 선수, 학부형 들이 서로 소통하고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문제가 생기기 이전에 예방조처를 철저히 해야한다. ”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체육교육자인 깅신욱 교수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정지원 기자]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체육교육자인 깅신욱 교수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정지원 기자]


결과보다 과정 중시하는 교육가

프랑스 사회 사상가이자 교육철학가이기도 한 장자크 루소는 “교실이 있어도 교육을 할 수 있고 책이 없어도 교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사가 없으면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에서 교사가 차지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40여년간 교육계에 투신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가이다.

-교육자로서 지낸 40년을 돌아본다면.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교육 철학으로 삼았다. 일반 학생을 지도할 때나 하키 감독을 할 때도 항상 성적을 내는데 치중하기보다 스스로 즐기고 만족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교육자로서 큰 보람과 긍지를 갖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

-하키 지도자 경력을 좀 얘기해달라.

“서울대에서 동호인으로 하키를 배웠다. 최선을 다해서 운동을 했다. 전농중 체육교사 겸 감독으로 처음 지도자 생활을 했다. 맡은 지 6개월만에 춘계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용산고에서도 선수들을 지도했다. ”

-체육교수로서 활동이 많았는데.

“1989년 단국대에서 교수를 시작한 이후 주로 스포츠 사회학 분야에서 많은 논문과 학회 활동을 했다. 스포츠사회학회장과 한국체육학회장 등을 지내며 스포츠와 사회 활동에 관한 연구 논문을 많이 발표했다. 사회적 구성물인 스포츠가 인류의 삶과 사회구조, 역학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관심을 쏟고 연구를 했다. ”

강신욱 교수는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선거인단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선거인단 수가 4년전 1405명에서 2180명으로 늘어났지만 지방체육을 이끌고 있는 핵심 관계자인 시군구 체육회장과 종목 단체장 들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다음 선거에선서는 반드시 보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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