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38] 왜 ‘사이클링 히트(Cycling Hit)’라고 말할까

2020-12-22 09:03

롯데 자이언츠 오윤석은 지난 10월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데뷔 6년 만에 첫 만루 홈런을 치는 등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에서 기록 달성 후 환하게 웃는 모습. [롯제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오윤석은 지난 10월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데뷔 6년 만에 첫 만루 홈런을 치는 등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에서 기록 달성 후 환하게 웃는 모습. [롯제 자이언츠 제공]
일본 야구는 한국 야구에 많은 영향을 줬다. 1890년대 미국 야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일본은 일제 강점기를 통해 한국에 야구문화를 전해주었다. 일본에 영항을 받은 한국야구에 많은 일본식 용어가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야구는 미국 야구 용어를 일본인들이 발음하기가 어렵거나 뜻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만들어냈다. ‘사이클링 히트(Cycling Hit)’도 일본식 야구영어의 하나이다. 사이클링 히트의 영어 원어는 ‘Hit For The Cycle’이다. 한 타자가 한 경기에서 단타와 2루타, 3루타와 홈런을 모두 쳐낸 것을 말한다. 네 개 중 어느 것 하나라로 빠지면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치는 순서는 정해지지 않는다. 1,2,3루타와 홈런을 순서대로 치는 것은 ‘내추럴(Natural) 사이클링 히트’, 홈런과 3,2,1루타 등으로 역순으로 치는 것은 ‘리버스(Reverse) 사이클링 히트’라고 말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사이클링 히트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1965년 7월16일 한규 브레이브스의 대릴 스펜서가 처음 달성하면서였다고 한다. 스펜서가 기자에게 “왜 자신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가. 오늘 내가 친 것이 사이클링 히트이다”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48년 10월2일 후지무라 후미오가 처음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는 것을 찾아냈다. 후지무라는 1950년 두 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어 원어나 일본식 영어에 모두 사이클이라는 말이 붙은 것은 1,2,3루타와 홈런까지 쳐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왔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정확한 어원에 대한 유래는 밝혀진 것이 없다.

사이클링 히트는 노히트 노런만큼 쉽지 않은 기록이다. 드물기도 하지만 달성하기도 힘들다. 주로 잘 치고 발빠른 선수들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는 경우가 많다. 단타, 2루타, 홈런은 타격 능력만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3루타는 타자의 주루 능력이 뒷받쳐주지 않는 이상 잘 쳐도 기록하기가 힘들다. 주루 능력이 뛰어나도 장타가 없는 선수는 홈런을 치기가 어렵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평균 메이저리그(MLB) 선수가 경기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할 확률은 약 0.00590%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역사에서 공식 기록된 사이클링 히트수를 MLB 30개팀이 시즌 팀당 162게임에 대비시켜 산출한 예상 통계치이다. MLB 역사에서 사이클링 히트는 1882년 커리 폴리를 시작으로 총 330회 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MLB에서 한 시즌 최다 사이클링 히트가 기록된 것은 1933년과 2009년으로 8번이다. 올 MLB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마이애미 돌핀스는 아직가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선수가 없는 유일한 MLB 팀이다.

MLB에서 한 선수가 가장 많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것은 세 번이다. 4명이 이 기록을 달성했다. 신시내티 레즈 존 레일리는 1883년 9월12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2번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뒤 1890년 8월 6일 세 번째 기록을 세웠다. 뉴욕 양키스 밥 뮤셀은 3번 사이클링 히트를 친 2번째 선수이다. 첫 번째는 1921년 5월 7일, 2번째는 1922년 7월 3일, 3번째는 1928년 7월 26일 각각 달성했다. 베이브 허먼은 브루클린 로빈스 (1931년 5월 18일과 7월 24일)와 시카고 컵스 (1933년 9월 30일) 등 다른 팀에서 기록을 세웠다. 안드리안 벨트레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2008년 9월1일 첫 기록을 세운 뒤 2012년 8월 24일, 2015년 8월 3일 텍사스 레인저스의 멤버로서 2번 기록을 추가했다. 벨트레는 공교롭게도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모두 기록을 세웠다.

한국프로야구서 사이클링 히트는 총 27번 나왔다. 원년인 1982년 6월 12일 삼성 라이온즈 오대석이 삼미 슈퍼스타즈를 상대로 기록한 것이 처음이다. 양준혁은 최초로 커리어 통산 2번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선수이다. 외국인 타자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는 2015년 2번의 사이클링 히트 기록을 한 시즌에 세웠다. KBO 역사상 최초의 단일 시즌 기록이다. 2020년 10월 4일 롯데 자이언츠 오윤석은 한화 이글스전에서 역대 처음으로 만루홈런 포함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4.0이닝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성공시켜 역대 최소이닝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