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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47. 축구 아시안게임 징크스 만든 1974 테헤란의 져주기

2020-12-21 06:44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축구. 여전히 남북대결은 피하고 싶은 한판이었다. 이기면 칭찬 두 배지만 지면 ‘패잔병’신세로 처참했다.

사진은 히로시마 아시아게임
사진은 히로시마 아시아게임

8년 전 잉글랜드 월드컵. 북이 두려워 아예 출전을 포기했다. 두고두고 구설수에 올랐지만 그들이 8강까지 간 걸보면 피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이때의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 나라가 앞장서 ‘축구중흥’에 매달렸다.

그래도 아직 북한 축구는 겁나는 상대였다. 우선 처음 나온 아시안게임이어서 전력을 알 수 없었다.

한국은 쿠웨이트, 태국과 같은 조였다. 북한은 중국, 이라크와 한 조였다. 성적에 따라 2차 조별리그에서 만날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더 많았다. 남북 모두 1위가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이라크에게 졌다. 중국에게 이겼으니 2위가 거의 확실해졌다. 한국은 태국을 꺾어 2차 조별리그 진출은 확정지었다. 역시 태국을 누른 쿠웨이트와 조 1,2위를 다투는 경기가 남았다.

그게 문제였다. 쿠웨이트에게 이기면 조 1위. 북한과 일찌감치 만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면 일단 피할 수 있었다.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한국 선수단에는 북한과의 경기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질 수 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북한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으니 그대로 간다는 이야기도 함께 돌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지면 그 뒷감당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은 쿠웨이트에게 0-4의 대패를 당했다. 축구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두 팀의 전력을 감안하면 4골차 패배는 아니었다. 졌는데도 코칭스탭들은 그다지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 져주기는 당연시 되었다.

어쨌든 대패한 한국은 일단 북한을 피했고 이라크, 이란, 말레이시아와 2차 조별리그전을 벌였다. 여기서 또 한 번 일이 꼬였다.

이라크와 비기고 이란에겐 지는 바람에 결승진출은 어렵게 되었지만 말레이시아를 누르면 동메달전이었다. 하지만 다른 조의 북한 역시 강팀(?)의 면모를 살리지 못하고 3,4위전으로 밀려났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격이었다. 기껏 피했는데 결정적일 때 또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 동메달에 목숨 걸 필요가 있을까. 북한 축구가 그리 강하지 않다지만 남북대결은 어찌 될지 알 수 없었다.

북과 싸워 동메달을 놓치면 지금껏 해온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었다. 져주기까지는 몰라도 한국선수단은 말레이시아전에 무심했다. 무심의 결과는 2-3 패. 북한과의 대결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끝나고 보니 북한은 우리가 생각한 만큼 강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동메달을 따지 못했다. 북한이 두려워 도망 다니며 ‘말도 안 되는’ 경기를 한 1974년 테헤란아시안게임.

그때 ‘져주기의 악령’이 생겼을까. 아시안게임 한국 축구는 더러 이해할 수 없는 경기를 했다. 분명 아시아 최강인데도 매번 그에 걸맞는 성적을 못 냈고 심지어는 ‘말도 안 되는’경기를 하기도 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우승을 예상했으나 느닷없이 우즈베키스탄에게 당해 결승에도 못 나섰다. 슈팅 수 25-1, 그러나 결과는 0-1 패였다. 그것도 맥없이 돌돌돌돌 굴러가는 공을 골키퍼가 가랑이 사이로 흘린 때문이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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