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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16] ‘노히트 노런(No Hit No Run)’과 ‘노히터(No Hitter)’는 어떻게 다를까

2020-11-30 05:00

지난 9월13일 생애 첫 '노히터'를 달성한 시카고 컵스의 알렉 밀스. [EPA=연합뉴스]
지난 9월13일 생애 첫 '노히터'를 달성한 시카고 컵스의 알렉 밀스. [EPA=연합뉴스]
‘노히트 노런(No Hit No Run)’은 일본식 영어이다. 말 그대로 무안타, 무실점 경기를 뜻한다. 한 경기를 마치는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실점도 내주지 않고 이긴 기록이라는 의미이다. 노히트 노런은 볼넷이나 실책 등으로 주자를 허용하더라도 안타를 맞지 않고, 실점을 하지 않으면 인정이 되는 공식 기록이다. 워낙 드물게 나오는 기록인만큼 이를 달성한 투수는 최고의 영예를 안게된다. 일본 야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야구는 노히트 노런이라는 말을 같은 의미로 쓴다.

미국 야구서는 노히트 노런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노히터(No Hitter)’라는 말을 대신 사용한다. 노히터는 단 한 번의 안타를 때리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메이저리그(MLB)서는 9이닝 동안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라고 공식 규정한다. 상대팀으로부터 안타를 허용하지 않은 투수는 “노히터를 던졌다”고 말한다. 노히터는 MLB에서 아주 작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1876년 MLB가 시작한 이후 총 305개가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1년에 평균 2개 정도 나온 셈이다.

일본식 영어인 노히트 노런은 영어 노히터보다 용어면에서 좀 더 적절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히트 노런은 노히터보다 투수가 올릴 수 있는 상황을 좀 더 강화한 조건이다. 노히트 노런은 투수가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는 것 못지않게 점수를 내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지더라도 수비수가 실수를 범한다면 노히트 노런은 달성할 수 없다.

하지만 노히터는 점수를 내주고 경기에 졌을 때도 달성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지난 1964년 4월23일 콜트 45(현 휴스턴 애스트로스 전신) 투수 켄 존슨은 홈경기에서 자신의 전 소속팀인 신시내티 레즈를 맞아 노히터 경기를 펼치고도 1-0으로 패배했다. 이 경기의 유일한 실점은 9회초 피트 로즈가 존슨의 실책으로 2루에 진출한 후 그라운드 땅볼로 3루로 진루한 데 이어 평범한 땅볼 타구를 2루수가 다시 실책을 범해 득점을 올린 것이다. 존슨은 MLB 역사에서 아직도 노히터 기록을 세우고도 유일한 패전 투수로 기록돼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적용하는 노히트 노런에서는 절대 패전투수 기록이 나올 수 없다. 노히트 뿐 아니라 점수를 허용하지 않는 조건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노히트 노런은 미국 기준으로도 노히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존슨의 경우처럼 미국 노히터는 노히트 노런으로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노히트 노런과 노히터는 다른 점이 또 있다. 노히트 노런은 1회 노아웃 때 한 교체가 아닌 이상 투수 한 명에게만 적용하지만 노히터는 여러 명 투수가 이어서 작성할 경우도 기록으로 인정한다. 어떤 형태로든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게임(Perfect Game)는 자동적으로 노히트노런과 노히터 게임으로 기록된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지난 1982년 출범이후 노히트노런이 14번 기록된 것으로 집계됐다. 1984년 해태 타이거스 방수원이 삼미전에서 탈삼진 6개, 사사구 3개를 기록하며 최초의 노히트노런을 세웠다. 가장 최근은 2019년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덱 맥과이어가 한화 이글스전에서 탈삼진 13개, 사사구 2개를 낚으며 14번째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020년 9월 13일 시카고 컵스의 알렉 밀스가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단독 노히터 기록을 세웠다. 복수 노히터는 2019년 8월 3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애런 산체스, 윌 해리스, 조 비아기니, 크리스 데벤스키가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낚았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한국과 일본야구에서 노히트 노런이나 노히터와 같은 대기록을 세우려는 순간, 팀 동료들이 미리 언급하는 것을 삼가는 것이 불문율로 돼 있다. 귀중한 기회가 선수들의 ‘입방정’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동료 투수가 대기록을 세울 때는 서로 간의 대화를 피하며 조용히 기다린다고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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