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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43. 베를린올림픽마라톤과 상록수의 심훈, 조선중앙, 동아일보의 유해붕, 이길용

2020-11-23 07:41

손기정이 마라톤에서 우승 한 날은 1936년 8월 10일 새벽(한국시간)이었다. 날이 밝으면서 손기정의 마라톤 금메달, 남승용의 동메달 소식이 전해지자 한반도는 발칵 뒤집혔다.
[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43. 베를린올림픽마라톤과 상록수의 심훈, 조선중앙, 동아일보의 유해붕, 이길용


조선중앙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매일신보 등은 너나없이 호외를 찍었고 신문사 앞에 마련된 속보판에는 하루 종일 사람들이 모여 기사를 보고 또 보았다.

심훈의 ‘오오, 조선의 남아여’

영원한 미소의 상록수 작가 심훈
영원한 미소의 상록수 작가 심훈


‘상록수’의 작가 심훈은 손기정이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오, 조선의 남아여!’라는 시를 지어 기쁨을 나타냈다.

그대들의 첩보를 전하는 호외 뒷등에 붓을 달리는 손은 형용 못할 감격에 떨린다.

이역의 하늘 아래서 그대들의 심장 속에 용솟음치던 피가 2천3백만의 한 사람인 내 혈관 속을 달리기 때문이다.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은 깊은 밤 전승의 방울 소리에 터질 듯 찢어질 듯 침울한 어둠 속에 짓눌렸던 고토의 하늘도 올림픽 거화를 켜든 것처럼 화다닥 밝으려 하는구나!

오늘밤 그대들은 꿈속에서 조국의 전승을 전하고자 마라톤 험한 길을 달리다가 절명한 아테네의 병사를 만나 보리라. 그보다도 더 용감하였던 선조들의 정령이 가호하였음에 두 용사 껴안고 느껴 울었으리라.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전 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

심훈은 이 시를 지은 후 일본 경찰에 끌려가 심한 고초를 겪었다.

유해붕과 이길용의 일장기 말소

조선중앙일보의 유해붕기자는 손기정 우승 3일후인 8월13일 시상대에 선 손기정의 사진을 입수했다. 유해붕은 그날 신문에 사진을 내면서 손기정 가슴팍에 붙은 일장기를 지워버렸다. 손기정이 조선 사람임을 강조하고 조선 사람의 우수성을 모든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조선중앙일보는 민족지도자였던 여운형이 출옥 후 사장을 맡고 있던 신문이었다.

그리고 8월25일, 보다 선명한 사진을 구한 동아일보도 손기정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신문에 실었다. 신문을 본 조선 총독 미나미는 격노했고 일본 순사들이 동아일보에 들이닥쳐 기자들을 떼로 연행했다.

체육 주임기자 이길용, 사회부장 현진건, 잡지부장 최승만, 사진과장 신낙균, 사진 제판 담당 서영호 등 5명이 일장기 말소의 주요 용의자로 꼽혔다. 다른 사람들은 오래지 않아 석방됐지만 이들 다섯 명은 40일 동안 풀리지 않은 채 고문에 시달렸다.

고문의 주된 목적은 일장기 말소가 동아일보 창설자 김성수(조선체육회 창립 발기인, 이사를 지냄)와 사장 송진우(조선체육회 이사를 지냄) 의 직접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걸 자백받기 위한 것이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8월 29일자로 무기한 간행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길용 등 다섯 명은 언론계 영구 추방의 조건으로 풀려났다.

동아일보는 다시 발행되었으나 조선중앙일보는 영영 발행하지 못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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