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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09] 왜 ‘베이스 온 볼스(Base On Balls)’의 ‘볼스’는 복수형으로 쓸까

2020-11-23 05:35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7월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가진 LG 트윈스와 가진 홈경기에서 12회 연장 접전끝에 밀어내기 볼넷으로 7-6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사진은 삼성 선수들이 승리를 축하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7월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가진 LG 트윈스와 가진 홈경기에서 12회 연장 접전끝에 밀어내기 볼넷으로 7-6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사진은 삼성 선수들이 승리를 축하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스 온 볼스(Base On Balls)'라는 용어는 야구의 역사적 진화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처음 이 단어를 접하는 이라면 도무지 그 의미가 와 닿지 않는다. 직역으로 하면 타자가 볼 수에 따라 베이스 위를 밟는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타자가 볼 4개를 골라 1루에 걸어 나가는 경우를 말한다. 한 때는 일본식 영어인 ‘포볼(Four Ball)’, 한자 조어인 ‘4구(四球)’라고 말했다.

그럼 왜 볼 숫자를 4개로 정하지 않고 일반형 복수로 했을까. 그 이유는 애초에 볼 4개로 걸어나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 야구 초창기 시절 이 규정은 여러 번 변화를 겪었다. 경기 시간을 단축하고 투수들에게 볼을 남발하는 것을 제한해야 했기 때문이다.

야구 창시자로 알려진 미국 알렉산더 카트라이트(1820-1892)는 1845년 사교로 즐기던 최초의 야구팀 니커보커스팀 경기를 좀 더 정교하고 재미있는 규칙으로 만들어 적용하기 시작했다. 21점을 내야 이기고, 한 타석 당 타자는 스윙을 3번으로 제한하며 투수는 타자가 원하는 곳으로 던졌다.

야구가 대중들의 인기를 끌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타자들이 일부러 공을 치지 않아 경기가 저녁 해가 질때까지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타자들의 경기 지연행위를 막기 위해 처음으로 스트라이크 존(Strike Zone)과 ‘Called Strike’ 개념이 생겼다. 타자가 지정한 코스를 스트라이크 존이라고 불렀으며, 투수가 그 코스로 공을 던졌는데 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를 선언(Called Strike)했다. 하지만 투수들은 공을 맞지 않기 위해 지정한 스트라이크 존에서 가급적 멀리 던져 시간이 지연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으로 던지지 않은 공에 대해 ‘Called Ball’이라고 선언하고, 볼로 판정된 공이 일정 개수를 넘으면 타자가 마치 안타를 친 것과 같이 1루에 진루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베이스 온 볼스의 시초였던 것이다. 볼을 많이 던지면(On Balls) 타자에게 진루권(Base)을 준다는 의미였다.

1876년 메이저리그가 출범했을 때 기준은 9개였다. 투수가 9개 볼을 던져야 타자가 출루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타자가 스트라이크 3개를 받으면 삼진으로 아웃되는 반면 투수는 볼 9개를 적용하다보니 투수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볼 숫자를 점차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1880년 8개, 1882년 7개, 1884년 6개, 1886년 다시 7개, 1887년 5개로 규정을 각각 고쳤다. 1887년 볼 5개 규정으로 개정하면서 타자들이 투수들에 대해 스트라이크 높낮이를 주문하는 규정을 폐지하고 투수는 자신의 의사대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했다. 1889년 오늘날과 똑같은 볼 4개 규정이 적용됐다.

볼 4개 규정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1971년 3월10일 일본 프로야구 롯데 오리온스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스프링캠프를 차릴 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볼 3구 룰을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연습경기를 가졌다. 경기 진행을 빨리 하려는 목적에서 시도한 것이었는데 경기 시간도 3시간 5분 정도 걸려 볼 4구 룰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시험 경기로 그치고 말았다.

국내서는 한동안 볼 4구 룰을 일본에서 쓰던대로 포볼, 4구등으로 썼었다. 베이스 온 볼스의 또 다른 영어 표현인 ‘워크(Walk)’나 ‘패스(Pass)’라는 말을 쓰기는 했지만 일본식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 용어가 잘못된 일본식 용어라는 인식이 본격화하면서 1980년대 초반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뒤 ‘볼넷’이나 ‘걸어 나가기’ 등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히트바이피치(Hit By Pitch)를 데드볼(Dead Ball)이나 사구(死球)로 불렀던 것을 몸에 맞는 공으로 바꿔 부른 것처럼 말이다. (본 코너 208 ‘ ’데드볼(Dead Ball)’이라는 말을 쓰면 안되는 이유 참조)

또 포볼과 데드볼을 함께 묶어 부른 ‘사사구(四死球)도 ’걸어 나가기‘라는 말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본 코너 6 ’영어 세 단어를 두 단어로 줄인 합성어 '사사구' 참조)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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