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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47. 김응용과 평지풍파(平地風波) ⓵

2020-11-17 06:13

-공연히 일을 만들어서 분쟁을 일으키거나 사태를 어렵고 시끄럽게 만든다. 당 시인 유우석의 죽지사(竹枝詞)중에.

답답하다 못해 한심했다. 어떻게 그렇게 질 수가 있나. 온갖 욕을 먹어 가면서도 50여억원을 퍼부을 땐 ‘영광’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영광은커녕 3승 4패로 역전패, 한국시리즈 문턱도 못 밟았으니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노릇이었다.

[프로야구 손자병법] 47. 김응용과 평지풍파(平地風波) ⓵


1999년 삼성은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매직리그 1위로 플레이오프전에 나섰다. 4강팀이 두산, 한화, 롯데였기에 내심 ‘이번만은’하며 시리즈 우승을 넘보고 있었다.

예상대로였다. 삼성은 플레이오파전 파트너 롯데를 3승 1패로 몰아붙였다. 1승만 더하면 한국시리즈였고 상대가 그 중 손쉬운 한화였기에 김칫국부터 마셨다. 그러나 웬걸, 잘 나가던 팀이 내리 3연패하며 추락하는 것이 아닌가.

대구 7차전에서 홈 관중들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롯데 호세에게 먹다 남은 컵라면 등을 던지고 호세는 방망이를 집어던져 퇴장당하는 난리를 겪으면서도 끝내 연장전에서 패해 시리즈 진출권을 ‘만만한 롯데’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역전패. 감독의 지휘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삼성 프런트는 또 한 번 욕 먹을 결심을 했다. 욕을 좀 먹더라도 계획하고 있는 확실한 비책만 성공하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했다.

삼성의 비책, 그것은 한국시리즈 9회 우승 감독, 김응용을 영입하는 것이었다.

기(起) -결단. 김응용밖에 없다. 삼성의 마지막 카드이며 유일한 선택이다. 비용은 얼마가 들더라도 좋다. 베팅은 최대한 세게 한다. 10억원, 아니 원한다면 계약금에 3년 연봉을 합쳐 20억 원이라도 감수한다. 첫 대면부터 강하게 밀어 붙인다.

승(承) -유혹. 우회적인 방법으로 접근한다. 김 감독의 임기가 11월말로 만료되니 정기주 해태 사장에게도 운을 띄운다. 낌새가 좋았다. 정사장이 “알아서들 하라”고 했다. 김 감독도 만나자고 하자 별말 없이 “그럽시다”고 했다. 절반의 성공.

전(轉) -약속. 김응용 감독을 만났다. 계획하고 있던 영입금액을 제시했다. 해태에선 상상도 할수 없었던 거액이었다. 마침 김 감독은 “재계약금 없이 1년만 더 맡아 달라”는 구단의 반응이 심드렁해 기분 나빠 있던 터. 뜻이 맞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얻을 건 다 얻었다.

결(結) -성공. 언론을 통해 흘렸다. 흘리지 않을 수도 없었다. 서정환 감독을 내팽개치면서 이미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고 있었다. 김응용 감독이 중국 전지 훈련지 사전 답사 차 국내에 있지 않는 사이 소문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중국에서 돌아 온 김 감독은 공항에서 짧게 한마디 했다. “삼성으로 가고 싶다.”

작전은 끝났다. 대성공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그날 밤 밀사를 파견했다. 김 감독이 마지막으로 한 한마디가 영 찜찜해서였다. “구단이 허락한다면...”. 밀사는 김 감독의 오랜 친구인 신용균 코치였다.

김 감독은 친구에게 말했다. “삼성에 못 가면 옷을 벗겠다.” 신용균 코치는 전수신 삼성 사장에게 곧 바로 보고했다.

11월 4일 오전 9시, 전 사장은 전화를 내려놓으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박건배 구단주와의 면담을 앞둔 김 감독이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오시는 걸로...”

“아, 예. 걱정마셔요.”

반전(反轉). 1시간 여 후. 전수신 사장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찼다. 김 감독이 구단주를 만난 후 딴청을 부렸다. 그것도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해태에 남겠다. 삼성과는 이야기 한 적도 없다.”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삼성은 그간의 세세한 내용을 풀어놓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고 삼성의 ‘김응용 모시기 작전’은 대실패로 끝났다. 괜한 바람을 일으켜 욕먹고 망신만 당한 채.

일이 왜 그렇게 꼬였을까?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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