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코리안 메이저리거 실록 2020(KMP 27년)] 김광현은 ‘꿩 대신 닭’이었다

2020-10-30 05:19

격동의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2020시즌이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메이저리그도 휘청거렸다. 시즌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야구는 계속되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7월 25일 개막하긴 했으나,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속출했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는 코로나19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사투를 벌였다. 결국, 큰 위기 없이 시즌을 마쳤다. 돈도 중요했지만, 야구를 계속 해야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강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보다 상황이 몇 배나 나쁜 미국에서 4명 중 단 한 명도 낙오됨이 없이 완주했다. 그들은 어떻게 코로나19를 이겨냈을까? 코리안 메이저리그 27년째인 올해 Q&A 방식으로 이들의 야구 세계로 다시 들어가 본다.

김광현
김광현

■ 7월 25일(이하 한국시간)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 세이브는 기록했으나...

- 김광현은 SK 와이번스와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아 있었는데, 어떻게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었나?


“SK 구단의 통 큰 배려였다. 그동안 SK를 위해 할 만큼 해줬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4년 전 메이저리그 진출 실패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작용했다. 무엇보다 김광현의 의지가 큰 몫을 했다.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더 이상 잡아봤자 구단에 도움이 될 게 별로 없었다.

- 예상보다 빨리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서 김광현 측 에이전트와 세인트루이스 등 몇 개 구단과 협상을 벌였다. 이 중에는 김광현에게 4년 전 200만 달러의 포스팅비를 제시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도 있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간만 보는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가장 적극적이었던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기로 했다. 2016년 오승환의 입단을 성사시킨 세인트루이스 스카우트 총괄 책임자 맷 슬레이터가 중간에서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간 보장 금액 800만 달러(옵션 포함 1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SK에서 활약하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한 메릴 켈리의 2년 550만 달러의 보장 계약과,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이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912만 5000달러에 계약을 맺은 것에 비해 좋은 조건이었다. 세부 계약에 따르면, 선발로 15경기 등판 시 30만 달러, 선발 20경기 등판 시 30만 달러, 선발 25경기 등판 시 40만 달러로 총 100만 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구원 등판해서 마지막 투수로 경기를 끝냈을 때 40경기 50만 달러의 조건도 붙었다. 포스팅이 시작된 지 1주일 만에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부 구단 스카우트가 “너무 빨리 진행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 일부 지역 매체가 김광현과의 계약은 ‘꿩 대신 닭’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당시 메체들은 세인트루이스가 매디슨 범가너 또는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몸값이 비쌌다. 오승환을 잘 써먹은 적도 있어 세인트루이스가 KBO 출신 투수들을 좋게 봤다. 큰 돈 들일 필요가 없었다.”

- 코로나19 사태로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이 미뤄졌다.

“스프링캠프에서 너무 잘했다. 시범경기에서 4경기에 나와 8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선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여파로 스프링캠프가 중단되고, 시즌 개막이 연기되는 변수를 만났다. 미국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김광현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었다. 시즌 개막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어 한때 귀국도 고려했다. 그러나, 귀국시 2주간의 격리 등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데다, 멘탈적인 부문에서 강한 면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미국에 잔류하기로 했다. 이때 팀내 베테랑 투수 웨인라이트(39)가 김광현의 캐치볼 파트너가 돼 훈련에 도움을 줬다. 웨인라이트 덕분에 김광현도 시즌 준비를 무사히 이어갈 수 있었다. 김광현은 웨인라이트가 없었다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 선발 경쟁에서 밀렸다.

“아쉬웠다. 컨디션이 워낙 좋라 모두들 김광현이 제5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마무리로 낙점됐던 조던 힉스가 코로나19로 시즌을 포기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카를로스 마르티네즈와 김광현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마리트네즈를 제5선발에, 김광현을 마무리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실망스런 결과였다. 마르티네즈의 선발 경험을 더 중요시했다. 미국은 경력을 매우 중요시한다.”

- 개막전에서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개막전에 마무리로 출격했다. 5-2로 앞선 9회 초에 등판해 1이닝을 2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막고 세이브를 수확했다. 공 19개로 1이닝을 소화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0㎞였다. 슬라이더 최고 구속은 140㎞였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거둔 한국인 투수는 1999년 3월 30일 뉴욕 메츠를 상대로 세이브를 챙긴 김병현(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과 김광현 두 명뿐이다.”

- 세이브를 거두는 과정이 쉽지 않았디.

“김광현이 처음 상대한 타자는 피츠버그의 간판 조시 벨이었다. 김광현은 벨을 3루 쪽 땅볼로 유도했다. 그런데, 세인트루이스 3루수 토니 에드먼이 공을 놓쳤다. 에드먼은 ‘한국계’ 미국 선수다. 타구가 강하긴 했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이었다. 실책이었다. 김광현은 한때 강정호와 경쟁했던 후속타자 콜린 모란에게 시속 133㎞ 슬라이더를 던지다 우익수 쪽 2루타를 맞아 무사 2, 3루의 위기에 몰렸다. 이어 호세 오수나가 김광현의 시속 137㎞ 슬라이더를 받아쳐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쳤다. 1점 차로 바짝 추격당했다. 잘못하다가는 블론세이브를 할 수도 있은 상황이었다. 정신을 차린 김광현은 다음 타자 길레르모 에레디아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제이컵 스탈링을 시속 149㎞ 직구로 유인해 2루수와 유격수로 이어지는 병살 타로 매조지했다.”

- 마무리 투수 적응이 잘안된 것 같다.

“김광현은 한국에서 거의 선발 투수로만 뛰었다. 2007년 프로에 입문해 2019년까지 정규시즌에서 298경기에 등판했는데, 이 중 276경기를 선발 투수로 치렀다. 정규시즌에서는 홀드 2개만 챙겼을 뿐, 세이브를 거둔 적은 없다. 2010년과 2018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등판해 팀 우승을 확정하는 세이브를 기록한 적은 있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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