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37. ‘약속의 8회’ 원조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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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10-2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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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9월 14일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마지막 경기. 대한민국와 일본이 우승을 놓고 싸움을 벌였다. 두 나라는 똑같이 7승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둘 다 이탈리아에게 한 번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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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첫 게임에서 대한민국을 잡아 애타게 하더니 일본까지 잡아 한시름 놓게 했다. 이탈리아가 이 대회에서 이긴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었다.

운명의 외나무 다리,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었다. 일본은 에이스 스즈키, 대한민국은 선동열을 선발 마운드에 올렸다. 선동열은 대회가 시작되면서 에이스로 쑥 컸다. 그러나 선동열은 2회 2점을 내주고 말았다. 우리 타자들은 스즈키에게 속절없이 녹아내렸다.

0-2의 상태가 계속 흐르고 흘러 8회가 되었다. 안타는 7회말 한대화가 때린 게 유일했다. 도저히 이길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반일감정이 치솟고 있을 때여서 이대로 진다면 관중들의 소주병 세례를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선수단도 역적 소리를 들어야 했다.

모두가 반쯤은 포기하고 있던 8회말 마침내 타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8번 타자인 포수 심재원이 선두타자로 나와 중전안타를 터뜨렸다. 8번 타자가 공격의 물꼬를 터주면 그건 엄청난 청신호.

어우홍 감독은 대타를 집어넣었다. 김정수였다. 김은 중견수를 넘기는 시원한 2루타를 날렸다. 심재원이 홈을 밟았다. 1-2였고 무사2루였다. 잠실체육관은 아연 활기를 뜨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흥에 겨웠고 중계진의 목소리도 들뜨기 시작했다.

조성옥의 번트로 1사 3루.

‘어우홍감독은 전형적인 점수내기 방법인 스퀴즈번트 사인을 냈다. 당시 흔하게 쓰던, 속칭 짜내기였다. 타석의 김재박은 당연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일본 배터리도 알았다는 듯 사인을 주고받았다. 바깥쪽으로 높게 볼을 뺐다. 김재박은 펄쩍 뛰며 방망이를 갖다 대었다.’

속절없이 당하는 상황. 김재박이 번트를 대지 못하면 ‘작전’에 의해 홈으로 뛰어들던 김정수는 죽고 1사 3루가 기껏 2사 1루가 되면서 기회가 물 건너 갈 수도 있었다. 일본배터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김재박은 큰 일 났다 싶었다.

그런데 3루주자 김정수는 별다른 액션이 없었다. 김재박이 번트하기 전부터 뛰어야 하는데 움찔할 뿐 막무가내로 뛰어들진 않았다.

사인을 잘못 읽은 것이었다. 어우홍 감독은 일본이 관중석 등에 스파이를 심어 우리 팀 사인 훔치기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일본전엔 사인을 바꾸고 모두에게 통보했다. 그러니 어감독이 날린 사인은 가짜였다. 그냥 지나치는 것으로 아무 작전도 아니었다.

그런데 김재박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걸 놓쳤다. 못 들었을 수도 있고 깜빡 잊어버릴 수도 있도. 일본 배터리는 당연히 알지 못하고 원래대로인줄 알고 번트에 대비해 공을 한참 뺀 것이었다.

모두들 놀라 안타까운 소리를 내고 있을 때 김재박의 ‘개구리 점프’ 번트는 라인 안쪽을 절묘하게 파고 들었다. 안타성이었고 안타였다. 김정수는 바쁘게 홈에 들어와 2-2 동점을 만들었고 김재박은 1루에 안착했다.

모든 게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이해창이 안타를 이어 1사 1, 2루가 되었지만 장효조의 내야땅볼을 때리는 바람에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아웃 카운트만 투아웃으로 하나 늘었을 뿐 여전히 1, 2루였다.

한대화가 타석에 들어섰다. 일본 마운드는 구원투수 세키네였다. 투스트라이크가 된 상황에서 세키네의 공이 멋지게 파고 들었다. 한대화는 움찔했고 세키네는 환호할 폼을 취했다. 스트라이크성이었다. 그러나 주심은 볼로 판정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한대화. 풀카운트에서 들어오는 6구째에 빠르게 방망이를 돌렸다. 공이 쭉쭉 뻗어나갔다. 홈런이었다. 역전 3점홈런이었다. 8회였다.

이후 올림픽, WBC, 아시안게임등 우리가 간절히 원할 때마다 터져 나온 ‘약속의 8회’ 원조였다.

5-2. 대한민국은 짜릿하고 통쾌한 역전승을 올리며 아시아 최초로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9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5피안타 승리투수가 된 선동열은 대회 MVP로 뽑혔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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