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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변신한 KT는 창단 6년만에 첫 PS 진출---무변신 한화는 6년만에 꼴찌

2020-10-23 09:29

6년이라는 세월. 무작정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세월이지만 끊임없이 변신하며 새로움을 추구하기에는 또 너무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제7구단의 한화와 제10구단의 KT는 6년의 세월은 과연 짧았을까? 아니면 길었을까?

KT는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6회와 8회에 각각 8득점씩을 하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승리하면서 창단 6시즌만에 첫 PS 진출을 확정지었다. 사진은 6회에 8득점하면서 환호하는 KT 더그아웃 [연합뉴스]
KT는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6회와 8회에 각각 8득점씩을 하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승리하면서 창단 6시즌만에 첫 PS 진출을 확정지었다. 사진은 6회에 8득점하면서 환호하는 KT 더그아웃 [연합뉴스]
프로야구 정규시즌 종료를 8일 앞둔 22일 막내구단인 KT는 잠실 원정경기에서 1이닝씩을 건너 8득점씩을 하는 빅이닝으로 두산을 17-5로 누르고 78승60패1무(승률 0.565)로 다섯 경기를 남겨놓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2015년 1군 무대에 첫 선을 보인 뒤 3시즌 연속 꼴찌의 시련을 딛고 6시즌만에 이룬 쾌거였다.

같은 날인 대전에서는 KIA와 한화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 앞서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바로 한화의 프렌차이즈 스타이자 레전드인 김태균의 은퇴기자 회견이었다. 김태균은 "우리 팀에는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다. 우리 팀도 강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그런 선수들을 보면서 항상 좋은 기회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후배들이 제가 이루지 못한, 우승이라는 꿈을 이뤄주길 바란다"라며 은퇴의 변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며 20년 동안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리고 가진 경기에서 한화는 KIA에 4-10으로 패하면서 43승93패3무(승률 0.316)로 남은 다섯 경기에 관계없이 꼴찌인 10위를 확정했다. 막내구단인 KT가 1군 리드에 데뷔하기 직전 해인 2014년 꼴찌를 한 뒤 6년만에 다시 찾아 온 꼴찌의 불명예였다.

이렇게 6년의 시차를 두고 KT와 한화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게 된 연유는 어디에 있을까?

돌이켜보면 KT와 한화는 지난 6년 동안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닮은 점이라면 거액을 들인 외부 FA의 영입보다는 오히려 내부 신인들의 육성에 힘썼다는 점이다. KT는 2016년 60억원으로 유한준을 영입했고 2017년 11월에는 4년 88억원으로 황재균을 받아 들였다. 바로 신생팀으로 팀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야 할 베테랑들의 영입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KT는 2018년 이대형, 2019년 박경수, 금민철, 2020년 유한준과 FA 계약을 했지만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에서 FA가 된 선수였다.

한화는 22일 대전 경기에서 KIA에 패해 2014년 이후 6년만에 다시 꼴찌로 추락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화는 22일 대전 경기에서 KIA에 패해 2014년 이후 6년만에 다시 꼴찌로 추락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화는 2013년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LA 다전스로 떠나며 남긴 2573만달러(당시 한화 약 280억원)의 포스팅 비용으로 2014년 178억원, 2015년 96억원을 FA 계약에 썼고 2016년에는 김태균, 정우람과 각각 4년계약에 84억원으로 FA 계약을 맺은 등 191억원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후부터는 거의 팀에서 FA가 된 선수들과 재계약을 했고 외부 FA 영입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특히 한화는 김응용(2013년~2014년), 김성근(2015년~2017년 중도 퇴진) 감독 재직 동안 대형 FA 계약 덕분으로 한용덕 감독이 지휘봉을 맡은 2018년에는 3위에 오르는 성과를 낸 뒤부터는 더욱 외부 FA 영입에는 문을 잠그고 말았다.

이렇게 외부보다는 내부 육성에 눈을 돌린 점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팀은 정반대로 변했다. 1986년에 제7구단 빙그레 이글스로 창단한 한화는 34년의 역사를 통해 베테랑들이 많은 팀으로 바뀌었고 반면 이제 갓 6년밖에 되지 않는 KT는 젊고 활력있는 팀으로 변모했다.

KT는 팀 창단과 함께 꼴찌에서 얻은 프리미엄(?)으로 우수 신인선수들을 지명으로 받아 들여 육성에 힘썼다. 강백호, 소형준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와달리 한화는 고참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나갔다. 특별히 신인급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에 외국인선수들을 활용하는 점도 완전히 달랐다. KT는 11승(11패)을 올린 라울 알칸타라를 과감히 버리고 대신 15승을 기대한다며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영입했다. 결과적으로 알칸타라는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18승을 해 잘못된 선택인 듯 보였지만 알칸타라 대신 들어온 데스파이네가 정확하게 15승을 거두면서 내부적으로는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KBO 리그 4년 차를 맞은 멜 로하스 주니어는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면서 올시즌 타자 쪽에서 무소불위의 독불장군으로 군림했다.

반면 한화는 외국인선수 3명과 모두 재계약을 했으나 제라드 호잉은 도중에 퇴출 당했고 서폴드나 채드벨 어느 누구도 10승 문턱을 넘지 못하는 부진으로 한용덕 감독의 중도퇴진, 팀의 꼴찌 전락과 운명을 같이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것만으로 KT와 한화의 올시즌 변화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변화가 없으면 살아남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팀이 무너지기에는 한순간이지만 리빌딩을 하는데는 수년이 걸리기 마련이다. 변화하는 팀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는 올시즌 KT와 한화의 달라진 위상에서 그대로 증명이 된 셈이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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