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44. 선동열의 새옹지마(塞翁之馬)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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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10-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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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 예측불허의 세상만사, 어떤 게 복이고 어떤 게 화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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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4월 4일 나고야 돔의 센트럴리그 개막전. 주니치의 선발 야마모토는 9회 2사까지 1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대단한 호투, 완투로 가는 분위기였다. 8회부터 몸을 풀고 있던 선동열은 ‘오늘은 등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한 타자만 처리하면 끝. 야마모토는 마지막 타자를 잡기위해 어깨에 잔뜩 힘을 넣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2루타에 이어 3루타까지 얻어맞아 3-2까지 몰렸다. 호시노감독은 급히 선동열을 불러올렸다.

선동열의 시즌 첫 등판.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선동열의 첫 공이 시속 148km로 날았다. 깔끔한 스트라이크였다. 4만5,000여명의 관중이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두 번 째 볼은 타자의 기를 죽이기 위한 몸 쪽 공.

그러나 손에서 미끄러지며 포수 미트를 스치고 뒤로 빠졌다. 기회를 잡은 요코하마의 3루주자 사에키가 번개처럼 홈으로 뛰어 들었다. 깜짝 놀란 선동열도 홈으로 뛰어 갔다. 포수 나카무라가 재빨리 공을 주워 선동열에게 던졌다.

공을 받은 선동열은 온몸을 던지다싶이 하며 홈으로 파고드는 사에키를 덮쳤다. 선동열의 동작이 약간 늦은 듯했지만 주심은 씩씩하게 아웃을 선언했다.

‘폭투작전’이라는 것이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쓰는 마지막 전략쯤 된다. 폭투로 3루 주자를 유인해서 아웃시키는 것으로 포수가 공을 빠뜨리면 주자는 당연히 신이 나서 뛰어든다. 하지만 처음부터 계산된 폭투여서 주자는 홈을 밟기도 전에 태그아웃이다.

그러나 이 날 선동열의 폭투는 작전이 아니었다. 실투였다. 그리고 아웃도 아니었다. 경기 후 슬로우 비디오로 다시 봐도 세이프였다. 요코하마 쪽에서 울그락불그락 했으나 소용없는 일, 이미 주심은 아웃을 선언한 뒤였다.

주심의 오심 덕에 공 2개로 시즌 첫 세이브를 올리며 출발한 선동열은 29세이브 포인트까지 거침없는 무패행진을 했다.


1997년 8월 6일 나고야 히로시마 카프전. 선동열은 9회 마운드에 올랐다. 두 타자를 플라이로 가볍게 처리했다. 남은 한 타자만 잡으면 센트럴리그 연속 구원 신기록과 최단기간 30세이브 포인트였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오카타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후 연속도루하고 기무라가 볼넷으로 걸어 나간 후 또 도루, 순식간에 2사 2. 3루가 되고 말았다.

‘볼넷작전’이 있다. 강타자를 피하기 위해 흔히 쓴다. 그러나 기무라는 볼넷작전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볼넷도 아니었다. 슬로 비디오로 분석한 결과 쓰리 볼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마지막 공은 분명히 스트라이크였다. 주심의 오심만 아니었다면 기무라는 삼진이고 선동열은 무패행진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끝난 일, 다음 타자를 막으면 그만이었지만 로페스는 2타점 적시타로 선동열을 두들겼고 선은 시즌 첫 패전의 멍에를 졌다.

억울하기 그지없는 오심.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행운의 4월 오심 덕에 시즌을 산뜻하게 출발, 여기까지 왔으니 8월의 오심에 마구 분통을 터뜨릴 일도 아니었다. 피장파장의 오심, 그래서 매사 일희일비할 일이 아닌거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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