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니아 노트] FC 바르셀로나 회장 탄핵과 축구 민주주의

2020-10-11 18:04

간판 스타 리오넬 메시 이적파동과 무리한 선수 영입 등으로 클럽 회원들에 의해 탄핵에 몰리게 된 FC 바르셀로나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회장.
간판 스타 리오넬 메시 이적파동과 무리한 선수 영입 등으로 클럽 회원들에 의해 탄핵에 몰리게 된 FC 바르셀로나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회장.
스페인 양대 클럽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한 주요 서유럽 프로축구팀은 회원 중심으로 운영된다. 회원이 프랜차이즈 거주 시민들이거나 주주로 구성돼 있다. 독일과 스웨덴, 터키 클럽 등도 이들 스페인 클럽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하는게 대부분이다. 이들 클럽들은 클럽내의 모든 문제에 대해 구성원들이나 주주들이 참여한 민주주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FC 바르셀로나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회장 탄핵안 투표를 앞두고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클럽의 민주주의 운영 방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인기 없는 바르토메우 회장을 축출하려는 탄핵안을 상정하면서 팬들은 결집된 힘을 보여주었다.

바르토메우 회장은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임시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만약 투표에서 살아남는다면 클럽이 3월에 선거를 치를 때까지 그는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투표 중 66%가 그에게 등을 돌린다면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회장 선거는 1월로 앞당겨진다.
바르셀로나는 그가 재임 중 팀내 간판스타인 리오벨 메시를 하마터면 잃을 뻔했고, 최근 가라앉는 팀 전력에 격분한 팬들을 중심으로 1만 6천 명 이상의 회원들이 서명을 모아 이사회에 탄핵안을 상정헀다.

바르셀로나는 창단 이후 두 차례 회장 탄핵 투표가 있었지만 퇴진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 어쩌면 바르토메우 회장이 최초의 불명예 대상자가 될 수 있다. 바르토메우 회장은 지난 2014년 산드로 로셀 전 회장이 네이마르 이적 스캔들 혐의로 물러나자 후임으로 취임했다. 한 차례 재선을 통해 현재까지 회장직을 역임하는 바르토메우 회장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4회, 코파 델 레이 우승 4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등 좋은 성적을 냈다.


바르토메우 회장은 취임 초기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유소년 투자, 수익원 다양화, 후원 계약 체결 등에 중점을 두었다. 그는 또한 바르셀로나를 축구의 ‘실리콘 밸리’로 만들기 위해 현대화, 과학화된 체제로 바꾸는데 전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망주 영입 실패, 유스 아카데미 투자 축소, 유럽대항전 부진, 리오넬 메시와 마찰 및 여론 조작 혐의 등으로 취임 이후 최고 위기에 직면해 있다. 메시의 이적 파동 당시 수많은 팬들이 바르셀로나 홈구장을 찾아 바르토메우 회장의 사임을 요구할 만큼 지지를 잃은 상태다.
바르토메우에 대항하는 운동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조디 파레는 그가 칼에 쓰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 및 팬층과의 분열을 조장하고 구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희생시킬 뻔한 이사회를 운영한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레는 구단 이사회를 통해 승인된 탄핵 투표 용지를 전격 공개했다. 2007년 조안 라포르타 회장의 탄핵 투표시 사용됐던 것과 동일한 형식으로 찬성, 반대, 무기표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한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유럽 클럽의 민주주의식 관리 형태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회원들이 회장의 권한을 투표에 의해 제한하지만 그 회장 자신도 회원들이 투표로 선출했다는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부서는 바르셀로나가 당면한 문제를 인정하지만 바르토메우 회장을 몰아내고 선거를 다시 치르기보다는 더 혁명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것을 권하고 있다. 회장 교체가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에 도끼를 놓는 방식 밖에 안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차기 회장도 같은 길을 갈 수 있고, 그 뒤의 회장도 앞으로 계속 그렇게 갈 수 있다. 빅리그 축구 클럽 운영도 민주주의 정치체제만큼 운영하는게 어렵다는 생각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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