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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30. 야구 첫 세계정상-1977년 대륙간컵야구

2020-10-09 08:45

1977년 제3회 대륙간컵 세계 야구 대회. 야구협회는 국가대표팀을 선발하며 ‘이번엔’하며 기대를 했다. 한일은행의 김응용이 처음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의 면면은 요 몇 년 사이에 가장 화려했다.
[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30. 야구 첫 세계정상-1977년 대륙간컵야구


실업과 대학의 노련미와 패기가 적절하게 섞인 ‘드림팀 원조’였다. 마운드는 이선희, 유남호, 임호균 등 실업출신들이 앞서서 끌면 대학 1년생인 최동원, 김시진이 젊은 혈기로 뒤를 받치는 형세였다.

포수진은 심재원, 박해종. 공격력을 갖춘 근래 보기 드문 ‘안방 마님’들이었다. 공격진도 역대급이었다. 윤동균, 김봉연, 김재박, 이해창, 김일권, 장효조, 천보성, 배대웅 등 야구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선수들이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1975년 캐나다에서 열린 2회 대륙간컵 대회에서 6위, 1976년 콜럼비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6위를 한 터였다. 하지만 워낙 멤버가 좋다보니 ‘4강엔 들지 않을까’하는 정도였다.


국가대표 감독 신입식을 치르는 김응용이 가장 걱정스러웠지만 선수단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특유의 뚝심, 그리고 생각보다 세심한 작전력을 믿기로 했다.

대회는 참가 9개팀이 풀리그전을 한 후 상위 6개팀이 결선리그를 벌여 다승팀이 우승국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대한민국의 1차전 상대는 미국이었다. 졌지만 4강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4-5의 1점차였고 안타수는 9개로 똑 같았다. 최강팀과 그 정도라면 사실 해 볼 만 했다.

그러나 4차전에서 일본에게 덜미를 잡혔고 7차전에서 대만에게 패해 어정쩡한 입장이 되었다. 둘 다 1점차 패배였다. 일본전에선 잘 던진 최동원이 홈런을 맞는 바람에 0-1, 대만전은 1-2였다.


그래도 결선리그는 문제없었다. 3패였고 마지막 8차전에서 캐나다를 3-1로 눌러 5승3패를 기록했다. 3패의 전적이 좀 걸리긴 했지만 3경기 모두 1점차의 석패이고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우리에게 아픔을 안긴 대만이 탈락한 것도 좋은 일이었다.

6강 첫 경기는 또 미국. 마운드는 나쁘지 않았지만 방망이가 문제였다. 1점도 못 뽑고 0-2로 완패했다. 그래도 6강에 오른 팀이 미국, 일본을 포함하여 콜롬비아, 니카라과. 프에르토리코여서 마지막에 붙을 일본만 이기면 준우승이 가능했다.

예선리그 때의 모습만 재현하면 되는 것이었다. 예선리그 콜롬비아전에서 최동원은 확실하게 힘을 보여주었다. 4피안타 7-0 완봉승이었다. 니카라과와 프에르토리코도 8-1, 4-0으로 각각 눌렀다.

예상대로 이후 3경기에선 연승했다. 콜롬비아를 13-3, 니카라과를 4-1, 프에르토리코를 4-2로 제압했다. 이제 일본만 이기면 준우승이었다. 일본 역시 우리와 똑같이 미국에게 져 3승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긴 팀은 미국에 이어 2위, 진 팀은 3위 이하가 되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최고의 감각을 보이고 있던 초대 일본 킬러 이선희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이선희는 9회까지 완투하며 2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고 김봉연은 6회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대한민국의 3-2 승, 최초의 세계대회 준우승을 숙적 일본을 무찌르고 이룬 것이어서 감동이 두 배였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희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4전승으로 질주하던 미국이 주최국 니카라과에게 덜미를 잡혀 우리와 마찬가지로 4승1패가 된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맞대결을 벌여 우승국을 정하기로 했다.

이미 두 차례나 졌지만 그 사이 대한민국은 경기를 하면서 경험을 쌓고 있었다. 많은 경기를 치르느라 모두 지쳐 있었지만 미국전은 우리로선 손해볼 게 없었다. 지면 본전이고 이기면 우승인 번외 소득이 있는 경기였다.

김응용감독은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모든 투수들을 다 대기시켰다. 어느 한 선수를 완투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컨디션이 가장 좋고 여력이 있는 김시진을 선발로 올렸다. 김시진은 2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했고 그 사이 대한민국은 선취점을 올렸다. 3회 초 만루찬스에서 미국 투수의 폭투로 1점을 얻었고 4회 초 김재박의 적시 2루타로 또 한 점을 따내 2-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3회 마운드에 올라온 최동원이 5회말 3점 홈런을 맞는 바람에 2-3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어진 6회 공격에서 다시 전세를 뒤집었다. 김봉연이 동점 솔로포를 쏘아올린 뒤 이해창이 2타점 결승적시타를 터뜨려 5-3으로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최동원에게 마운드를 이어 받은 유남호는 8회 홈런을 맞아 1실점했지만 마지막까지 마운드를 잘 지켜 5-4로 게임을 마무리했다.

삼세번 만에 성공한 그 승리는 우승을 결정짓는 중요한 승리였다. 일본에 이어 미국마저 꺾고 세계대회 첫 우승을 작성한 대한민국 야구 대표단은 그 덕분에 김포공항에서 시청앞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였고 훈장까지 달았다.

이선희와 김재박은 투타에서 최고선수로 뽑혔다. 이선희는 5승2패3세이브로 다승1위, 세이브1위를 차지하며 대회 MVP로 선정되었다. 김재박은 23안타 6도루를 기록하며 최다안타 1위, 타율 1위(4할2푼6리), 도루 1위로 공격부문 3관왕에 올랐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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