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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1] ‘월드시리즈(World Series)’에 왜 ‘월드’가 들어갔을까

2020-10-06 07:09

오는 21일부터 29일까지 올 월드시리즈가 열릴 텍사스 레인저스의 새 홈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는 21일부터 29일까지 올 월드시리즈가 열릴 텍사스 레인저스의 새 홈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메이저리그의 끝판은 ‘월드시리즈(World Series)’가 장식한다.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경기로 아메리칸리그(AL)와 내셔널리그(NL)의 우승팀 간에 치러지는 챔피언결정전이다. ‘가을의 전설’로 상징되는 월드시리즈는 매년 10월 벌어지는 메이저리그 최대의 승부처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경기를 갖는 메이저리그이지만 최종 챔피언결정전을 월드시리즈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정한 것에 대해 미국 밖의 야구팬들은 다소 불편한 느낌이 든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며 고대 시대에 로마가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됐듯이 세계야구가 마치 미국으로만 대표된 듯한 생각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일부서 월드시즈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를 뜻하는 월드와 연속경기를 의미하는 시리즈가 합성된 월드시리즈는 ‘The Championship of the United States’, ‘World's Championship Series’의 약칭이었다고 미국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설명한다. 월드시리즈가 처음으로 개최된 해는 1903년으로 공식 기록하고 있다. 그 이전은 월드시리즈로 인정하지 않는다.

월드시리즈라는 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미국야구의 초창기 시대적 환경과 배경을 알아야 한다. 미국 프로야구는 1871년 선수들이 중심이 된 미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만들어지면서 조직적으로 경기를 시작하게됐다. 1876년 일부 돈많은 사업가들이 참여해 창단한 내셔널리그에 이어 1882년 아메리칸 협회가 결성되면서 프로야구는 본 궤도에 올랐다. 당초 포스트시즌을 하지 않고 시즌동안 최고의 성적을 거둔 팀에게 우승이 주어졌다. 1884년부터 1890년까지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협회는 시즌 말에 서로 경기를 갖고 최종 챔피언을 가렸다. 챔피언전은 사전에 챔피언팀 구단주들의 협상을 통해 경기 방식을 조율하는 등 일정한 형식을 갖추지 않고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펼쳐졌다. 1884년 3경기, 1887년 15경기까지 열리는 등 다양했다.

미국 작가 사이먼 윈체스터는 2005년 출간한 ‘크라카토아: 1883년 8월27일 세계가 폭발한 날’이라는 책에서 뉴욕 월드신문이 월드시리즈라는 말을 처음 언급했다고 밝혔다. 당시 열리던 시리즈를 이 신문이 후원하면서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라고 불렀고 이를 줄여서 ‘월드 시리즈’ 가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가설일 뿐 확실하지 않아 논쟁의 여지가 많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라는 이름 때문에 최종 챔피언시리즈에 ‘월드’라는 말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1900년대초 양대리그가 형성되고 미국야구팬들은 양대리그 우승팀들의 승부를 보기를 원했다. 1903년 내셔널리그 우승팀 피츠버그의 구단주가 아메리칸리그 우승팀 보스턴 구단에 최종 챔피언전을 제안했고 이 경기가 대박이 터져 이후 월드시리즈의 계속 이어졌다. 국가(National)챔피언과 미국(America)챔피언간의 경기이기 때문에 거창한 이름이 필요해 ‘월드’라는 말이 붙게 됐다는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서서히 발돋음하던 당시에 야구를 하는 나라는 미국 밖에 없었다. 월드시리즈라는 말은 로마가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는 기치아래 화려한 전성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로 미국에 의해 세계 평화를 주도하려던 시대적 정서를 잘 반영해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엄밀하 말하면 월드시리즈라는 말에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오만함, 우월성 등이 배어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는 류현진, 김광현 등 한국 선수를 비롯해 일본, 대만 같은 아시아 국가와 네덜란드, 이탈리아 출신의 유럽선수, 베네수엘라나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출신 북중미 선수와 호주 선수들까지 활동하고 있다. 미국 국적 선수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뛰는 '멜팅 포트(Melting Pot)' 역할을 하는 메이저리그의 최종 챔피언결정전은 월드리시리즈라는 말을 충분히 붙일만하다는 생각이다. 처음 이름을 붙일 때와는 시대와 세상이 달라졌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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