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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27.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2020-09-30 06:31

최윤희(1967년생)는 특별한 존재였다. 수영이라는 스포츠에 아무도 기대를 걸고 있지 않았던 시절, 우리나라는 여자가 수영에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체념하고 지내던 그 때 바로 최윤희가 나타났다.

[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27.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처음부터 그녀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적어도 스무 살 언저리가 되어야 국가대표가 되던 시절 10대 초반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것도 언니의 기록을 한 개 한 개 깨면서 앞서 나왔다.

최윤희의 친언니는 최윤정. 그도 수영 천재로 불렸다. 10대의 몸으로 기존의 많은 기록을 경신하면서 신기록을 하나하나 써나갔다. 그러한 언니를 동생이 더 이른 나이에 물리쳤으니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최윤정, 최윤희 자매는 여덟 살 때 이미 수영장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언니가 세 살 위니까 당연히 먼저 시작했지만 신기록을 세우며 수영장 골인지점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동생 최윤희였다.

최윤희가 확실하게 에이스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1982년 4월 상비군 평가전 여자 배영 100m. 최윤희는 1분 06초 47의 획기적인 기록으로 2년 전 최윤정이 세운 한국 기록을 1.30초 단축했다. 자매는 전공종목이 배영으로 같았지만 이때부터 15세의 동생 최윤희가 1위, 18세의 언니 최윤정이 2위였다.

자매는 나란히 1982년 인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그리고 최윤희는 아시아신기록을 세우고 또 세우며 금메달 3개를 건져 올렸다. 대한민국 여자 수영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사건이었다. 한 명의 소녀가 3개의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건 상상도 하지 않을 때여서 충격은 더욱 컸다.

여자 배영 200m, 100m와 개인혼영 200m에서 모두 아시아 최고 기록을 세우며 아시안 게임 수영 사상 최초로 3관왕에 올랐다. 그리고 최윤정은 세 종목에서 은메달 3개를 따냈다. 이들 인어자매가 3 종목의 금, 은을 다 차지한 것이었다.

최윤희는 혼계영 계주를 이끌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최윤희의 금메달 3개에 가려져서 그렇지 혼계영 계주 메달도 대한민국 여자 수영 사상 처음이었다.

최윤희는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국민적 관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훈련에 매달리며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대회,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 대비했다.

서울에서도 최윤희는 배영 100m, 200와 개인혼영 200m 그리고 혼계영 계주(4×100m)에 나섰다. 3관왕 2연패를 노렸다. 그 꿈을 다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배영 100m, 200에서 또 아시아 최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건졌다. 개인혼영과 혼계영에서도 동메달은 땄다.

최윤희는 불모지 여자수영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두 차례의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 2연패하면서 모두 5개의 금메달과 3개의 동메달을 수집했다.

1982년에 이미 황금물결이 휘몰아쳤던 여자 수영장이었지만 최윤희가 그렇게 떠나고 난 후 수영장은 아주 오랫동안 금물결이 일지않았다.

30년이 지나서야 2명의 선수가 맥을 이었지만 최윤희의 화려함에는 미치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다래가 여자 평영 200m에서 금메달을 획득, 28년 만에 금빛 물결을 일으켰다.

8년 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김서영이 최윤희가 금을 딴 3종목 중 하나인 개인혼영 200m에서 2분8초34로 우승,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윤희의 개인혼영 여자 200m로 보면 36년 만이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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