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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25. 거인국을 무너뜨린 박신자와 ‘난장이국의 여인들’

2020-09-27 07:02

여성스포츠가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1967년 4월 제5회 체코 프라하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평균 신장 1m70대의 코리아 여자농구가 일약 준우승을 했다. 코리아가 어디에 있고 어떤 나라인지도 모르던 시절, ‘난쟁이 부대’가 거인국 숲을 헤치며 정상권에 오르자 세계농구계는 경악했다.

[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25. 거인국을 무너뜨린 박신자와 ‘난장이국의 여인들’


대한민국은 예선 경기에서 이탈리아(76-56)에 이어 전 대회 준우승팀 체코(67-66)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뜻밖의 결승리그에 진출했다. 결승리그 6강은 소련, 동독, 체코, 유고, 일본.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었지만 일본, 동독을 꺾으며 순항했다.

가장 난제는 소련과의 경기. 최선을 다하며 우직하게 직진할 것인가, 우회하며 한숨을 돌릴 것인가가 문제였다. 이미 결승리그 2승을 거둔 터라 잘만 하면 3위까지도 가능했다.

대표팀은 결국 우회전략을 펼쳤다. 소련전은 반 포기하다 싶이했다. 그리고 쉴 시간을 가지며 유고전을 준비했다. 전반은 40-42였다. 하지만 그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후반전이 있고 후반에 총력을 쏟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후반 시작하자 코리아의 ‘전매특허’인 속공전이 펼쳐졌다. 키가 작은 대신 몸놀림은 어느 팀보다 빨랐다. 박신자-김명자-김추자-다시 박신자로 이어지는 빠르고 화려한 플레이는 ‘농구의 황홀함’ 그 자체였다.

그들 작전의 백미는 마지막 5분이었다. 모든 걸 건 올코트 프레싱으로 절정의 아름다움을 펼쳤다. 78-71, 전반 40-42의 열세를 뒤집은 역전극이었다. 4승1패, 대한민국 여자 농구가 구기 종목 사상 첫 세계대회 준우승의 기적을 쏘아 올린 것이었다.

4승1패로 준우승을 한 대한민국을 향해 그들은 물었다. 그 작은 키로 어떻게 농구를 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박신자같은 선수가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박신자는 이전 대회까지 우승팀 선수에게만 허용되던 대회 MVP(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여자 농구의 개척자 박신자

한국 여자 농구는 박신자(1941년생)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1960년대, ‘난쟁이 부대’를 이끌고 거인국 숲을 헤치며 정상권에 오른 세계최고의 선수였다.

박신자가 세계 무대에 처음 이름을 올린 것은 1964년 제 4회 페루 리마 세계선수권대회였다. 박신자를 비롯 김명자, 나정선, 신항대 등으로 구성된 상업은행 단일팀은 5위를 했으나 준우승국인 체코와 5점차(72-77)의 시소게임을 벌여 화제의 팀이 되었다.

박신자는 각국의 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5위국의 선수임에도 월드 베스트5로 뽑혔고 훗날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세계여자농구 사상 최고 선수와 지도자 26인에 선정돼 1999년 미국여자농구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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