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1] ‘스토브리그(Stove League)’가 아니라 ‘핫 스토브리그(Hot Stove League)’이다

김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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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9-2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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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시작전 토론토 홈구장에서 마스크 쓰고 훈련하는 류현진 [AP=연합뉴스]
지난 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16부작으로 인기리에 방영됐던 SBS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Stove League)’는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시즌을 준비한 이야기였다.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할 수 없다는게 그동안 방송계의 불문율이었는데, 이 드라마는 예상과는 달리 공전의 히트를 쳤다. 선수 중심으로 이루지던 종전 드라마와는 달리 백승수라는 단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스토브리그라는 말은 일본식 영어로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까지도 스토브리그라는 말을 당연한 듯 쓰지만 이는 일본의 조어이다. 일본 사람들은 ‘스토오부리이그(ストーブリーグ)’라고 말한다. 정확한 영어는 ‘핫 스토브리그(Hot Stove League)’이다. 스토브리그에 형용사 핫이 들어가야 의미가 제대로 통한다. 줄여서 ‘핫 스토브’라고도 말한다. 이 말은 시즌이 끝난 뒤 난롯가에 둘러앉아 프로야구의 여러 가지 정보와 소문이 오가는 일을 비유한 데서 생겨났다. 프로야구는 정규시즌이 마치면 다음 시즌을 위해 기존 선수나 코칭스태프의 재계약이나 신규 영입, 해임, 또는 방출 등을 통해 전력을 강화하거나 재편을 한다. 프로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야구팬들에게는 관심꺼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시기를 ‘제2의 리그’와 같고, 뜨거운 이야기 거리가 많다고 해서 핫 스토브리그라고 부른다. 난롯가에서 서로 허물없이 세상이야기를 주고받는 노변담화(爐邊談話)의 야구식 버전인 것이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 제임스 하디 전 역사학과 교수의 저서 ‘Baseball and the Mythic Moment: How We Remember the National Game’(2007)에 따르면 핫 스토브리그라는 말은 19세기 미국 소도시 유래됐다. 사람들이 겨울 동안 일반 상점,우체국에 모여 배가 불룩한 철제 난로에 둘러앉아 지나가는 일에 대해 토론했다고 한다. 야구는 날씨, 정치, 경찰, 교회와 함께 이들의 대화에 토픽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제2차 세계 대전까지 스포츠 기사에서 많이 사용되었으며 미국의 시골 지역에서 점차 더 큰 도시 중심지로 퍼져나가게 됐다고 한다. 특히 20세기 초반 라디오와 TV가 야구 중계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서 비시즌에 있었던 기록들을 해설자들이 많이 다루었다. 이 말은 자연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핫 스토브리그라는 말은 일본에서 스토브리그라는 말로 변환되면서 사용하게 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일본식 조어를 그대로 사용하게 됐다. 1980년대 한국프로야구 초창기 때는 이 말을 잘 쓰지 않다가 1990년대 프로야구가 최고 프로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으면서 비시즌 때 프로야구 기사를 많이 다루던 스포츠 전문 신문들을 중심으로 사용했다.

비시즌에는 온갖 루머와 보도가 잦다. 어떤 선수가 얼마나 더 많이 받고 계약을 하는가, 또 어떤 선수는 은퇴카드를 내밀며 재계약 협상을 하는 가 등 여러 이야기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면서 팬들은 이러한 소식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특히 자유계약선수(FA) 도입은 비시즌에 더욱 풍성한 화제를 제공하게 했다.


미국, 일본과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것은 시즌에 팀들간의 치열한 승부와 함께 비시즌에 선수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제공하는 언론 뉴스와 보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 이후 인터넷 세상이 활짝 열리면서 야구팬, 야구 블로거, 야구 팟캐스터 등이 매일 끝없는 야구 이야기를 쏟아낸다. 시즌이 끝나고 스프링 캠프에 들어가기까지 매일 SNS 여러 매체 등을 통해 화려한 이야기쇼가 펼쳐진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SBS는 ‘스토브리그’라는 일본식 영어를 모티브로 한 드라마를 인기몰이해 성공시킬 수 있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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