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33] 왜 ‘불펜(Bullpen)’에 ‘펜’이 들어간 것일까

김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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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9-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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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 우완 투수인 두산 베어스 출신 조쉬 린드블럼은 최근 부진 끝에 선발에서 불펜으로 밀려났다.
지난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t wiz와 키움 히어로즈는 좀 색다른 경기를 벌였다. 선발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들로 총력전을 펼친 것이다. 보통 선발투수들을 먼저 내세워 상대 타선을 봉쇄한 뒤 점수를 먼저 앞서 가면 후반에 중간 계투요원(Setup Man)으로 마무리해 승리를 낚는 작전으로 나가는데 이날 경기는 좀 이례적이었다.

kt 이강철 감독은 이날 선발진에 휴식을 주기 위해 불펜 투수로만 마운드를 운용했다. kt는 첫 투수 하준호는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2010년 8월 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약 10년 만에 선발 등판했지만, 1⅔이닝 2실점으로 패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뒤이어 등판한 불펜진과 12안타를 폭발한 타선이 점수를 뒤집으면서 하준호는 패전을 면했다. kt는 하준호를 이어 유원상(이닝 2실점), 조현우(⅓이닝 무실점), 전유수(1⅔이닝 무실점), 이대은(1⅔이닝 무실점), 주권(⅓이닝 무실점), 이보근(1이닝 2실점), 김민(⅓이닝 1실점), 김재윤(1⅔이닝 무실점)까지 총 9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키움은 부상에서 돌아온 외국인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가 2이닝 4실점(3자책)으로 일찍 무너져 큰 타격을 입었다. 불펜 총력전(7명)을 폈쳤다. 이날 경기는 kt가 불펜 투수의 대량 투입과 타선의 집중력으로 키움에 8-7로 승리를 거두고 최근 6연승을 올렸다.

메이저리그에선 불펜 투수들로만 승부를 거는 것을 ‘오프너(Opener)’ 전략이라고 부른다. 보통 경기 후반에 나오는 불펜 투수들을 1회부터 여러 명 투입시켜 경기를 끌고 나가는 것이다. 확실한 선발 투수를 내세우지 않아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선발 투수진 운영이 어려울 때 종종 이 전략을 종종 쓰기도 한다. 기록상으로 오프너 전략을 쓰는 팀들의 1회 평균 자책점이 선발투수진으로 하는 것보다 더 좋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다.

원래 불펜 투수들은 구원 투수를 말한다. 경기 후반에 선발 투수가 지친 모습을 보이거나 확실한 승리를 지키고자 할 때 들어간다. 불펜 투수들은 경기장 한켠에 있는 불펜에서 연습 피칭을 하고 있다가 감독이나 투수 코치가 요청하면 마운드에 오른다. 보통 불펜은 투수 마운드와 똑같이 만들어져 있다. 경기장에서는 2-3명의 구원 투수들이 양 팀 불펜에서 몸을 풀며 대기 상태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불펜이라는 말은 소를 뜻하는 ‘불(Bull)’과 붓을 의미하는 ‘펜(Pen)’의 합성어이다. 소와 펜이 합성된 게 좀 의아할지 모른다 .펜에는 붓 말고도 저장소와 함께 구치소라는 뜻도 있다. 불펜은 원래는 소의 우리를 뜻하는 용어였다. 투우, 로데오 경기에서 소들이 대기하는 장소였다. 사람을 소에 비유해 노동자들의 합숙소를 불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본 코너 77회 ‘‘Penalty Stroke’를 왜 ‘벌타’라고 말할까‘ 참조)

야구 용어로 구원 투수 연습장으로 쓰이는 것은 이런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일정한 공간에 갇혀 투구 연습을 하는 모양을 보고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야수들은 덕아웃이나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대체 멤버로 들어가는 데 반해 구원 투수들을 위해 불펜이라는 공간을 만들게 된 것은 사전 몸을 푸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투수는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칭이 야구의 전부’라고 말할 정도로 투수의 비중이 높다. 보통 경기에서 이기려면 투수가 강해야 한다. 아무리 타격이 좋아도 투수진이 약하면 이길 수 없다.

보통 프로팀에는 10여명 안팎의 투수진들이 있는데 이 가운데 5명 정도는 선발 투수들이고 나머지는 구원투수이다. 선발투수들은 시즌에는 4-5일에 한 번씩 투입되나 구원투수들은 불펜에서 대기 상태에 있다가 언제든 코칭스태프가 원하면 경기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국내 야구서는 오랜 전부터 불펜을 운영해왔다. 아마야구시절 동대문 야구장에서 양 팀 덕아웃 외야에서 구원투수들이 연습 피칭을 했다. 1980년대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불펜은 좀 더 체계적인 시설을 갖추었다. 외야나 지하 등에 그라운드와는 분리된 별도의 불펜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간혹 선발 투수가 불펜에서 연습 피칭을 하기도 한다. 몸이 잘 풀리지 않은 선발 투수들이 다음 경기에 대비, 불펜에서 컨디션을 조절한다. 관중들은 선발 투수가 연습 피칭을 하면 혹시 구원 투수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궁금증을 갖기도 한다. 구원 투수들은 불펜에서 매일 3-4 이닝에 해당하는 투구를 하더라도 실제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불펜이란 구원 투수들의 애환과 기회가 같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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