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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인사이트] 일본에서 돌아온 '전세계 3점' 희귀 고려 '나전합'은...

2020-07-06 14:38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합' 〈사진=문화재청〉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합' 〈사진=문화재청〉
전 세계에 3점밖에 없는 온전한 형태의 고려 시대 나전합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 2일 문화재청은 고려 시대 예술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인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을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들여왔다고 밝혔다.

이번에 환수한 나전합은 길이 10㎝ 정도에 무게가 50g으로 작으면서도 섬세해 고려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아주 작게 오린 나전을 뚜껑과 몸체에 빼곡하게 배치해 국화와 넝쿨무늬를 유려하게 표현했다.

나전칠기는 칠공예 장식기법 중 하나로, 나전은 얇게 간 조개 껍데기를 모양내 오린 후 물건의 표면에 붙이거나 새겨 넣는 방식으로 꾸민 것을 말한다. 나전합은 소라 螺, 세공 鈿, 상자 盒으로 나전칠기 상자를 뜻한다. 흔히 알고 있는 '자개농'의 '자개'가 바로 나전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 나라의 나전칠기는 목제품의 표면에 옻칠을 한 후 자개를 붙이고 표면을 연마한 뒤 무늬가 드러나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전'칠'기라고 쓰는 것이 보통이다.

환수한 나전합도 마찬가지로 뚜껑 중앙의 큰 꽃무늬와 국화 꽃술에는 고려 나전칠기를 대표하는 특징인 대모복채법(玳瑁伏彩法)이 사용됐고, 뚜껑 테두리는 연주문(連珠文)으로 촘촘히 장식됐다.

대모복채법은 바다거북의 등껍질인 대모를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의 안쪽에 안료를 칠해 비쳐 보이게 하는 기법이며, 연주문은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듯 연결해 만든 문양을 말한다.

또 금속 선으로 넝쿨 줄기를 표현하고, 두 줄을 꼬아 외곽선을 장식하는 등 전체적으로 다양한 문양이 조화롭고 품격 있게 어우러져 있다.

이 나전합은 커다란 원형 합(모자합·母子盒) 속에 들어 있던 5개의 작은 합(자합·子盒) 중 하나다. 가운데 자합을 다른 자합 4개가 둘러싼 모습인데, 환수한 나전합은 바깥 4개 중 하나로 추정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나전칠기는 중국 은나라 때부터 만들어졌다고 추정되고 있다. 특히 당나라 시기에 생산이 활발했다. 한국에서는 백제 무령왕릉에서 평탈기법(청동 거울 표면에 얇은 금판이나 은판을 여러 모양으로 오리고 칠로 붙여 장식하는 기법)에 가까운 나전칠기가 발견됐다.

또 삼국사기 기록을 살펴보면 신라에는 칠전(漆典)이라고 하는 관청이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이즈음 나전칠기가 상용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선영 마니아리포트 기자 /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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