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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체육100년 100인 100장면 ⓬ 세계를 들어 올린 아름다운 손 장미란

2020-08-17 06:18

장미란은 백옥자가 물러난 지 삼십수년만에 나타난 대한민국 대표 ‘힘센 여자’이다.

‘힘센 여자’의 등장은 정말 오랜만이다. 대한민국 힘센 여자의 원조는 ‘아시아의 마녀’ 백옥자.

그녀는 사람들이 투포환이 뭔지도 잘 모를 때 혜성처럼 나타나 1970년 방콕아시안게임과 1974년 테헤란아시안게임을 연패했다.

대한민국 체육100년 100인 100장면 ⓬ 세계를 들어 올린 아름다운 손 장미란


그리고 힘센 여자는 자취를 감추었다가 34년이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다시 등장했다. 역도 장미란이 올림픽 첫 금메달을 들어올렸다.

장미란의 금메달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이미 예고되었다. 그때 만약 심판들이 어정쩡한 자세를 보인 탕공홍(중국)의 용상 마지막 시기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여자역도의 금메달은 4년 일찍 태어났을 것이다.

타마스 이얀 세계역도연맹(IWF) 총재까지 문제 있음을 밝혔던 장미란의 억울한 은메달이었다. 그러나 장미란은 아랑곳 하지 않고 스물 한 살의 밝고 아름다운 미소를 날리며 송진가루로 범벅이 된 오른 손을 흔들었다.

손바닥에 잡혀 있던 물집이 터지면서 피로 물든 장미란의 손. 핏빛 투혼의 그 손은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 되었다.

장미란의 올림픽은 2008년 베이징에서 화려하게 피어났다.

장미란은 아테네 후 2005년 도하, 2006년 산토도밍고, 2007년 치앙마이 세계 역도선수권 여자 +75㎏급을 휩쓸었다. 올림픽 직전 세계선수권대회에 우승하면서 장미란은 자신을 믿게 되었다.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세계1위를 할 수 있다는 확실한 자신감이었다.

장미란은 베이징에서 여자 +75kg급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황금빛 라벨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는 인상 140kg, 용상 186kg을 들어 올려 종전 세계 신기록보다 3.5kg이 많은 합계 326kg으로 인상, 용상, 합계 모두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 과정에서 장미란은 두 번의 세계기록을 깨는 등 모두 5개의 세계신기록 쇼를 펼쳤다.

중국의 무솽솽은 국제역도연맹(IWF) 공식 공동 세계 랭킹 1위. 올림픽 금 후보였지만 중국은 그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올림픽은 국가별로 남녀 4체급으로 출전제한을 하기 때문이었다. 확실한 금메달 후보가 있는데 굳이 장미란과 엎치락뒤치락하는 무솽솽을 내보낼 이유가 없었다. 기권이나 다름없었다.

대한민국 여자역도의 역사를 만든 장미란. 그는 30세가 다 된 나이에 다시 올림픽에 도전했다. 한계를 허용하고 싶지 않은 성격 탓 이었으나 한계는 분명 있었다. 4위였다. 하지만 동메달인 흐리프시메 쿠르슈다(아르메니아)의 약물 복용이 밝혀지면서 장미란은 마지막 올림픽에서마저 메달리스트가 되었다. 4년이 지난 뒤 였지만.

장미란은 부상, 이적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2006년~2009년) 기록을 세우면서 15년여의 선수생활을 깨끗하게 마무리했다. 올림픽에 세 번 나가는 것도 어려운데 그 세 차례의 올림픽에서 금, 은, 동메달을 1개씩 들어 올렸으니 그 ‘아름다운 거친 손’은 오래오래 기억되어야 한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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