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스토리]4게임 연속 3안타의 이정후, 로하스 턱밑까지 쫒아왔다.

난형난제의 싸움이다. 7월 중순부터 시작된 장마에 잠깐 쉬어감직도 하지만 불이 붙은 방망이는 폭우의 와중에도 끄떡이 없다. 누가 마지막에 웃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올시즌 타격 전 부문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외국인 타자 KT의 멜 로하스 주니어와 토종 타자의 자존심을 건 키움의 이정후의 타격 싸움이 접입가경이다. 현재까지는 시즌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를 보인 로하스가 앞선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정후가 턱밑까지 쫒아왔다.

KT와 키움의 시즌 7차전이 열린 고척 스카이돔구장. 로하스는 7회 황재균의 2타점 적시타로 3-2로 역전을 시키자 8회에 좌측 담장 상단을 맞추는 큼지막한 2루타로 날린 뒤 강백호의 우전안타로 홈을 밟아 4점째 쐐기득점을 올렸다. 로하스는 굳이 되뇌일 필요도 없이 이날 활약이 아니더라도 이미 KBO 리그를 평정하고 있는 상태다. KBO가 타자로 공식 시상하는 8개 부문 가운데 도루(0개)와 득점(2위)을 제외한 나머지 6개 부문은 1위다.

올해 4년째 KBO 리그에 몸담고 있는 로하스는 무엇보다 꾸준함이 장점이다. 큰 기복이 없다, 올해까지 4년 연속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고 거의 전 게임에 출장하고 있다. 2017년에는 대체선수로 입단한 탓에 83게임에 그쳤지만 2018년에는 전게임에 출장했고 지난해에는 단 2게임만 걸렀을 뿐이다. 올시즌도 전 게임 출장. 그러면서도 로하스는 올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중이다.

이미 프로야구가 반환점을 돌았는데도 불구하고 타율은 0.389에 이르고 있고 홈런은 26개로 공동 2위인 로베르토 라모스(LG)와 애런 알테어(NC)에 7개나 앞서있다. 타점은 4일 KIA전에서 만루홈런을 포함해 홈런 2발로 5타점을 쓸어담은 김현수(LG)와 68타점으로 공동 1위이고 최다안타는 111개로 호세 페르난데스(두산)와 이정후에 2개 앞섰다. 출루율(0.450)과 장타율(0.761)은 발군의 1위이고 득점은 김하성(NC·71점)에 4점차 뒤진 2위다.

어느 누구도 로하스의 기록을 따라잡기가 버거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 키움의 이정후가 토종의 자존심을 걸고 슬금슬금 로하스의 턱밑까지 쫒아오고 있다. 이정후는 말 그대로 무섭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타격에 불이 붙었다.

지난 주말 삼성전부터 시작해 4게임 연속 3안타를 몰아쳤다. 4게임 타율이 18타수 12안타에 이른다. 타점도 9개나 된다. 무엇보다 이정후는 이제 고졸 4년차에 불과하지만 팀의 핵심이라고 할 4번타자 자리를 꿰찼다. 일본 미국을 돌아 한국으로 되돌아 온 끝판왕 오승환을 향해 "한번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당찬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정후는 지난 일요일인 2일 삼성전에서 2-2로 맞선 연장 10회 오승환으로부터 통렬한 2타점 우중간 2루타를 뽑아내 팀을 역전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오승환이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145㎞ 직구를 노려 2루타로 만들어 내는 솜씨에 팬들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전율을 일으켰다고 할 정도로 멋진 타격이었다. 이정후는 홈런타자라기 보다는 정확한 임팩트를 통한 중거리 타자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자신의 커리어하이인 홈런 12개를 비롯해 타격 3위(0.368), 타점 4위(63개). 최다안타 공동 2위(109개)에 올라 있다.

타격에 관한한 완전체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정후. 갈수록 그의 타격은 매서워지고 있다. 과연 올시즌 끝의 결과는 어떻게 될지...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