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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88] 왜 ‘필드(Field)’라는 말을 쓸까

2020-07-26 08:17

 골퍼들은 골프장 갈 때 '필드에 간다'라는 말을 한다. 사진은 골프장 모습.
골퍼들은 골프장 갈 때 '필드에 간다'라는 말을 한다. 사진은 골프장 모습.
마치 16세기 영국 문호 셰익스피어의 물음 같다. ‘골프 코스(Golf Course)냐 골프 필드(Golf Field)냐 그것이 문제로다.’ 둘 다 골프를 치는 골프장을 뜻하는 말이다. 오래 전 세계적인 인터넷 검색사이트 구글이 골프장을 뜻하는 두 단어 중에서 어느 것을 많이 사용하는 지를 골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골프 코스가 약 4000만명, 골프 필드는 4만5900명으로 일방적으로 골프 코스가 많았다.

골프 발상지 영국에서도 ‘골프 필드’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듯하다. ‘골프 코스’라는 단어를 주로 많이 사용하며 최초 해안가 모래 언덕에 조성됐던 골프장은 ‘골프 링크스(Golf Links)’ 또는 ‘링크스 코스(Links Course)’라고 불리고 있는 모양이다. 언론 등에서도 골프장을 말할 때 골프 필드보다는 골프 코스라고 대부분 보도한다. ‘세계 100대 골프 코스’, ‘국내 10대 골프 코스’ 등으로 쓴다.

하지만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칸차 데 골프(Cancha De Golf)’ 즉 ‘골프 필드’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물론 ‘캄포 데 골프(Campo De Golf)’ 즉 ‘골프 코스’라는 말을 떠 많이 쓰고 있지만 말이다.

골퍼들은 골프장을 가리키는 말이 골프 코스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골프 필드라는 말이 더 실감나게 느껴지는 듯 ‘필드’라는 단어를 골프장을 대신하는 것으로 많이 사용한다. 주말 골퍼들은 골프장에 동반할 멤버를 짤 때 ‘필드에 갈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코스로 갈래’라고 말하는 이는 드물다. 영어 ‘필드’는 ‘들판’이라는 뜻이다. 골퍼들이 골프장을 대신해 필드라고 쓰는 이유는 넓고 푸른 들판의 골프장을 연상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라는 단어에서는 골프장의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필드라는 단어는 스포츠 용어로 많이 쓰인다. 육상을 뜻하는 단어로 ‘트랙 앤 필드(Track and Field)’에서 ‘필드’는 트랙 안에서 벌어지는 달리기가 아닌 종목인 투포환, 넓이 뛰기, 높이 뛰기 등을 말한다. 축구에서는 선수들이 경기를 벌이는 경기장을 필드라고 말한다. 잔디에서 하는 경기인 필드 하키도 있다. 한자어로 필드는 '들 야(野)'를 뜻한다. 일본인들은 미국에서 수입된 야구라는 원어 'Baseball'을 '야구(野球)'라고 번역해 사용한 것도 들판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문학적으로 멋지게 표현했다. (이 코너 3회차 ‘‘야구(野球)’는 낭만적인 문학적 표현이다‘ 참고)

필드는 ‘야전(野戰)’의 의미로 군사용으로도 쓰인다. ‘야전 교본(Field Manuel)’, ‘야전 포병(Field Artillery)’ ‘야전 상의(Field Jacket)’ 등에서 필드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필드라는 용어는 원래 들판에서 군대가 전개하는 공격 작전을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쓰였다. 이것이 마치 군사 작전처럼 조직적으로 전개되는 ‘운동’을 뜻하는 의미로 축구, 하키 등에서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필드의 어원을 따져보면 고대 영어 ‘Feld’, 독일어 ‘Feld’, 덴마크어 ‘Felt’로 이어진다. 모두 서양어의 뿌리인 인도유럽어 어근인 평평하다는 의미의 ‘Pele’에서 나온 말이다. ‘Pel’에는 우리말 발음 ‘벌(벌판 뜻)‘이 들어간 느낌이 있다.

따지고 보면 골프장을 뜻하는 필드라는 말에 더 익숙한 것은 이런 원초적인 연결 고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비록 영국에서 정통적인 용어로 골프 코스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골프 필드가 더 정겹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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