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니아스토리]두 고졸 신인의 엇갈린 하루... 정해영과 한승지

2020-07-02 08:26

'아기 호랑이' 정해영이 1일 한화전에서 9회초에 등판해 '리빙 레전드' 김태균을 3구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등 1이닝 3타자를 깔끔하게 마무리, 9회말 팀의 꿈같은 역전승으로 고졸 신인 첫 데뷔승을 거두었다.
'아기 호랑이' 정해영이 1일 한화전에서 9회초에 등판해 '리빙 레전드' 김태균을 3구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등 1이닝 3타자를 깔끔하게 마무리, 9회말 팀의 꿈같은 역전승으로 고졸 신인 첫 데뷔승을 거두었다.
실력일까, 운일까?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1군 마운드를 처음 밟았지만 두 투수의 행보는 너무나도 달랐다. 한쪽은 승리투수가 된 반면 다른 한쪽은 계산조차 할 수 없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과연 앞으로 이들의 앞길은 어떻게 될까?

7월의 첫날인 1일. KIA와 한화의 시즌 4차전이 열린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1-3으로 뒤진 KIA는 9회초 예상밖의 고졸 신인이 마운드에 올랐다. 광주동성중-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계약금 2억원에 올해 1차 지명된 정해영. 189㎝, 98㎏의 당당한 체구. 스코어상으로는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점수에다 상대는 올시즌 꼴찌인 한화. 이런 상황에 고졸신인이 마무리로 프로 데뷔전에 나선 것은 다소 의외였다.

첫 타자 정은원에게는 긴장한 듯 2-2에서 연속으로 2개의 볼을 던져 볼넷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는 이날 3타수 3안타 등 4타석 모두 출루한 오선진. 정해영은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128㎞ 슬라이더를 던져 5-4-3으로 이어지는 깨끗한 병살타를 유도해 앞선 주자까지 잡아냈다. 마지막 3아웃이 정해영 투구의 압권이었다. '리빙 레전드' 김태균을 상대로 볼카운트 0-2에서 148㎞ 직구를 타자 바깥쪽으로 꽂아 넣었다. 루킹 삼진. 이렇게 3타자를 가볍게 돌려 세웠다. 그리고 KIA는 9회말 나지환의 끝내기 안타로 4-3, 꿈같은 역전극을 일궈내며 정해영에게 고졸 데뷔전 승리라는 선물을 안겼다.

고졸 신인 데뷔전 승리는 KBO 통산 21호다. 올해 소형준(KT)과 허윤동(삼성)이 고졸 선발 데뷔승을 거두었다. 구원 등판으로는 통산 9번째이자 KIA로는 1993년 박진철(구원), 2002년 김진우(선발) 이후 18년만에 나온 기록이다.

정해영은 KIA 포수 출신의 레전드인 정회열 전 수석코치의 둘째 아들. 스프링캠프와 자체 홍백전에서 좋은 피칭으로 호평을 받았다. 퓨처스리그에서 8게임에 나서 2승2패(평균자책점 5.50)를 기록했다. 36이닝을 던져 안타는 38개를 허용했지만 삼진도 31개나 잡아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투구 폼을 바꾸면서 구속은 늘고 제구력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6월들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달 25일 더블헤더 특별엔트리로 콜업됐다가 이민우가 말소되면서 1군에 그대로 남는 행운(?)까지 겹쳤다. 그리고 고졸 데뷔승이라는 기분좋은 기억을 남겼다.

또 다른 KT와 LG의 5차전이 열린 잠실경기. 11-1로 앞선 KT가 9회말 마무리로 한승지를 마운드에 올렸다. 184㎝, 85㎏의 건장한 체격. 그는 선린중학교-포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6년도 입단해 경찰청에서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5년차 고졸 신인. 넉넉한 점수차인만큼 편안하게 던져 자신의 기량을 보여달라는 이강철 감독의 배려였다.

하지만 한승지는 이 배려에 답하지 못했다. 150㎞에 육박하는 직구, 140㎞대에 이르는 슬라이더와 포크볼의 제구력이 들쑥날쑥했다.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공은 한가운데로 몰렸다. 그리고 볼로 판정되는 공은 타자들이 확연하게 느낄 정도로 너무 빠졌다. 그리고 몸맞는 볼까지 나왔다. 6타자를 상대해 27개의 볼을 던져 1볼넷 1몸맞는볼에 4안타를 맞았다. 4실점. 단 한타자도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한승지는 주자를 1, 2루에 두고 이보근으로 바뀌고 말았다. 바뀐 이보근은 병살타와 투수앞 땅볼로 2타자를 상대해 3아웃을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 했다.

한승지는 한 타자도 아웃을 시키지 못하고 4실점해 평균자책점을 구할 수가 없었다. 계산상으로는 무한대다. 5년을 기다려 그렇게 고대하던 1군 마운드에 올랐지만 너무나 허무한 결말이었다.

물론 이날 하루만으로 이들 두 투수의 앞날을 예측할 수는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야구에 몸을 담은 시기는 차이가 나지만 똑같은 날짜에 똑같은 마무리로 나서 1군 무대에 데뷔한 고졸 신인인 이들은 앞으로 상당기간 서로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들 두 투수의 행보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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