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31 김응용,김영덕 감독의 이불변응변(以不變應變)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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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6-2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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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변화하는 적의 형세에 대처한다. 자신은 가만히 있으면서 상대가 장고 끝에 악수를 두게 하거나 자기 꾀에 빠져 자기 발등을 찍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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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다. 선동열이 나오지 않는 경기는 우리가 충분히 이긴다. 그렇다면 5차전 정도에서 끝낼 수 있다. 선동열은 잘해야 4차전 쯤에나 나올 수 있겠지.”

이강돈의 1회 선두타자 홈런으로 첫 승을 줍다싶이 한 이글스 김영덕감독. 막강 선동열을 누르고 거둔 1차전 승리여서 더더욱 기분 좋았다. 1차전에서 이긴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확률은 80%이상. 이제 승부의 분수령을 넘었다 싶었다.

1989년 한국시리즈. 페넌트레이스 1위인 이글스는 1차전에서 타이거즈를 4-0으로 완파, 기세를 올렸다. 더욱이 패전을 걱정했던 선동열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 이여서 우승을 눈앞에 둔 듯 했다.

그러나 김영덕 감독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천하의 선동열’때문이었다. 비록 1차전에서 패했으나 선동열은 페넌트레이스에서 21승 3패를 기록한 절대 강자. 방어율, 승률 1위까지 차지한 투수 3관왕으로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다.

선동열의 승률은 8할7푼5리. 한 번 이겼으니 다음에 만날 경우 또 이길 활률은 거의 없다. 1차전을 이겼지만 선동열이 건재하는 한 승부를 자신할 수 없었다.

김영덕 감독은 1승을 거둔 상황에서 우승할 수 있는 비결은 선동열이 나서지 않는 모든 게임을 잡는 것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동열만 마운드에 서지 않으면 타이거즈는 그다지 무서운 적이 아니었다.

과연 선동열은 언제 다시 마운드에 설 것인가.

완투를 했으니 최소한 3일은 쉬어야 한다. 그렇다면 4차전이 될 것이고 그 다음은 7차전이 된다. 김 감독은 일단 그렇게 분석하고 2, 3, 5차전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로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다소 무리수를 두기도 하는 김응용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더 일찍 등판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일단 몰리고 있는 상황이고 7차전까지 안 갈수도 있으니 3차전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생각이 맞는 것 같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 생각이 맞는 것 해 김영덕 감독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얼키고 설킨 실타래 같았다.

한편 그 시간 김응용 감독도 다음 경기에 골몰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상황을 단순화했다. 머리 쓰기에서 둘 째 가라면 서러워 할 김영덕 감독인데 굳이 자신까지 머리 써가며 애써 부딪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밝히진 않았지만 선동열의 손가락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선택의 여지도 많지 않았다. 1차전 완투로 물집이 잡혀 무리했다가 더 나빠질 수 있었다. 방법은 하나였다. 선발보다는 마무리로 돌려 수시로 조금씩 기용하는 것이었다.

김응용 감독의 머릿속에 들어가 철저하게 연구, 분석한 김영덕 감독과 김영덕 감독의 전략에 관계없이 그대로 꾸려가기로 한 김응용 감독.

하지만 꼬인 것은 김영덕 감독이었다. 2차전 필승을 위해 너무 서두르다가 망치고 말았다. 1회말 4득점으로 앞서 나가자 2회 선발 한용덕을 내리고 김대중을 올렸다. 3회초 김대중이 연속 볼넷을 허용하자 이번엔 송진우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송진우 역시 볼넷을 허용하며 결국 3실점, 다 잡은 2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3차전은 꼭 잡아야 하는 경기. 선동열이 나서지 않아 해볼만 했다. 그리고 막판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선동열의 8회 구원등판, 그대로 0-2로 패했다. 선동열의 등판 패턴에 맞춘 전략이 엇나가면서 4차전도 물러나고 말았다. 1차전 승리 후 내리 3연패. 벼랑 끝 5차전에 모든 힘을 다 쏟았다.

그러나 또 중간에 선동열이 나타나 전열을 흐트려 놓았다. 4회말 선발 신동수가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만들자 지체없이 선동열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는 바로 불을 꺼버리며 6이닝 2안타 10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완성했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그 생각에 치여 명석함을 잃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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