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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56] 골프 용어 '보기(Bogey)'와 영화 '콰이강의 다리' 주제가 '보기 대령 행진곡'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2020-06-21 08:13

 유소연이 20일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 1번홀 그린에서 퍼팅을 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조직위원회 제공]
유소연이 20일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 1번홀 그린에서 퍼팅을 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조직위원회 제공]
골프 용어에는 비유적인 표현들이 많다. 이 표현이 어떻게 유래됐는 지를 알아보면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도 있다. 생각건대 ‘보기(Bogey)’만큼 기원이 다양한 것도 드물다.

이 코너를 준비하면서 보기라는 표현이 영화 ‘콰이강의 다리’의 오프닝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흘러 나오는 경쾌한 남성 휘파람 소리에 맞춘 ‘보기 대령 행진곡(The Colonel Bogey March)’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 곡의 원곡은 1914년에 케네트 알포드(1881-1945, 영국)가 작곡한 것이었는데 맬컴 아널드(1921-2006, 영국)가 휘파람 소리를 첨가해 1957년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영화 주제곡으로 만들었다. 이 곡은 결과적으로 영화음악 최고의 명곡 가운데 하나로 꼽히게 됐던 것이다.

보기 대령이 골프 용어와 연관이 된 것은 영국 골퍼들의 상상력에 의해서였다. 보기의 이전 용어는 원래 ‘그라운드 스코어(Ground Score)’였다. 초창기에는 골프장마다 홀 수나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라 특별한 스코어의 기준이 없었다고 한다. 그 후 1890년에 영국에서 각 홀의 기준타수를 정하자는 의견이 처음 나왔고, 그렇게 각 홀의 기준타수를 정한 뒤 이를 '그라운드스코어' 라고 불렀다. 하지만 스코어를 기록하는 일이 쉽지 않아 '어둠 속에서 어린 아이를 잡아가는 귀신' 이라는 뜻의 당시의 유행가 '보기맨' 에 빗대 '보기 스코어' 라고 불렀다. 스코틀랜드의 은어에 등장하는 도깨비나 악마를 용어로 쓴 것이다. 보기는 파보다 먼저 기준 타수로 사용됐던 것이고, 골프스코어에 이름을 빌려준 보기맨은 아마도 골퍼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보기’가 ‘그라운드 스코어’를 대체한 후 얼마있다가 골퍼들은 골프 스코어를 의인화하기 위해 가상의 캐릭터를 발명했다. 그 캐릭터는 ‘보기 대령’이다. 골프 용어 역사 사전은 1892년 신문 기사에서 ‘보기 대령’을 인용했다. 이 말은 불과 1~2년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보기 스코어를 넘어서려는 골퍼들은 ‘보기 대령’을 이기려 했다. 그 캐릭터는 1914년 ‘보기 대령 행진곡’에 노래로 등장했고, 골프용품으로도 팔렸다. 어렸을 때 초등학교 조회 때나 군대에서 열병 사열 등을 할 때 즐겨 들었던 행진곡이 골프와 연관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매우 재미있었다.
보기에 대한 다른 기원은 찰스 웰먼 소령 관련설이다. 골프 용어사전에 따르면, 영국의 그레이트 야머스 링크스코스에서 골프를 치던 찰스 웰먼 소령이 어느 날 19세기 말 영국 댄스홀 곡 'Here Comes the View Man'에 나오는 캐릭터 ‘보기 맨’을 언급하면서, 그라운드 스코어가 ‘보기 맨‘이라고 소리쳤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이후 보기로 정착됐다는 얘기이다.


보기의 기원에는 원래 우리가 오늘날 파를 사용하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 파와 보기가 반드시 호환되는 용어는 아니었지만 골프홀의 파 등급과 보기 등급은 같은 경우가 많았다.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에 영국 골프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던 반면, 미국 골프에서는 1900년대 초반에 '파'라는 용어가 골프 사전집에 올랐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1911년부터 공식적으로 파를 사용하여 골프 홀과 골프장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USGA는 파를 잘 치는 전문가 골퍼가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는 점수로 정의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파와 보기가 모두 사용되던 첫 해에, 그 의미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일부 골프장에서 홀의 파 등급과 보기 등급이 모두 기재된 짧은 기간이 있었고, 때로는 그 수치가 같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보기는 파 보다 1타 높은 등급이 됐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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