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한민국 스포츠 100년](33)일제강점기의 지방체육⑦평양의 축구 열기를 대변한 무오축구단

2020-06-15 09:19

1921년 조선체육회가 주최한 제2회 전조선축구대회에서 우승한 평양의 무오축구단.
1921년 조선체육회가 주최한 제2회 전조선축구대회에서 우승한 평양의 무오축구단.
일제 강점기 때 평양은 경성(지금의 서울)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번째 도시로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축구 열기가 뜨거웠다. 평양에 어떻게 축구가 전래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1897년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 베어드가 평양에 설립한 숭실학교가 1905년 대학부(숭실전문의 전신)를 증설할 때 목사 교육기관인 평양신학교(1901년 설립자 미국 북장로교 모페트 선교사)에서 축구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1900년대 초 쯤으로 유추될 뿐이다.

평양신학교 선교사들의 지도로 많은 학생들이 숭실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찼고 이것이 대성학교로 급속히 전파되고 얼마 후 청산학교까지 가세하면서 평양에 축구 열기가 시작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대성학교는 민족 지도자인 도산 안창호가 인재 양성을 위한 구국의 일념으로 1908년 9월에 평양에 세운 중등교육기관이다. 청산학교는 소학교(현재의 초등학교)로 정확하게 언제 누가 설립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학도야 학도야, 저기 청산 바라보게. 고목은 썩어지고 영목은 소생하네'라는 교가는 권학가로 온 조선에 유명했다.

1911년 도산 안창호가 상해로 망명하면서 대성학교가 1912년 자연스럽게 폐교가 되었고 자연히 숭실학교가 평양 축구의 중심이 됐다. 일본에 조선이 강제 합병이 된 뒤 일본인들의 갖은 방해가 있었지만 숭실의 축구열기를 꺾지는 못했다. 이렇게 시작된 평양 축구는 광성고보, 평양고보, 숭덕고보 등으로 옮아갔으며 특히 광성과 숭실은 맞수로 정평이 났다.

하지만 1920년 전까지 평양 축구에 대한 기록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다만 1918년에 창단한 무오축구단이 평양 축구의 대명사로 관서지방은 물론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무오축구단은 1918년 무오년에 축구단을 창단해 붙여진 이름이다.

즉 1917년 가을 평양에서는 외국인 선교사와 친분이 두터운 유지들이 모여 청년들과 학생들이 즐기는 축구를 통해 청년운동을 전개하기로 합의하고 축구 유경험자를 대상으로 축구단 조직에 나섰다. 축구단 단원을 규합하는 과정에서 해를 넘겨 1918년을 맞이했고 마침 이해가 간지(干支)로 무오년이어서 축구단의 이름이 무오축구단이 된 것이다.

무오축구단 발기인은 유정필, 이필상, 지용구, 김태술, 박종은, 한봉상, 이석찬, 박경진, 조기풍, 이병학, 강인성, 정태순, 강봉삼, 김원복, 정원순, 정완숙 등이었다.

선수는 숭실학교, 대성학교, 숭실대학 졸업생과 일부 일본 유학생도 포함되었으며 서울, 부산, 대구 등 8개도에서 공을 잘 찬다는 선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무오축구단은 1921년 조선체육회가 주최한 제1회 전조선축구대회부터 1930년 제11회 대회까지 2차례 우승한 것을 비롯해 평양기독교청년회가 주최한 전조선축구대회, 관서체육회가 주최한 전조선축구대회에서 6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무오축구단은 1933년 평양축구단에 흡수돼 해산될 때까지 서울에 있는 불교축구단과 함께 당시 우리나라 축구의 쌍벽을 이루면서 축구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33년 1월 3일 변호사 최정묵을 단장으로 출범한 평양축구단은 무오축구단의 전통을 이어받아 “우수 팀을 조직하여 조선축구계에 이바지함은 물론 기술을 널리 펼쳐 보자”는데 목적을 두었다.

이에 평양축구단은 4월 6일 창단 기념 첫 사업으로 전 경성팀을 초청해 전경성 대 전평양의 대항전을 개최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경·평전 축구대회로 발전했다.

한편 함흥에서도 1938년 6월 20일 외과의사인 김명학을 단장으로 함흥축구단을 창단하고 이해 10월 경성에서 열린 조선3도시대항전 겸 전일본 3지역대항축구전에서 전승으로 우승하고 1939년과 1940년 일본메이지신궁대회에 조선대표팀으로 참가해 2연패를 차지함으로써 그 실력을 과시했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