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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노트] 제주도에서 골프 대회 개최가 어려운 이유

2020-06-14 18:02

14일 제주 엘리시안컨트리클럽에서 열린 S-OIL 골프대회는 이례적으로 짙은 안개로 인해 1라운드만 공식 인정하고 마무리했다. 사진은 그린에서 퍼팅연습하고 있는 선수들. [KLPGA 제공]
14일 제주 엘리시안컨트리클럽에서 열린 S-OIL 골프대회는 이례적으로 짙은 안개로 인해 1라운드만 공식 인정하고 마무리했다. 사진은 그린에서 퍼팅연습하고 있는 선수들. [KLPGA 제공]
코로나 19도 잘 넘어왔지만 끝내 한라산 악천후가 결정적인 발목을 잡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이 한라산의 변화무쌍한 날씨 영향으로 1라운드만 공식 인정을 하고 막을 내렸다. 원래 3라운드로 열리는 대회가 날씨 때문에 1라운드만 인정하고 대회를 끝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3월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미국 프로골프(PGA)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1라운드를 치르고 전격 중단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날씨 때문에 1라운드만 갖고 대회를 마친 것은 드물다.

한국여자골프는 지난 3월이후 전 세계 골프대회로는 처음으로 지난 5월 중순 KLPGA챔피언십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이어 E-1 채리티, 롯데 칸타타 오픈 등을 연이어 열었고,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S-OIL 대회를 제주 엘리시안컨트리클럽에서 가졌다. 하지만 S-OIL 대회는 애꿏게도 한라산 악천후로 악전고투를 거듭해야 했다.

12일 1라운드는 정상 개최했다. 하지만 13일엔 안개와 많은 바람, 낙뢰 등으로 5시간 지연된 12시에 출발해 일몰까지 출전 선수 120명 중 절반가량만 2라운드를 마쳤다. 대회 최종일인 14일엔 이른 오전부터 안개가 덮인 데다 강한 비도 이어지면서 결국 예정된 시간에 경기를 시작하지 못했고, 축소가 불가피했다. 이날 오전 9시 조직위 회의에서 축소를 결정한 이후에도 코스에는 강한 비가 내리고, 비가 그치면 짙은 안개가 깔리는 등 정상적으로 경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초 예정 시각인 오전 7시에서 조금씩 밀리더니 결국 오후까지 시작하지 못해 2라운드 잔여 경기마저 개최가 불발됐다. 결국 대회는 1라운드만을 공식 인정하고 1라운드 8언더파 64타의 최저타를 기록한 지난 해 대회 우승자 최혜진이 1위에 올랐다. 지난 해 대회서도 최혜진은 날씨 때문에 36홀까지의 성적만을 인정받고 우승자가 됐다.

국내여자골프대회는 1년 시즌 중 30개 대회 가운데 5개 정도를 제주도에서 개최한다. 지난 해만해도 롯데 렌트카, 롯데 칸타타, S-OIL, 삼다수 마스터스, SK네트웍스 등 5개 대회를 열었다. 올해에는 롯데 렌트카 대회는 코로나19로 취소됐고, 지난 주 롯데 칸타타가 개최된 데 이어 이번에 S-OIL 대회를 열었다. 앞으로 삼다수(7월)와 SK네트웍스 대회(10월)가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골프대회를 제주도에서 자주 여는 것은 제주도만이 갖는 골프장의 매력과 경기장을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한라산 천혜의 환경을 기반으로 수려한 경치를 갖고 있는 골프장들이 많다. 또 골프 대회 장소로 활용할 골프장이 내륙 골프장보다 상당히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제주도만이 갖는 불편한 요소도 감수해야 한다. 바로 날씨이다. '바람, 돌, 여자'로 대표되는 '삼다도'라는 말이 있듯이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 또한 불규칙하다는 점이다. 골프대회 운영자들이 경기장 그 자체로는 만족해하면서도 항상 날씨에 가슴조리는 이유이기도 한다. 장마를 피하는 6월과 본격적인 초겨울에 들어가기 직전인 10월 대회가 특히 날씨에 민감하다. 골프 대회를 하기에 최적지라고 판단한 이 시기가 오히려 악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6월에는 비바람과 안개를 동반한 악천후가 많이 발생하고, 10월에는 한라산 중턱에 있는 골프장 등에는 진눈깨비까지 날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결국 골프의 신에게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S-OIL 대회가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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