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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스토리] 트리플 보기 2개 뒤에 찾아 온 이글...지옥과 천당을 경험한 프로 3년차 윤서현

2020-06-13 21:20

 윤서현. [마니아리포트 DB]
윤서현. [마니아리포트 DB]
[제주=김학수 기자] '천당과 지옥은 번지수가 따로 없다'는 말이 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지옥에서도 천당을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 3년차 윤서현(20·대방건설)이 13일 제주 엘리시안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S-OIL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천당과 지옥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황당한 골프를 난생처음 경험했다. 트리플 보기 2개와 이글 1개. 1부 투어에서 뛰는 선수가 18홀에서 이런 기록을 함꺼번에 작성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기상 악화로 5시간 늦게 경기를 시작한 것 자체가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1번홀에서 박교린, 전우리와 한 조에 속했던 윤서현은 티샷을 할 때부터 이상하리만큼 난조를 보였다. 첫 티샷이 페어웨이 중간 왼쪽 카트 도로 맞고 잡목 속으로 들어갔다. 앞 쪽에서 볼 위치를 확인해주는 마커가 사인을 보냈다. 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신호였다.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샷도 왼쪽으로 말리면서 숲 속으로 날아갔다. 정 안된다 싶었던지 네 번째 샷은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를 잡고 샷을 했다. 이 샷은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날아갔다.

잠정구를 여러 개 친 윤서현은 마커와 함께 첫 번째 티샷한 볼을 어렵게 찾았다. 뒷조에서 유현주 등이 10여분간이나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윤서현은 그린을 향해 직접 쏜 볼이 그린 반대편으로 날아가 OB처리 되고 말았다. 불운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이어 4타째를 레이업한 뒤 윤서현은 5타째만에 온그린에 성공해 2퍼트로 트리플 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2번홀에서도 샷 난조는 이어졌다. 불안한 티샷으로 샷이 흔들리며 앞 홀에 이어 연속 트리플 보기를 작성했다. 하지만 죽은란 법은 없었다. 윤서현은 3번홀에서 회심의 버디를 잡아냈다. 하지만 또 롤로코스터를 타는 듯 샷이 좀처럼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5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했으나 7번홀에서는 다시 버디로 만회했다. 8번홀에서 보기, 9번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전반 9홀 스코어는 무려 8오버파를 기록하고 말았다. 거의 주말 골퍼 수준의 기록이었다. 후반들어서도 10번홀서 버디를 잡아 회복하는 듯 했으나 11번홀에서 다시 보기를 내주었다. 13번홀에서도 버디, 14번홀에서는 다시 보기를 기록했다. 들쑥날쑥하던 끝에 마침내 긴 가뭄뒤의 상큼한 이글을 잡아냈다. 15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 지점에 붙인 뒤 이글 퍼트를 넣어 단숨에 2타를 줄였다.

윤서현은 다시 돌아보기도 싫었던 이날의 경기에서 이글로 아쉬움을 달랬다. 2라운드 스코어는 6오버파 78타였고, 합계는 4오버파 148타였다. 전체 순위는 116위.

가장 길고도 힘든 라운드를 겪은 윤서현은 커트오프를 당하고 쓸쓸히 골프백을 메고 클럽하우스를 떠나야 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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