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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포츠 100년](31)일제 강점기의 지방체육⑤부산의 명물...동래 줄쌈 대회

부산 4개 지역 관할하는 체육단체를 통괄하는 부산체육연맹 존재해

2020-06-08 10:02

정확한 연대는 알수 없지만 부산 구덕경기장에서 열린 야구대회 모습. 뒤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중절모를 쓴 관람객드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정확한 연대는 알수 없지만 부산 구덕경기장에서 열린 야구대회 모습. 뒤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중절모를 쓴 관람객드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영남의 명물, 줄다리기 대회
영남의 관문인 부산은 쇄국의 빗장이 풀려 개항이 되면서 선진문물이 가장 먼저 거쳐 가는 관문도시이자 국제도시였다. 더구나 일제와 가장 가까운 조선의 항구 도시인 탓에 부산은 일제의 반도 침략, 대륙 침략의 거점 역할을 하면서 그 어느 도시보다 일본인들의 많이 살았다. 따라서 이 시기에 급진적으로 유입된 체육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부산에서는 야구와 축구 등 구기 종목이 특히 인기를 끌며 일찌감치 구도의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은 전통놀이로 ‘동래줄쌈’이 유명했다. ‘줄쌈’은 ‘줄을 가지고 다투는 싸움’이란 뜻으로 바로 줄다리기를 말한다.

새해가 밝으면 부산의 아이들은 집집을 돌아다니며 볏짚을 구해 새끼를 엮어 밤마다 어울려 줄다리기를 하고 놀았다. 아이들의 놀이가 며칠 동안 이어지다보면 애기 줄이라고 불리는 이 줄은 매일매일 가닥을 보태 하루가 다르게 굵어지는데 이렇게 열사흘을 지나 굵어진 줄은 어른들의 몫이 돼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펼쳐지는 동래줄쌈에 사용됐다. 어른들은 애기 줄에 칡과 삼을 보태 직경 80㎝, 길이 80여 m에 이르는 거대하고도 질긴 몸줄을 만들었다. 각 방향 세 가닥으로 뻗은 이 줄에 약 1m 간격으로 줄꾼들이 잡고 당길수 있도록 종줄을 달아 한 곁에 힘을 모을 수 있는 쌈줄을 완성했다.” (부산체육 50년사에서)

다소 방법은 틀리지만 1900년~1920년까지 올림픽에서도 줄다리기가 정식종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동래줄쌈이 애초에 어떤 목적에서, 왜 시작했는지 그 유래와 연원은 정확히 알 길이 없지만 부산이 ‘동래줄쌈’을 통해 체육의 본질을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래줄쌈’은 수영, 연산, 안락, 민락, 거제, 양정, 광안, 해운대, 기장을 아우르는 동부(東釜)와 명륜, 온천, 초읍, 연지, 장전, 금곡, 사직, 서면, 구포 마을을 아우르는 서부(西釜)의 줄꾼들이 나와서 싸움을 벌였는데 이 때 모여든 줄꾼과 구경꾼들이 수만 명에 이르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동래줄쌈의 특이한 점은 동부가 이기면 풍년을 이루고 서부가 이기면 풍어가 든다고 해 승부보다는 부산 전체의 축제였다는 점이다. 이런 줄다리기는 부산뿐만 아니라 영남 전 지역, 아니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정월 대보름, 5월 단오, 9월 구중 등 명절 때 양반과 상민이 구별 없이 어울리는 놀이였다. 이렇듯 어린아이부터 어른, 그리고 동네, 더 나아가 수천에서 수많은 장정이 합심해 줄을 당기며 한마음이 되어 응원하고 줄다리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은 마치 오늘날의 스포츠 축제나 다름없었다.

이런 줄다리기를 지역에 따라 ‘색전’(索戰)’ ‘갈전’(葛戰) ‘조리희’(照里戱) ‘견구’(牽鉤) ‘발하’(拔河) 등 다양하게 불렀는데 1928년 2월 1일 창립한 부산체육회의 사업가운데 하나가 바로 색전대회이기도 했다.


부산에는 부산체육회, 부산중앙체육회, 목도체육회, 서부체육회의 4개 단체가 가맹된 부산체육연맹이 조직되어 있었다. 부산체육회는 부산진 방면인 북부지역, 서부체육회는 대신동 방면의 서부지역, 부산중앙체육회는 초량 방면의 중부지역, 목도체육회는 영도 방면의 남부지역을 각각 관할하며 매 1년씩 번갈아 가며 각 부민 대운동회를 개최하였으며 부산체육연맹은 이를 후원하며 부산체육단체들의 통일을 기도하기도 했다. 또 이들 각 체육회는 축구, 야구, 정구, 수영 등 각종 대회뿐만 아니라 자체 운동회도 여는 등 활발한 체육활동을 벌였다.

무엇보다 부산은 일본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야구가 성행했는데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부산진청년회와 초량청년회 야구팀이 전경신구락부, 전배재구락부 등 서울팀들을 초청해 부산진 매축장의 야구연습장에서 친선경기를 하기도 했다.

이밖에 동래를 중심으로 한 동래체육회는 남조선축구대회를 개최하고 가을에는 동래시민대운동회를 주최하였으며 동래정구단은 매년 전조선개인정구대회를 개최했다.

부산과 함께 진주, 울산도 체육활동이 활발했는데 진주는 유도, 격검, 권투 대회를 주관한 진주무도단과 진주축구구락부, 진주정구구락부가 대표적이며 울산은 도심을 흐르는 태화강의 정취를 즐기며 운동회, 야구, 씨름이 성행했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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