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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스토리] 스포츠 스타들의 골프 이야기 11- 힘쓰기 3년, 힘빼기 3년, 그리고 또 3년

2020-06-07 07:14

[마니아 스토리] 스포츠 스타들의 골프 이야기 11- 힘쓰기 3년, 힘빼기 3년, 그리고 또 3년

자율야구의 신봉자인 이광환 전 LG감독은 종종 뱃팅을 검술에 비교했다. 중앙고교 시절 ‘이영민 타격상(1965년)’을 받았던 이 감독이기에 타격에 관한한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었다.

옛날에 ‘칼 좀 쓴다’는 말을 들으려면 최소 9년은 걸렸다. 우선 힘을 집중하는 데 3년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힘이 없으면 벨 수 있는 게 없다. 근력을 키우고 스피드를 살리고 정확도를 높이는 일에 3년은 쏟아 부어야 일정한 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힘만 있다고 다 벨 수는 없다. 대나무는 두 동강을 낼 수 있어도 흔들리는 풀은 벨 수 없다. 힘을 뺄 줄 알아야 가능한 다음 레벨이다. 하지만 힘을 빼다보면 힘 쓸 때와 다른 약점이 생긴다.

그래서 힘 쓸 때와 힘 뺄 때를 알아야 하는데 적어도 또 3년은 공을 들여야 한다. 한 동작에 힘을 쓰기도 하고 힘을 빼기도 해야 하는 과정으로 그래야 비로소 검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고 그 경지에 오르면 ‘평범 속에 비범한 수’가 나오게 된다.


야구의 방망이질도 칼질과 다르지 않아서 수없는 담금질 속에 완성된다. 골프 샷 역시 마찬가지인데 어찌 보면 야구보다 더 어렵다. 야구는 잘 못 맞은 게 ‘텍사스 안타’가 되고 빗맞아서 20m밖에 안 나간 게 묘하게 뒤틀려 내야안타가 된다. 심하게 엇나가도 파울이라고 다시 치면 되지만 골프는 그 모든 게 한 타고 심하면 벌타가 된다.

힘만 주면 쪼르르 굴러가거나 잘 나가다가도 휠 수 있고 너무 부드러우면 멀리 나가지 않는다. 가볍게 들어 올려 강하고 빠르게 임팩트 한 후 다시 힘을 풀어 끝까지 팔로우스윙이 되는 동작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면 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골프는 즐겁자고 하는 운동이다. 검술과는 달리 한 칼질에 죽고 사는 게 아니고 프로야구 타자처럼 한방 한방에 큰돈이 걸려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담금질을 한들 안한들 상관없다. 다만 남들보다 잘하려면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고 그처럼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작업이니 잘 못 쳐도 그만이다.


이광환 전 감독도 골프를 잘 치기보다는 즐기는 쪽이다. 구력 10여년으로 가격에 능한 유명우 전 프로복싱 챔피언도 80대 중반이다. 국가대표 4번 타자 출신의 강병철 전 롯데 감독 역시 드라이브 거리는 상당하지만 스코어는 80대 중반으로 열심히 하는 보통의 주말골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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