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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40] ‘당수(唐手)’에 ‘당나라 당(唐)’자가 들어간 까닭은

2020-06-03 11:19

 지난 2일 88세를 세상을 떠난 '당수치기의 대가' 천규덕씨.[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일 88세를 세상을 떠난 '당수치기의 대가' 천규덕씨.[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수치기의 대가'로 불렸던 한국 1세대 프로레슬러 천규덕(88)씨가 2일 별세했다. 천씨는 '박치기왕' 김일, '백드롭의 명수' 장영철과 함께 1960~70년대 인기스포츠였던 프로레슬링의 대표 스타였다. 그는 특히 검은 타이즈를 입고 '얍'하는 기합과 함께 필살기인 당수를 날리는 장면으로 인기를 끌었다. 천씨는 1970년대 초 장충체육관에서 맨손으로 소를 때려잡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당수 그 자체가 얼마나 위력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호신술로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수는 신체 각 부위만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하는 동시에 상대방을 제압하는 무술이다. 당수 기술 가운데 천씨의 주기술인 당수치기는 맨손으로 치는 것을 말한다.

‘당수(唐手)’는 ‘당나라 당’과 ‘손 수’가 합쳐진 한자어이다. 공교롭게도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모두 같은 한자어를 쓴다. 당수라는 말의 기원은 중국 당나라와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정식(韓定食)’, ‘한과(韓菓)’ 등에 ‘나라 '한’이 들어가 한국에서 유래됐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처럼 당수라는 말의 ‘당’의 어원은 당나라와 관계됐다는 말이다. ‘수’자는 이 코너 14회차(‘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에서 다룬 바 있다. ‘손 수’자는 원래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하거나 버릇으로 자주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에 사용된다. 목수, 가수, 운전수 등이 뒤에 ‘수’자가 붙어 있는 이유이다. 보통 ‘수’자가 들어간 직업은 주로 손으로 일을 하거나 작업을 하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당수라는 말은 당나라 때 손으로 하는 무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당나라는 수(隋)나라에 이은 중국의 통일 왕조국가였다. 618년에 이연이 건국하여 907년 후량의 주전충에게 멸망하기까지 290년 동안 있었던 중국의 왕조이다. 중앙 아시아에까지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였으며 중국의 통일 제국으로는 한나라에 이어 제2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와 나·당 연합을 맺고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키는 데 협력하기도 했다. 당나라는 세계 최고의 문화제국을 구축해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역사를 큰 영향을 주었다. 한자, 율령, 유교, 불교문화가 만들어지는데 결정적인 바탕을 마련한 당나라 문화는 한국, 일본 등과 많은 교류를 했다. 특히 한자는 한반도의 이두, 일본의 가나 형성에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

당수도 이러한 문화융성의 분위기속에서 만들어진 말이 아닌가 싶다. 많은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무협지 등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신체를 이용한 각종 무술을 집대성한 단어로 통칭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수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다. 체육 백과사전에 따르면 당수는 고대 인도에서 만들어져 중국 당(唐)나라를 거쳐 삼국시대 때 한국으로 들어와서 14세기경 일본 류큐[琉球, 지금의 오키나와]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명(明)나라 때 당수권법(唐手拳法)으로 체형(體形)이 정리된 것으로 보이며, 1920년대부터 일본에서 활성화되면서 '가라테'라는 명칭으로 통용되었다. 일본어에서 '가라(から)'는 '비어 있다(空)'는 뜻이고, '테(て)'는 '손'을 뜻한다. 가라테[空手]는 곧 맨손의 무술을 의미한다. 중국 당나라를 가리키는 '당(唐)' 자도 히라가나로는 '가라(から)'라고 쓰는데, '가라테[唐手]'는 곧 '당나라의 권법'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일본의 무술로 정착되면서 '唐手(토오슈)'는 쓰지않고 '空手(공수)'로 통일됐다.

한국에서는 당수라는 말은 일제강점기 때 들어왔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당수라는 말을 검색해보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당수라는 말은 분명 일본의 영향을 받아 생긴 말이다. 광복 이후 수련도장이 생기기 시작하여 권격도(拳擊道)·공수도(空手道)·가라테·당수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리었다.

공교롭게도 요즘 중국어인 간체에서는 당수를 ‘도수(徒手)’라고 쓴다. 도수는 맨손을 말한다. ‘도(徒)’는 일반적으로 ‘무리’라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맨손, 맨발이란 뜻도 있다. 도보(徒步)는 발로 걸어가는 것을 말하며 예전 초등학교나 군대에서 많이 한 ‘도수체조’는 맨손체조를 말한다. 중국에서 간체로 ‘당’을 포기하고 ‘도’를 쓴 것은 당의 정체성을 버리고 세계적으로 보급된 가라테의 일본식 용어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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