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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28 박찬호와 강점(强點) 强化(강화)전략

2020-06-02 06:25

-약점을 보완하는 것 보다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 더 강해지는 방법이다.

[프로야구 손자병법] 28 박찬호와 강점(强點) 强化(강화)전략


그 때도 공은 빨랐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았다. 때문에 전반적인 평가는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고교까지 함께 야구를 한 공주고 동기인 손혁과 홍원기가 고려대로 향할 때 박찬호는 한양대로 갔다.

대학 입학 후 공은 더욱 빨라졌다. 시속 156km까지 찍었다. 박찬호를 데려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던 한양대 이종락 야구부장이 희희낙락했으나 여전히 그는 대표 팀에 뽑히지 못했다.

인재가 차고 넘친 ‘92학번 황금세대’. 대학 1~3학년생을 주축으로 한 1992년 한미야구선수권대회 대표에 동기생 5명이 투수자원으로 선발되었다. 연세대 임선동, 고려대 조성민, 홍익대 손경수에 이어 영남대 전병호, 한양대 차명주까지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그는 아니었다.

1년 뒤 1993년 버팔로 유니버시아드. 변화가 생겼다. 손경수가 잦은 돌출행동으로 대표에서 제외되었고 박찬호는 위재영, 임선동, 조성민, 차명주, 김영수, 김민국과 함께 미국으로 날아갔다.

선발감은 아니었다. 위재영, 임선동, 조성민이 선발이었다. 박찬호는 김영수, 김민국 등과

함께 불펜 역할이었다. 주성노코치는 “워낙 공이 들쭉날쭉해서 선발로 올릴 수는 없었다”고

했다. 틈틈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렸다.

처음 조성민, 임선동에게 관심을 가졌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어느 순간 박찬호에게 스피드건을 들이댔다. 쿠바와의 결승전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등의 스카우터들이 떼로 몰려와 경이로운 눈빛으로 박찬호를 바라보았다.

100마일의 구속이 가능한 선수. 그들은 공의 빠르기를 먼저 보았다. 제구력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제구력이 좋은 선수를 강속구 투수로 만들 순 없지만 강속구 투수에게 제구력을 입혀 최고로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박찬호요. 빠르죠. 하지만 걱정 없습니다. 안 치면 됩니다. 기다리고 있으면 볼넷으로 걸어 나가는 거죠.”

당시 타자들이 흔히 하던 말이었다. 국내의 지도자들도 비슷했다. 공이 아무리 빨라도 필요할 때 원하는 곳으로 던지지 못하면 소용없다고들 했다.

선동열보다 더 빠른 공을 던졌던 박동희를 결코 대투수가 될 수 없다는 뜻으로 ‘슈퍼베이비’라고 부른 한국야구였다. 실제로 박동희는 한 번씩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피칭을 했지만 14승이 시즌 최다승 기록이었다. 그의 강속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탓이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달랐다. ‘100마일 투수’는 타고나는 것이지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미국서도 흔치않은 ‘100마일형 투수’. 스카우터들은 그래서 나중엔 모두 박찬호쪽으로만 몰렸다. 그들의 견해는 다 비슷했다.

“빠른 공, 그 자체가 엄청난 무기인데 왜 그것을 굳이 다듬으려고만 하는가. 그 빠른 공을 더 빠르다고 느낄 테크닉만 한두개 가르치면 최강이 되고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만약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가지 못하고 한국에 그냥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반짝 하다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제구력을 가르치느라고 애를 쓰다가 잘 안되면 공의 속도를 줄이라고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결국 죽도 밥도 안 되는 것이니까.

약점을 보완할 것인가, 강점을 강화할 것인가. 현재도 한국 지도자들의 보편적 습성은 그 선수의 강점은 놓치면서 약점을 보완하느라 이리저리 매달리고 자신의 틀안으로 선수들을 끌어들이는 편이지 싶다.

인간의 한계치에 가까운 160km를 던질 수 있는 흙속의 진주. LA 다저스는 ‘방치되다 싶이 한’ 박찬호의 미래를 확신하며 군 미필자인 그를 유학형식으로 붙잡아 일단 메이저리그의 맛을 보인 후 조련사가 잔득 포진하고 있는 마이너리그로 보냈다.

절차탁마 2년. 박찬호는 불같은 강속구와 그 강속구를 돋보이게 하는 파워 커브를 장착하고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1996년 4월 7일 구원으로 메이저리그 첫 승을 올린 후 4월 12일 첫 선발승을 기록했으며 17시즌동안 메이저리그를 누비며 통산 124승을 작성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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