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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스토리] 스포츠 스타들의 골프 이야기 9- ‘거지 파’의 달인들 ⓶

2020-05-31 07:57

[마니아 스토리] 스포츠 스타들의 골프 이야기 9- ‘거지 파’의 달인들 ⓶
농구인 유희형씨와 양궁인 이왕우씨는 강문수씨와는 달리 퍼팅으로 파를 ‘줍는다’.

유희형씨는 김동광, 이충희, 정재섭, 정덕화, 강동희, 신기성, 김승현 등을 배출한 송도고등학교 출신 농구 국가대표 원조로 KBL심판위원장을 지낸 인물. 장신이고 유연성이 뛰어나지만 드라이브 거리는 내세울 게 없다. 젊었을 때도 200m내외였다.

당연히 투 온 보다 쓰리 온이 많지만 퍼팅은 투 퍼팅보다 원 퍼팅이 더 많아 평균 7~8개의 파를 기록한다. 농구나 골프나 마지막은 똑같이 ‘구멍에 공을 넣는 행위’이기 때문. 감각이 살아있는 덕분인데 무엇보다 시야가 넓어 퍼팅 시 머리를 들지 않는다.

“패스를 하려면 시야가 270도는 되어야 한다. 퍼팅의 시야 각도는 90도밖에 안 된다. 땅만 쳐다 보고 있어도 공이 굴러가는 게 보이는데 왜 고개를 들겠는가. 퍼팅은 언제나 재미있고 자신 있다.”

곁눈질에 익숙하다는 말인데 골프도 곁눈질의 스포츠이긴 하다. 골프는 정면을 겨냥하지만 막상 샷을 하거나 퍼팅을 할 때는 모두 옆 눈질이다. 때문에 착시현상을 겪고 그로인해 잘못을 저지르는데 농구인들은 ‘오랜 습관’덕분에 실수가 적다는 것.

유희형씨도 그렇지만 김동광, 이인표씨 등 모든 농구스타들이 퍼팅엔 무척 강하다. 하지만 그들도 신경을 곤두 세워야 할 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짧은 거리도 곧잘 놓친다. 그래서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고 어렵다.

이왕우 전 감독은 10여m 이상의 롱퍼팅을 자주 성공시킨다. 80대 중후반의 플레이어이므로 실력보다는 운이다. 물론 운이지만 일정 부분은 실력이다. 18홀 도는 동안 3~4 차례는 넣고 거의 매번 OK거리에 가져다 놓는다.

“70m 거리에서 ‘퍼펙트 골드’를 기록하기도 하는데 더 가까운 곳에서 더 넓은 구멍에 집어 넣는 게 뭐가 어렵겠습니까”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중국 국가대표들을 앞세워 대한민국의 금메달에 도전하게 될 이왕우 중국 대표팀 총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과녁 정중앙의 카메라 렌즈를 깨트린 퍼펙트 골드의 주인공 김경욱을 키워낸 인물.

골드 표적은 지름이 12.2cm이고 골프 홀은 10.79cm이지만 퍼펙트 골드는 6.1cm. 어렵지 않다는 게 이론상 가능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 그러나 이 감독 등 양궁인들은 기본적으로 퍼팅을 잘하고 자신있게 한다. 과녁을 향하는 익숙함보다는 집중력과 그 자신감이 퍼팅의 비결인 듯.

초집중과 흔들리지 않음. 초보자라도 할 수 있다. 멘탈을 강하게 달구면 구력이 다소 짧고 테크닉이 좀 떨어져도 보다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그게 골프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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