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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스토리] 스포츠 스타들의 골프 이야기 8- ‘거지 파’의 달인들

2020-05-30 09:15

[마니아 스토리] 스포츠 스타들의 골프 이야기 8- ‘거지 파’의 달인들

골프는 복잡하다. 골프는 ‘역시 드라이브니 퍼팅이니’ 하지만 그렇게 한마디로 단정 지을 순 없다.

드라이브는 쇼, 아이언은 예술(과학), 퍼팅은 돈이고 어프로치는 스코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을 터. 다른 운동과는 달리 운동신경이 좀 떨어져도 열심히 연습하면 중간은 갈수 있고 덕분에 누구라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탁구나 양궁 등은 골프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한 경험이 있어 적응은 좀 빠른 편이나 도구의 활용법이 달라 오히려 애를 먹는 경우도 있으며 전체적으로 볼 때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과정에 들어가면 달라진다. 강문수씨는 1970년대 아시아 탁구 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로 삼성 탁구단 감독을 거쳐 현재 대한항공 탁구단 총감독. 그의 드라이브 샷이나 세컨 샷을 보면 누구나 만만하게 생각한다.


드라이브 거리가 200야드가 좀 안 된다. 신체조건이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닌 터에 보통의 주말 골퍼보다 거리가 오히려 적게 나가니 ‘국가대표 출신과 내기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컨 샷은 아이언보다 힘을 덜 써도 되는 우드가 편하다며 5번 정도의 우드를 쓴다. 드라이브 거리가 짧은 편이라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그걸로 올리지도 못한다. 쓰리 온. 투 퍼팅이면 보기. 그러나 결과는 파. ‘오늘 운이 좋은 편인 모양이다’고 한 두번 넘어가지만 그의 파 행진은 멈출 줄 모른다.

한 두 번이 아니라 너 댓 번이면 운이 아니라 실력. 강감독보다 티샷을 30~40야드 이상 보내고도 그를 이기지 못한 80대 중후반의 주말골퍼는 혼자서 씩씩대다가 이내 무너진다. 그리고 평소 실력보다 못한 90을 그리고 만다.


강 감독은 변함없이 80대 초반. 흔히 ‘3학년 1반’이라고 하는 ‘쓰리 온 원 퍼팅’전문이다. 문전에서 구걸하듯 겨우 겨우 빌어서 파를 한다고 해서 ‘거지 파’로 실전에서 만나면 매우 무섭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장 잘하는 것이 어프로치.

탁구는 상대의 테이블 어디를 공략하느냐에 따라 점수를 얻거나 잃는다. 정확도와 눈썰미가 득점의 포인트 중 하나.

강 감독은 티샷에 서면 단숨에 자신만의 코스 공략 법을 기획한다. 드라이브로 180을 보내고 두 번째 샷을 그린 근처에 보낸 후 세 번 째 칩샷을 바짝 붙여서 한 번에 집어넣는다. 거리가 짧은 대신 드라이브와 세컨 샷을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뜨린다.

세컨 샷을 그린 근처 30야드 안팎에 갖다 놓는 경우는 열 번에 여덟 번 정도. 거기서 홀에 붙에 원 퍼팅 하는 확률 역시 열 번에 여덟 번. 그래서 그는 결코 무너지는 법이 없다.

골퍼는 늘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드라이브 거리가 짧다고, 폼이 그다지 세련되지 않았다고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친다. 강호는 넓고 특이한 검법의 강자는 의외로 많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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