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28] ‘컨트리 클럽(country club)'에 왜 ’컨트리‘가 들어갔을까

김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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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5-23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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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 스킨스게임이 열리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는 골프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오션코스 5번홀 봄 정경.
수십년 전 처음 본 골프장은 충격이었다. 새파란 잔디, 빼곡이 들어찬 아름드리 나무와 우거진 숲, 화려한 꽃과 연못이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했다. 한마디로 자연미와 인공미가 잘 어울린 거대한 정원이었다.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구현시킨 지상의 낙원같았다.

골프장 이름에는 ‘컨트리 클럽(country club)'이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도시에서 좀 벗어난 곳에 있어서 처음에는 ’시골‘이라는 의미의 ’컨트리‘와 모임을 뜻하는 ’클럽‘의 합성어쯤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골프를 좀 알면서 컨트리 클럽이라는 의미는 알고 있던 것보다는 좀 더 깊은 내막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시골 동호회’ 정도로 알았던 ‘컨트리 클럽’은 산업화와 깊은 연관이 있는 말이었다.

19세기 말 영국과 미국에서 산업화는 누구도 멈출 수 없는 대세였다. 당시 사람들의 삶은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대표적인 그림 ‘풀밭위의 식사’는 야외 풀밭 위에서 일상적인 한때를 보내는 젊은이들을 그렸다. 마네 등 인상주의 화가들은 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야외로 나가 부지런히 전원 풍경을 그림에 담았다. 이는 전원에 살기를 원하는 욕망을 화폭에 그린 것이다. 산업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며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자 일부 돈 있는 사람들은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전원에서 사는 것을 꿈꾸었다.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로 손꼽히는 영국의 에릭 홉스봄은 자신의 유명한 3부작의 하나인 ‘제국주의 시대’에서 영국과 미국의 신흥 중산층들의 단면을 소개했다. 1900년 즈음에 미국 보스턴 지방 유지들은 자신들의 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다고 한다. “보스턴은 무거운 세금과 정치적 혼란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너희들은 결혼하면 교외지역을 선택하여 살 집을 정하고 컨트리 클럽에 가입해라. 그리고 클럽, 가정, 아이들이 너희 인생의 중심이 되도록 하여라.” 점차 교외의 집과 정원이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중산층들은 컨트리 클럽이라는 모임의 공간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검색을 해보면 컨트리 클럽은 개인 소유의 클럽으로, 종종 회원 할당과 초대 또는 협찬에 의해 일반적으로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스포츠와 식사 및 접대를 위한 시설을 제공하는 곳이라 한다. 대표적인 운동으로는 골프, 테니스, 수영 등이 있다. 컨트리 클럽은 도시 외곽이나 교외에 위치하며, 실외 활동을 위한 장소이고 골프를 주로 한다는 설명이다. 컨트리 클럽은 원래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되었고 1880년대 초에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컨트리클럽은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White Anglo-Saxon Protestant)의 두문자를 따서 줄인 말인 주류층 ‘와스프(WASP)'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사설 클럽이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히스패닉계 미국인과 유대교, 가톨릭교도에게는 매우 배타적인 자세를 보였다. 초창기 컨트리클럽의 주된 스포츠는 승마였다. 1890년대부터 골프 붐과 함께 골프가 컨트리클럽의 핵심 스포츠로 등장하게 되었다. 자동차 문화의 성장으로 승마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골프는 다른 스포츠 시설 부지를 밀어내고 최대 공간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 컨트리클럽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을 통해 골프가 들어오면서 골프장을 뜻하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1990년대 이후 골프장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컨트리클럽과 함께 ‘골프 클럽(golf club)'이라는 말도 함께 쓴다. 24일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 경기가 벌어지는 골프장도 정식 명칭은 스카이72 골프클럽이다. 지금은 골프가 대중적인 취미 활동이 됐다. 하지만 골프장을 뜻하는 컨트리 클럽은 당초 부자와 명사들의 안식처였으며, 인종차별, 성차별, 종교차별의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던 곳이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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