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25 김성근, 임창용과 부득이야(不得已也)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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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5-1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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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25 김성근, 임창용과 부득이야(不得已也)

-그렇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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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재목임을 알아봤다. 사이드핸드 투수의 공이 시속 147km라면 최상이었다. 그런데 녀석이 도통 훈련을 하려 들지 않았다. 옆에 붙어서 가르쳐도 그 때 뿐이었다. 돌아서면 어느 새 농땡이 질이었다.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 됐다 싶어 마운드에 올리면 얻어 터지기 일쑤였다. 틈만 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 술 마시며 돌아다니니 마운드에서 제대로 던지질 못했다.

김성근과 임창용은 1년여를 그렇게 붙잡고 도망치며 허송세월했다. 재능은 확실한데 발휘하지 못하니 속이 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말을 물가에 끌고 갈수는 있으나 먹게 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는가.

1995년 김성근은 해태 2군 감독을 맡았다. OB, 태평양, 삼성 등의 감독으로 10여년 일선에서 뛰다가 한동안 야인으로 지낸 후였다. 모두들 1군 감독이었던 사람이 어떻게 2군을 맡느냐고들 했지만 그는 때를 기다리며 사람을 키우고 싶었다.

그런 김성근 감독을 한눈에 사로잡은 선수가 있었다. 그 해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막 입단한 임창용이었다. 어깨가 싱싱한데다 공이 위력적이었다. 컨트롤만 좀 잡아주고 몇 가지 기술만 익히면 곧 대물이 될 듯했다.

의욕이 넘쳤다. 많은 시간을 그에게 쏟았다. 그러나 임창용은 야구에 뜻이 있는지 없는지 노는 것에만 몰두했다. 애를 태우던 김 감독은 전략을 다시 세웠다. 아무리 좋은 자질을 타고 났어도 갈고 딱지 않으면 무용지물. 안 되면 버릴 마음까지 먹고 ‘사람 만들 기회’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툭하면 증발하던 임창용이 또 사라졌다. 김 김독은 ‘때가 왔음’을 알았다. 3일 후 임창용이 어슬렁어슬렁 나타났다. 지은 죄가 있어 김 감독을 보자 겉으론 꼬리를 내렸지만 속으론 또 한바탕 야단맞고 나면 그뿐이지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당장 보따리 싸라. 나가서 마음껏 놀아. 너 같은 놈은 더 이상 필요 없어”

다정다감했던 김 감독의 불호령. 임창용은 뭔가 일이 잘못됐음을 느꼈으나 김 감독은 그 한마디만 던져놓고 휑하니 사라져 버렸다.

친구도 좋고 술도 좋지만 야구를 더 좋아했던 임창용. 감독의 화를 풀기위해 그 어느 때보다 훈련을 열심히 했으나 김 감독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진짜 큰일났다 싶었다. 정말 야구를 못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연습이 끝나자마자 숙소로 쫒아갔다. 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분명 김 감독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임창용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감독님, 다음부턴 절대 빠지지 않겠습니다. 모든 걸 다 끊고 야구만 하겠습니다. 한 번만 봐 주십시오.”

그래도 안에서 반응이 없었다.

막다른 골목이었다. 물고 늘어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잘못했다는 말을 수없이 하며 마냥 꿇어앉아 있었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고 무릎이 저려왔지만 꼼짝하지 않았다.

그렇게 3시간. 마침내 방문이 열리며 김 감독이 나타났다.

“들어와라. 이것이 마지막이다. 또 허튼 짓하면 용서 없다.”

스스로 물을 마시게 된 임창용. 이후 농땡이질을 딱 끊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무서운 선수로 컸다. 96년 중간계투 요원으로 7승, 97년 14승 26세이브, 98년 8승 34세이브. 그리고 한국,일본, 미국 무대 섭렵.

이십 수년의 빛나는 젊은 시절은 그렇게 그 한사람, 한순간이 시작이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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