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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스토리] 한국계 입양아 출신 댄 커츠가 'KBO 리그 대사'가 된 사연

2020-05-08 10:28

댄 커츠(오늘쪽 맨 아래)가 두산과LG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는 ESPN에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해 야구 캐스터 칼 래비치(맨 위), 에두아르도 페레스와 KBO 리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커츠 트윗 캡쳐]
댄 커츠(오늘쪽 맨 아래)가 두산과LG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는 ESPN에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해 야구 캐스터 칼 래비치(맨 위), 에두아르도 페레스와 KBO 리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커츠 트윗 캡쳐]
[LA=장성훈 특파원] 야구 선수 출신이 아니다. 그렇다고 야구 전문가도 아니다. 야구 전문 기자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야구를 좋아하는 팬일 뿐이다. 그런데도 선수, 전문가, 기자 못지 않은 해박한 야구 지식을 갖고 있다. 특히 KBO 리그에 관한 한 미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정통하다. 기자들도 그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한국과 미국 야구 네트워크가 그 누구보다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는 KBO 리그의 개막과 ESPN의 생중계를 누구보다 반겼다. 그리고 그는 요즘 미국에서 가장 귀하신 몸이 됐다. 여기저기 인터뷰에 응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미국 언론 매체들은 KBO 관련 정보를 모두 그에게서 수집할 수밖에 없다.

그의 이름은 댄 커츠다. 한국에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인 가정에 입양돼 미국으로 건너왔다. 요즘 미국발 KBO 관련 기사에 그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ESPN이 중계한 KBO 리그 경기에는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일개 팬을 이렇게 대접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는 열렬한 KBO 팬으로 자신만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 KBO 리그를 20년 째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통계 전문 매체인 미국의 팬그래프스가 최근 그와 서면 인터뷰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커츠라는 이름은 미국에서 더 유명해졌다. 그는 도대체 누구인지 살펴보자.

팬그래프스는 커츠를 ‘KBO 리그 톱 대사’라고 소개했다.

팬그래프스에 따르면 그는 현재 40세이고 위싱턴주 타코마에 거주하고 있으며 3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났고 19세가 되던 해인 1999년 한국 여행을 하면서 처음 KBO 리그를 접했으며, 3년 뒤 MyKBO.net이라는 영어 전자 게시판을 만들어 본격적인 KBO 리그 홍보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 게시판은 초창기에는 단순 소통 창구 역할만 했으나 지금은 KBO 일정, 순위, 통계, 경기 스트리밍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판타지 리그도 하고 있다.

팬그래프스는 커츠가 훌륭한 KBO 리그 대사로 지친 기색 없이 KBO 리그에 대한 질문에 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팬그래프스의 제이 자페와 커츠의 서면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자페 : 한국으로 여행하기 전에도 야구 팬이었나? 어느 팀을 응원했나?

커츠 : 펜실베니아주 동부에서 자랐기에 필라델피아 필리스 팬이 되었고, 마이크 슈미트(필리스 간판 선수)인 척하고 결승 홈런을 치기도 했다. (중략) 지난 몇 년간 세계 여러 곳에 이사를 했음에도 여전히 필리스 팬이며 우리 아이들을 필리스 팬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 야구에 별로 관심이 없다.

*자페 : 1999 년 여행에서 몇 게임을 보았나? 어떤 팀이 있었나?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나?

커츠 : 입양 후 처음으로 한국으로 돌아온 여행은 ‘입양 여행’프로그램의 일부였다. 나는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경기를 처음으로 봤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 타이론 우즈가 홈런을 쳤다. 그 때 우즈를 계속 지켜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자페 : 그때도 배트 플립이 있었나?

커츠 :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더 많은 경기를 보면서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배트 플립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은 놀라웠다. 그러나 배트 플립의 기원에 대한 의견 일치는 없었다

*자페 : 20년 전의 KBO리그와 지금의 KBO 리그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있나?

커츠 : 지난 수십 년 동안 내가 발견한 몇 가지 차이점은 미학에서 전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초창기 때의 평균 관중 수는 4,000-5,000 정도였다. 2012 년에는13,400 명이었다. 그 후 10,000-11,000 명으로 줄었다. 관중 수가 증가하면서 경기장 분위기도 바뀌었다. 불행히도 이번 시즌은 관중 없이 시작됐다. 선수들이 조용한 경기장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은 흥미로울 일이다. 또 하나는, 모든 경기 전후에 해당 경기에 대한 분석이 TV로 방송된다는 점이다. 내가 처음 시청했을 때 KBO 리그에 대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자페 : 지금 야구계의 시선이 KBO리그에 집중되고 있는 대에 대한 느낌은 무엇인가? KBO리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얻었나?

커츠 : KBO리그를 팔로우하기 시작한지 20년이 지났다. KBO 리그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야구와 스포츠 팬들이 KBO리그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메이저리그 수준은 아니지만 KBO 리그에서 차세대 류현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많은 팬들에게 알리고 싶다. 팬들은 KBO 리그에서 트리플A와 더블A 수준의 경기를 보게 될 것이다. KBO 리그를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려고 하면 KBO 리그를 즐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KBO리그의 독창성을 즐긴다. 야구팬들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돌아오더라도 KBO 리그를 즐기기를 바란다.

한편, 커츠는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자신이 응원하는 두산 베어스를 꼽았다. 두산의 우승을 저지할 만한 팀으로는 키움 히어로즈라고 했다.

그는 또 현재 KBO 최고의 타자는 키움의 김하성이고 최고의 야수는 LG 트윈스의 오지환이며, 최고 투수는 KIA 타이거스의 양현종이라고 말했다.

[장성훈 특파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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