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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훈 미국특파원의 언플러그드] 11월 마스터스에서 휴대폰 금지 위반 선수 나올까?

2020-04-27 05:53

'명인 골퍼열전' 마스터스 골프대회는 참가선수들의 경기력 관리를 위해 엄격한 규율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대회장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하우스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명인 골퍼열전' 마스터스 골프대회는 참가선수들의 경기력 관리를 위해 엄격한 규율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대회장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하우스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6년 11월 미국 프로골퍼 빌리 호셀은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던 중 갑자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홀인원을 한 것도 아니고 이글이나 롱 퍼팅을 성공시킨 것도 아니었다.

골프가 아닌 다른 스포츠 경기 결과 소식을 듣고 마치 자신이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뻐했다. 자신의 모교인 플로리다대학 미식축구팀이 LSU를 꺾었다는 뉴스를 접한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휴대폰 덕분이다. 골프 선수들도 마음만 먹으면 경기 도중 언제든지 휴대폰으로 타 스포츠 경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2020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로 11월로 연기되자 호셀이 고민에 빠졌다. 하필 마스터스 대회 3일째인 11월14일에 플로리다대학이 미주리대학과 미식축구 경기를 하게 되는데, 경기 결과를 통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선수는 물론이고 갤러리(마스터스에서는 패트론이라고 부른다)의 휴대폰 소지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이에 골프닷컴이 올 11월의 마스터스에서 선수들이 골프장의 가장 엄격한 규칙 중 하나를 어길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25일 게재하며 오거스타 골프클럽에서의 휴대폰 소지 여부 논란을 다시 한번 조명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영원한 2인자’ 필 미켈슨도 이같은 논란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마스터스에서 세 차례 우승한 미컬슨은 “마스터스에서 휴대폰을 지참해도 무음으로 해놓을 것이므로 경기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휴대폰 소지에 찬성한 데 비해 지난해를 포함해 다섯 차례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우즈는 “마스터스는 특별하다. 경기에 몰입할 때 이를 방해할 게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프닷컴은 미식축구를 좋아하는 일부 골프 선수들이 11월14일 토요일 오후 3시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자신의 골프 백에서 볼이나 티, 또는 간식을 꺼내는 것처럼 보이게 한 후 휴대폰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골프닷컴은 보너스 1000만 달러를 챙긴 BMW 챔피언십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5회 우승자인 호셀이 최근 시리어스엑스엠 라디오 프로그램인 ‘칼리지 스포츠’에 출연해 “휴대폰을 켜놓고 가방을 체크하는 척하면서 타 스포츠 경기 결과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고 “따라서 마스터스 경기 도중 어떤 선수가 골프백에서 무언가 찾기 위해 허리를 구부린다면 그는 휴대폰으로 대학 미식축구 경기 결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호셀은 그러나 자신은 그날 조지아대학 출신 선수들과 라운딩을 하길 희망하며, 그들과 단지 조지아대학 미식축구팀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골프닷컴은 덧붙였다.

한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마스터스 대회 기간 중 휴대폰은 물론이고 비퍼, 워키토키, 라디오, TV, 테이프 레코더 등 전자 기기 소지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카메라도 본격적인 경기가 열리는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소지가 금지된다. 다만, 연습하는 기간인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허용된다.

폭 10인치(25.4cm), 높이 10인치, 길이 12인치(30.38cm)보다 큰 가방을 갖고 골프장에 들어갈 수 없으며, 알콜 음료나 음료 용기도 소지할 수 없다. 깃발, 배너, 표지판도 갖고 다닐 수 없으며 사다리, 셀카봉, 유모차도 금지 품목이다. 우산이나 간이 의자의 경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판매하는 것만 쓸 수 있다. 음식도 클럽에서 파는 것만 먹을 수 있다.

입장권의 경우 클럽 주변 2,700피트(822.96m) 내에서 사고팔거나 발권 한 사람은 경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

선수들 사인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반드시 연습장 인근 클럽 하우스의 워싱턴 로드에서만 가능하다.

프로샵에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 입장이 가능하다.

경기 중 에티켓도 다른 대회보다 엄격하다. 선수가 샷을 한 후 소리를 지르거나 과도한 소음을 내면 안 된다. 비명을 지르면 즉시 쫓겨난다. 적절한 시간에 정중하게 응원하고 박수를 쳐야 한다.

골프장에서는 걷기만 할 뿐 절대 뛰면 안 된다.

날씨가 따뜻하면 반바지는 입을 수 있지만, 청바지 착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여성의 경우 짧은 치마는 입을 수 없다. 굽이 높은 신발도 신어서는 안 된다. 튼튼한 샌들, 로퍼나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4월이 아닌 11월에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할지 주목된다. [LA에서]

* 장성훈 미국 특파원은 미주 한국일보와 일간스포츠, 스포츠투데이에서 기자, 체육부장 등을 역임했다. MLB, NBA, LPGA, PGA 등 미국프로스포츠와 문화 등을 오랜동안 취재했다.

[장성훈 특파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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