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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훈 미국특파원의 언플러그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페어웨이 벙커샷의 귀재...비결은?

2020-04-21 10:48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핸디캡 2~3의 싱글골퍼로 소문나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핸디캡 2~3의 싱글골퍼로 소문나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마추어 골퍼들이 갖는 공포감 중 하나는 페어웨이 벙커샷일 것이다. 페어웨이 벙커샷은 일반적인 아이언샷을 치듯 스윙의 최저점에서 공을 맞히는, 이른바 다운블로샷을 해야 한다.

문제는 모래다. 다운블로샷을 할 경우 모래를 너무 많이 떠내게 돼 원하는 거리로 보낼 수 없기도 하고, 모래를 피하려다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해 토핑이나 뒤땅이 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이 같은 공포감 하나 없이, 그것도 우드로 페어웨이 벙커샷을 기가 막히게 잘 치는 골프광이 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그 주인공이다.

20일(한국시간)부터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을 통해 ‘더 라스트 댄스’라는 10부작 다큐멘터리가 전파를 타기 시작하면서 조던에 대한 미국 스포츠팬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 유명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킵 베이리스가 폭스스포츠1의 '스킵 앤드 새년'이라는 토크쇼를 통해 지금까지 한 번도 알려지지 않은 조던의 페이웨이 벙커샷 일화를 소개했다.

그의 발언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1998년 시즌이 끝나고 2주 뒤 나는 시카고에서 열린 한 프로암 골프토너먼트에서 조던과 함께 걸어간 적이 있다. 그는 (골퍼와 갤러리를 분리해놓은) 로프 안으로 나를 불러들였다. 파5 홀에서 친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가자 조던은 캐디에게 3번 우드를 달라고 했다. 3번 우드로 페어웨이 벙커샷을 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조던에게 “그건 참 어려운 샷일텐데”라고 했다. 그러자 조던은 “어렵지 않다. 나는 그저 볼이 크라우스의 얼굴이라고 상상할걸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던은 벙커샷을 기가 막히게 쳤다. 투 샷 만에 볼을 거의 그린 가까이에 붙였다. 그는 크라우스 단장의 얼굴을 마음속으로 상상하며 볼을 후려쳤다.“

그러니까 조던의 페어웨이 벙커샷 비법(?)은 골프볼이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사람의 얼굴이라고 상상하고 치는 것이었다.

조던-필 잭슨 감독과 제리 크라우스의 관계는 ‘더 라스트 댄스’ 1편에서 조명된 것처럼 험악했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크라우스 단장이 시카고 불스가 5번째 우승을 차지한 후 잭슨을 자기 사무실로 불러 ”난 자네가 다음 시즌에서 82승(전승)을 올린다 해도 해고할 것일세“라고 말한 뒤 이를 공개한 사건이다.

당시 크라우스는 시카고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로 빌드업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대외적으로 알려졌다. 잭슨 감독과의 결별 계힉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조던은 이 같은 크라우스의 독단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공개적으로 "잭슨이 나가면 나도 나간다"며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1년 뒤 시카고가 6번째 우승을 차지한 후 크라우스의 말대로 잭슨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조던은 더욱 분개했고 얼마 뒤 자신도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두 번째 은퇴였다.

당시 전문가들과 팬들은 조던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로 시카고를 떠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잭슨과의 친밀한 관계 때문에 일종의 ‘충성심’을 보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조던은 “잭슨 이외의 코치 밑에서는 뛰지 않겠다”는 말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겼다. 전 세계 농구계는 발칵 뒤집혀졌다.

지금은 고인이 된 크라우스 단장은 특유의 용병술로 시카고 왕조 탄생에 일조했으나 잭슨을 해고하고 사실상 조던을 은퇴시키는 등 선수들과의 잦은 불협화음으로 시카고의 조기몰락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LA에서]

* 장성훈 미국 특파원은 미주 한국일보와 일간스포츠, 스포츠투데이에서 기자, 체육부장 등을 역임했다. MLB, NBA, LPGA, PGA 등 미국프로스포츠와 문화 등을 오랜동안 취재했다.

[장성훈 마니아리포트 기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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