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14 삼성,롯데의 孤掌難鳴(고장난명)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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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3-31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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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14 삼성,롯데의 孤掌難鳴(고장난명)

-외손뼉은 울릴 수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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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겠다는데 힘 쓸 일이 뭐 있겠노. 우리도 그냥 편하게 가자”

강병철 롯데 감독은 그럴 상황이 아닌데도 느긋했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반 게임차의 OB를 제칠 수 있는데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1984년 9월22일 부산. 후기리그 1위가 오락가락하는 롯데가 삼성과의 마지막 2게임을 앞에 두고 있었다. 전기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삼성에겐 별 의미가 없었지만 모두 이겨야 후기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한국시리즈에 나갈 수 있는 롯데에겐 더없이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롯데 사령탐인 강병철감독은 마냥 태평스러웠다. 원래 근심걱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했지만 2승을 이미 따논 당상으로 생각하며 시즌 1승의 신인 천창호를 선발 마운드에 올렸다.

강감독의 자신감 원천은 전력이나 아니라 ‘소문’이었다. 삼성 김영덕감독이 1년 전 떠나온 김성근감독의 OB와 마주치기 싫어 롯데를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정했다는 것인데 그건 강감독이라도 그렇게 할 것 같았다.

예상대로 삼성도 시즌 무승의 신인 진동한을 선발로 내세웠다. 타자들도 평소엔 못 보던 선수들로 채워졌다. 천창호는 첫 타자를 내야땅볼로 간단하게 처리했다. 그저 시간만 좀 흐르면 승리가 롯데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되는가. 다음 타자가 느닷없이 안타를 쳤다. 다음 타자, 그 다음 타자, 그리고 또 그 다음 타자도 안타를 쳤다. 연속 6안타를 비롯 타자일순하며 11명의 타자가 8개의 안타를 쏟아내며 순식간에 6점을 내고 말았다.

이기면 곤란한 삼성 덕아웃이나 지면 안되는 롯데 덕아웃의 애가 타들어갔다. 겨우 수비를 마친 롯데의 1회말 공격이 시작되었다. 진동한이라면 충분히 두들길 수 있기에 그래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한 번 빗나간 드라마는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진동한 필생의 호투가 이어졌다. 1회 3타자를 간단하게 요리하더니 2회 역시 무실점 역투를 이어갔다. 롯데 타자들은 한방에 역전시키기 위해 큰 스윙을 하다가 번번히 나가 떨어졌다. 진동한의 마음은 이미 프로 첫 승을 향해 맹진군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감독이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진동한은 3회 송진호로 바꿔치기 당했다. 송은 3년간 1승도 못 올린 프로 최장기간 무승 투수였다. 송진호는 안타를 많이 주지 않고도 야수들의 ‘실수 도움’으로 3점을 잃었다. 0-7의 스코어가 3-7로 좁혀졌다.

이제 됐다 싶었는데 모처럼 뱃팅 볼을 맞이한 삼성 후보 선수들의 방망이가 신나게 돌아갔다. 4회 또 2점을 더해 3-9로 다시 거리가 넓어졌다. 잘 치면 빼고 못 던지면 놔두는 기상천외한 경기였다. 보다 못한 롯데 관중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그래도 삼성의 져주기 안간힘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덕분에 분위기가 잡혔다. 5회말 롯데가 8-9까지 따라 붙었다. 그제서야 강병철감독은 최동원카드를 뽑아 들었다. 아깝긴 하지만 할 수 없었다. 자칫 질 수도 있었고 지면 되돌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롯데의 6번째 투수 최동원은 역시 주연배우다웠다. 4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사이 롯데 타자들은 형편없는 투수들의 공을 적당히 공략하며 뒤죽박죽 뒤엉킨 경기를 11-9로 마감했다.

삼성은 원망했다. 롯데가 손바닥을 살짝 대주었다면 혼자서 욕바가지를 다 써지는 않았을텐데라며. OB를 맞이한 해태도 굳이 이기려는 시합을 하지 않았으므로 따지고 보면 피장파장이었다. 다만 그 쪽은 나름 각본에 맞춰 연기를 한 것이 조금 달랐다.

엉망진창의 져주기 이전투구. 프로야구 최악의 불상사지만 그 덕분에 최동원의 ‘분골쇄신 시리즈 4승’이 탄생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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