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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화의 스포츠B&W]코로나19가 올림픽을 눌렀다...세계 스포츠 판 흔들어

2020-03-25 08:23

오는 7월 24일 개막 예정이던 도쿄올림픽, 패럴림픽이 1년 연기됐다.[사진 연합뉴스]
오는 7월 24일 개막 예정이던 도쿄올림픽, 패럴림픽이 1년 연기됐다.[사진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로 IOC 폐쇄성 그대로 드러내

도쿄올림픽이 '취소라는 최악'을 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근대올림픽 124년의 역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염병으로 1년 연기라는 불명예와 함께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일찌감치 연기 압력을 받아왔던 도쿄올림픽의 이번 연기 결정은 이미 어느정도 예정되고 예상된 수순이었다. 그렇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정부는 물론이고 각 국제연맹(IF), 국가올림픽위원회(NOC)들까지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먼저 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일부 국가들과 미국, 영국육상연맹들이 도쿄올림픽의 연기를 잇달아 주장하는데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의 정상개최를 위해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쳤다. 그러다가 23일(현지시간)에는 "도쿄올림픽 정상개최 여부를 4주내로 결정하겠다"고 발표하고는 불과 하룻만에 1년 연기를 전격적으로 결정하고 말았다. 올림픽 연기의 당위성에 대한 국제여론에 떠밀린 인상이 짙기는 하지만 어차피 자신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에 대해 '하루 앞도 못보는 세계 스포츠계의 수장'이란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바흐 위원장은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의 당위성을 1만1천명의 선수들이 가지게 될 상실감'으로 꼽았지만 세계 포츠계는 오히려 '무엇보다 선수들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IOC가 선수들의 안전을 팽개쳤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불과 열흘 전에 IOC와 국제연맹, 선수위원회, NOC들이 연쇄 화상회의를 하면서 IOC 결정에 '도쿄올림픽 정상개최'라는 IOC 결정에 이의없이 승복함으로서 극단적인 보수체제라는 비난을 받아온 IOC의 전철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평가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도쿄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둔 지난해 7월 함께 자리한 아베 신조 일본 수상,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모리 요시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오른쪽 부터)[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둔 지난해 7월 함께 자리한 아베 신조 일본 수상,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모리 요시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오른쪽 부터)[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안전국가로 호도한 일본, 심각한 타격 불가피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은 그야말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소가 아닌 연기'여서 불행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금전적 손해부터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 타격까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사실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정상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여론을 호도하면서까지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해 이상한 핑계와 변명을 통해 마치 일본은 안전국가인듯 포장을 했다. 이제 그 가면이 언제쯤 벗겨지게 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일본은 경기장과 선수촌의 유지 보수, 입장권 반환, 자원봉사자 문제, 호텔 예약 등 그야말로 1년 연기에 따른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취소가 되면 70조원 이상의 손해가 예상됐지만 연기로 결정되면서 그 10% 정도인 7조원 손해로 마감해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제연맹도 골치가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가진 획득한 선수나 단체들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1년이라는 시간이 있는 만큼 다시 예선전부터 시작할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반발이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반대로 올림픽 출전권을 그대로 인정한다고 하면 앞으로 1년 이내에 치르질 각종 국제대회 자체가 헝클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종목에 따라 틀리지만 한 대회만으로 올림픽 모든 출전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회에 걸쳐 출전권을 주기 때문에 이미 출전권을 준 대회를 다시 개최할 수가 없어 결국 국제 대회 일정이 이상하게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연맹 결정 결과에 따라 희비 엇갈릴 듯
우리나라도 앞으로 국제연맹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만약 전면 무효로 하고 다시 예선전을 시작한다고 하면 사상 첫 올림픽 무대를 밟는 희망에 차 있던 럭비나 12년만에 올림픽 출전티킷을 따낸 여자 농구 등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무패로 출전권을 획득한 남자축구는 대표선수 가운데 내년에 만23세가 넘어갈 경우에는 새로 선발할 수밖에 없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주전 선수들의 경기력 쇠퇴에 따라 예선전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 1년이 짧다면 짧지만 굉장히 긴 시간이다. 본격적인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세계 스포츠 판이 어떻게 흘러가 전개될 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편집인/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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