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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화의 B&W] 전쟁은 하는 데 전선은 없다

2020-03-17 08:33

코로나 19로 비상이 걸린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코로나 19로 비상이 걸린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전쟁은 하는 데 전선은 없다."

바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야기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펜데믹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을 비롯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의 모든 시간들이 거의 멈춰선 것 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다. 모든 분야들이 비슷하지만 스포츠계는 사실상 셧다운이 된 상태다.

무엇보다 4개월 앞으로 닥친 2020 도쿄올림픽이 연기냐, 취소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할 때만 해도 연기론이 설득력을 얻는 것 처럼 보였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정통한 기자는 올림픽 연기는 있을 수 없고 취소만 있을 뿐이라며 도쿄올림픽 취소에 무게를 두었다. 또 IOC에서는 도쿄올림픽의 취소를 일본에 통보했지만 일본 정부가 발표를 5월까지 미루고 있다는 기사까지 일본 언론에 의해 보도되기도 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감염자 숫자가 1만명 당 0.06명에 불과해 한국보다 적다"는 논리를 내세워 올림픽 정상 개최 강행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이미 전 세계적 분위기로는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에 대해 희망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미국의 각종 프로스포츠와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를 비롯한 유럽 프로축구 리그, 그리고 각 국가들의 각종 스포츠 행사들도 덩달아 중지되면서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손해가 예상되지만 이것은 일단 접어두자. 또 도쿄올림픽 취소로 일본이 져야 하는 경제적 손실도 생각하지 말자.

이제는 도쿄올림픽이 취소되었을 경우 우리나라 스포츠는 어떤 후유증이 예상되고 그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느냐에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해 온 일본의 이중적이고 얄미운 행태에 분노해 도쿄올림픽이 취소되면 환호성을 지르는 분도 계시겠지만 도쿄올림픽 취소는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 관점에서 보면 자칫 전문체육의 붕괴마저 우려해야 할지도 모르는 충격파를 가져 올 수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 전문체육은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올림픽에서 메달 한 개 따지 못해도 우리 국민들은 이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지난 몇년 동안 전문체육은 홀대를 받았다. 한때는 "엘리트 선수라는 말이 부끄럽다"는 자조적인 말이 선수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우리 선수들은 도쿄올림픽을 향해 온 정성을 쏟았다.

그나마 우리 국민들이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에 눈길을 주고 관심을 줄 때가 바로 올림픽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은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올림픽을 위해 땀과 눈물을 쏟아가며 온갖 주위의 설움에도 굿굿하게 버텨왔다. 이제 그 올림픽마저 취소된다면 우리 선수들이 받을 충격과 후유증은 결코 금전적 손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시아 변방의 조그만한 나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나라에서 스포츠 강국으로 오르기 위해 쌓았던 온갖 노력들이 한 순간에 허물어질 수도 있다. 이를 다시 쌓아 올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보다 배 이상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책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 전선이라도 형성되어 있다면 총을 들고 싸움이라도 해 볼 수 있으련만…. 이런 우려들이 단순한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편집인/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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