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역대급 징계' 김비오가 받은 징계는 합당한가

2019-10-03 06:55

김비오. 사진=KPGA 제공
김비오. 사진=KPGA 제공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경기중 갤러리의 핸드폰 촬영음에 미스샷을 낸 후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하고 클럽을 바닥에 내려찍은 김비오가 KPGA로부터 벌금 1000만원과 자격정지 3년이라는 역대급 징계를 받았다.

지난 29일 KPGA 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최종라운드. 우승까지 3개 홀을 남겨두고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이던 16번 홀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공동 선두였던 김비오가 샷을 한 후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한 것이다.

단편적으로 봤을 때 벌어질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초유의 사태에 김비오는 벌금 1000만원과 자격정지 3년이라는 역대급 중징계를 받게 됐다.

종합적으로 봐도 김비오의 행위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징계 내릴 때는 다르다. 앞, 뒤 상황과 전례 등을 참고해야하며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한다.

즉,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김비오의 잘못은 백번, 천번 맞으나 그에게 내려진 벌금 1000만원과 자격정지 3년이 합당한 지 의문이다.

먼저, 김비오에게도 참을 수 없었던 이유는 있다. 갤러리들의 방해가 도를 지나쳤다는 것이다.

김비오는 16번 홀에서 스윙을 구사하던 중 휴대폰 카메라 소리가 나서 자신의 플레이에 방해를 받았고, 스윙을 멈추려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김비오는 갤러리들을 향해 손가락 욕설을 했다.

하지만 갤러리들의 방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티 샷 미스로 자신의 비거리보다 200m 뒤에서 세컨드 샷을 해야할 때 역시 소음은 계속됐다. 결국 김비오는 이 때도 세 차례 어드레스를 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했다.

선수가 경기 방해로 인해 화를 표출했음에도 일부 갤러리들이 또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는 것을 봤을 때, 김비오가 16번 홀까지 경기를 지속해오면서 얼마나 많은 방해를 받았는 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선수가 샷을 할 때는 크게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는 에티켓을 모르고 대회장을 찾았더라도 2~3개 홀만 지켜보면 자연스레 습득이 된다. 특히 이번 대회처럼 갤러리가 많을 경우 캐디들은 선수들이 샷을 할 때마다 "샷 합니다.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소리내지말아주세요. 사진 찍지 말아주세요"라고 외친다. 뿐만 아니라 진행요원들 역시 선수가 샷 하기 전에는 조용히 해달라는 피켓을 들고,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서 모션과 육성으로 정숙할 것을 부탁한다.

김비오가 샷을 할 때 카메라 소리를 낸 갤러리는 실수였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가 샷을 할 때 소리를 내면 안된다는 것을 인지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도 소리를 낸 것은 실수가 아니다.
지난 5월 7년 만에 우승의 물꼬를 텄던 김비오.사진=KPGA 제공
지난 5월 7년 만에 우승의 물꼬를 텄던 김비오.사진=KPGA 제공
이러한 설명에도 김비오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으면 됐을 것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골프는 멘탈 스포츠다. 스윙에 있어서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경기로 소음에도 리듬이 깨질 수 있다. 양궁과 사격도 마찬가지이지만, 골프는 양궁이나 사격보다 관중과의 거리가 더 가깝다. 이 때문에 관중의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야구나 축구 경기장에서 처럼 지속해서 큰 소리가 나는 것과 조용한 상황에서 갑자기 나는 소음은 다르다.

갤러리가 많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 역시 소음에 강하지는 않다. 존 댈리(미국)의 경우 2007년 PGA투어 대회에서 샷을 하려다 들린 카메라 셔터 소리에 스윙을 멈추다가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어 2008년에는 호주오픈에 출전해 아예 갤러리의 카메라를 빼앗아 나무로 집어던져 박살내기도 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골프 스타인 우즈의 경우 소음에 민감해 팬들이 나서서 갤러리를 통제하며, 만일 갤러리의 소음으로 우즈가 미스 샷을 한 후 소음이 난 쪽을 쳐다보면 갤러리들이 나서서 소리를 낸 사람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또한 전성기 시절 우즈는 경기 중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 기자의 셔터 소리마저 거슬린다며 '목뼈를 부러뜨려 버리겠다"는 폭언을 하기도 했다.

두번째는 욕설에 대한 징계 수위다. 김비오가 욕설을 한 직후 골프팬들과 네티즌 사이에서는 "영구 제명을 해야한다"이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스포츠계에서 '영구 제명, 탈퇴' 등은 주로 폭행과 성폭행, 심각한 승부조작 등 사회적, 도덕적으로 심각한 물의를 빚어야만 나오는 단어인데, 왜인지 김비오의 기사에는 유난히 많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과 중계를 본 아이들, 주니어 선수들 등은 뭘 보고 자라겠나"라고 한다. 하지만 골프를 제외하더라도 스포츠 중계에서 선수들이 욕을 하는 장면은 자주 잡힌다. 한국 여자 배구 간판스타 김연경은 시합중 욕을 하는 장면이 중계를 통해 자주 노출된다. 하지만 결과는 다른데, 김연경의 경우 '식빵언니'라는 애칭을 얻었고, 더 나아가 자신의 유투브 채널 이름도 '식빵언니'다.

뿐만 아니라 관중과 팬이 더 많은 프로 야구의 경우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며 욕설을 내뱉는 장면과 기물을 발로 차 파손하는 등의 장면, 심지어 욕설은 물론 몸싸움이 난무하는 벤치클리어링 장면도 그대로 중계를 통해 노출되지만 그 누구도 이를 이유로 무거운 징계를 받지 않는다.

다만, 앞선 사례와 차이점은 있다. '그 욕설이 누구를 향했는가'다. 김비오의 경우 프로 스포츠의 소비자이자 팬인 갤러리를 향해 욕설을 내뱉어 문제가 더 커졌다. 한국 스포츠에서도 관중을 향해 욕을 한 전례는 있다. 축구선수 이천수는 2003년 5월, 관중석에서 안티팬들이 '개천수'라고 쓰인 플랜카드를 들고 있자 이를 향해 손가락으로 욕설을 했다. 당시 이천수는 벌금 300만원에 그쳤다.

골프계에도 있다. 2002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은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자신의 악성팬에게 손가락 욕설을 했지만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해 가르시아는 한국 오픈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자신이 스윙을 하려던 중 한국 갤러리가 카메라 소리를 내자 갤러리에게 다가가 클럽으로 때리려는 제스쳐를 취하는 등 김비오 사건보다 더한 일도 있었지만 큰 징계없이 넘어갔으며, 화살은 도리어 소음을 낸 갤러리를 향했다.

사실 PGA투어나 유러피언투어의 경우 경기중 욕설이나 클럽 고의 파손 등에 대한 징계 수위가 높지 않다. 유치장에 갈 정도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을 경우 3~6개월 가량의 자격 정지 처분이 내려지며, 금지 약물 복용시에도 통상 3개월에서 1년 정도다.

KPGA의 경우 최근 KPGA에서 프로 선수가 대회 중 벌어진 사건을 이유로 자격정지를 받은 것은 지난 2016년으로 당시 A선수는 동반 플레이어인 B선수의 부모와 다퉜고, B부모에게 욕을 하며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앞선 사건들과 비교하면 이번 사건에서 김비오에 대한 징계는 과했음을 알 수 있다.

KPGA가 밝힌 김비오 징계의 근거는 크게 3가지다. 먼저 상벌위원회 ‘자격정지’ 징계양정기준표 6항 : 회원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인해 회원의 품위를 손상시킬 경우로 자격정지 3년이다.

이어 상벌위원회 ‘벌금’ 징계양정기준표 1항 : 에티켓 위반으로 골프 팬의 빈축을 사거나 협회 또는 타 회원의 위신을 실추시켰을 경우와 상벌위원회 ‘벌금’ 징계양정기준표 6항 : 공식 대회 공적인 자리에서 부적절한 언행 및 행위로 회원의 품위 및 협회의 위상을 실추시킨 경우를 종합해 벌금 1000만원이다.

이번 사건은 결과적으로 김비오가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김비오만의 잘못은 아니다.

골프 대회의 갤러리로 왔으나 '골프'라는 종목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에티켓을 무시한 갤러리들에게도 잘못이 있으며, 이러한 갤러리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대회 운영측에도 잘못이 있다. 뿐만 아니라 '챔피언조'. 최종라운드에서 가장 주가되는 조의 경기운영을 원활하게 진행시키지 못한 경기위원회에도 잘못이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김비오에게만 잘못과 책임을 묻고 있으며, 이마저도 여론을 의식한 과한 징계로 보인다.

[김현지 마니아리포트 기자/928889@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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