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첫 출전에 덜컥 메이저 승' 시부노, 日선수 LPGA 진출 물꼬 틀까

2019-08-06 07:35

시부노 히나코(21, 일본)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이하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메이저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5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잉글랜드 밀턴킨스의 워번 골프클럽(파72, 6756야드)에서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막을 내렸다.

대회 최종라운드, 우승컵의 주인공은 최종라운드 단독 선두로 나선 시부노 히나코였다.

시부노는 대회 초반 더블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고 결국 선두까지 내어줬지만, 뒷심이 매서웠다.

후반 홀에서 다시금 추격에 나섰고 15번 홀(파5)에서 버디를 솎아내며 리제트 살라스(미국)과 공동 선두가 됐다.

승부는 18번 홀(파4)에서 갈렸는데, 살라스는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친 반면 시부노는 약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부노의 우승으로 일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부노의 경우 이번 대회가 LPGA투어 첫 경기이며 자국 투어인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도 올 시즌 갓 데뷔한 루키다.

시부노는 JLPGA투어에서도 핫한 선수인데, 데뷔 첫 해인 올 시즌 일본 메이저 대회인 살롱파스컵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올 시즌 2승을 기록하면서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하는 중이다.

자국투어에서 활약하며 이번 대회 출전권을 얻은 시부노는 LPGA투어 비회원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시부노의 경우 일본이 아닌 해외에서 경기를 한 것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는데, 첫 출전한 대회가 메이저 대회였고, 이 대회에서 덜컥 우승을 해버린 것이다.

JLPGA투어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활약한 경우는 많지 않다. 역대 여자 골프 세계 랭킹 순위에서 1위에 오른 일본 선수는 미야자토 아이(34)가 유일하며, LPGA투어 통산 9승의 미야자토는 2017년 에비앙 챔피언십을 끝으로 은퇴했다.

2010년 총 11주간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켰던 미야자토도 메이저 우승은 없었다.

역대 LPGA투어에서 일본 선수가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한 것은 1977년 LPGA 챔피언십에서 히구치 히사코가 기록한 우승이 유일했다.

시부노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며 약 42년 만에 끊겼던 일본 선수 메이저 우승의 맥을 잇는 데 성공했으니 일본 골프팬들의 반응은 더욱 뜨거울 수 밖에 없다.


사실 투어의 규모만 놓고 봤을 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보다는 JLPGA투어가 더 크다.

올 시즌 KLPGA투어의 경우 대회수 29개, 총상금 226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고 있다. 반면, JLPGA투어의 경우 36개 대회, 총상금 37억 500만엔(약 424억 7700만 원)의 규모로 치러지고 있는데, 지난해에 비해 대회수는 2개, 총상금은 2000만엔 정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KLPGA투어보다 앞서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LPGA투어의 경우 올 시즌 33개 대회 총상금 7055만 달러(약 857억 9000만 원)로 치러지고 있는데, JLPGA투어보다 총 상금은 월등이 높지만 대회수는 3개 적다.

일반적으로 투어의 규모가 클 수록 선수들의 수준이 비교적 높다. JLPGA투어가 KLPGA투어보다 실력이 좋다고 콕 찝어 이야기할 수 없으나, KLPGA투어의 톱 플레이어들이 JLPGA투어로 진출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승승장구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적어도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LPGA투어 선수들은 KLPGA투어 선수들에 비해 LPGA투어에서 큰 활약상을 보이지 못하고 있을까?

수 많은 답 중에 하나는 LPGA투어로의 진출을 원하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KLPGA투어의 경우 대다수 선수들의 목표가 꿈의 무대인 LPGA투어로의 진출이며, LPGA투어로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올 시즌 LPGA투어에 총 21명의 한국 선수가 경기에 나서고 있으며, 이 중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을 포함해 5명의 선수가 시즌 랭킹 톱10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반면, JLPGA투어 선수 중 올 시즌 LPGA투어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LPGA투어 통산 3승의 하타오카 나사를 포함 5명에 불과하며, 올 시즌 1승을 거두며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일본 선수 중 가장 높은 시즌 랭킹을 기록하고 있는 하타오카의 시즌 랭킹은 22위에 불과하다.

JLPGA투어에서 활약했던 한 선수는 "자국투어가 충분히 크고 경기 전반적인 환경이 좋기 때문에 LPGA투어 진출에 대한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처럼 보였다"고 하며 "무엇보다 LPGA투어로 진출했을 때 긴 이동거리로 인한 장시간 비행과 식생활, 문화 적응, 의사소통 등 환경적인 부분에서 어려움과 두려움을 느껴서 LPGA투어 진출을 원하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어 "또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JLPGA투어 선수 중 LPGA투어로 진출해 크게 성공한 선례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하며 "이러한 이유로 다들 진출을 꺼려왔으니 어울릴 자국 동료 선수가 많지 않아 외로운 투어 생활을 해야한다는 점 등도 진출을 망설이게끔 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일본 현지에서 시부노의 우승을 두고 또래 골프 선수들의 반응은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하며, 동기부여를 받은 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시부노의 이번 우승이 일본 선수들의 LPGA투어 진출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을 지, 혹은 반짝 우승으로 기록에 남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현지 마니아리포트 기자/928889@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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